장흥군 용산면 월송리 백자 도요지에서 백자 제작 공정 원형이 잘 보존된 국내 최대 규모의 백자 공방터가 발굴되어 지난 30일 공개됐다. 속칭 '사금점골'로 불리는 월송리 백자도요지는 전남도 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조선 백자 가마 2기가 있는 곳. 특히 가마터에서 30여m 떨어진 산기슭에는 백자 원료인 도석을 채취했던 토굴도 국내 최초로 발견돼 원료 채취부터 최종 생산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백자 제조의 전 공정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있어, 학계에 조선 백자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장흥군은 이번 1차 조사에 이어 내년 초에 이번에 발굴하지 못한 가마터를 비롯 토굴과 백자폐기장등 이번에 발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2차 발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1차 발굴조사만으로도 백자도요지의 중요성과 가치는 충분히 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학술조사와 함께 이제부터라도 백자 도요지의 보전 대책과 관광 상품으로서 활용방안, 그리고 백자 재현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2기의 가마가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과학적인 보존수리, 이의 교육용이나 학습장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보호각 건립, 2차 발굴이 완료될 쯤인 내년 하반기쯤에 유적의 성격 규명과 백자도요지를 조명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이러한 보존대책을 강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가마터에 등에 대한 종합 정비계획을 수립, 학습체험과 함께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종합정비계획에는 필수적으로 가마복원 전시는 물론 출토유물의 전시, 연구, 재현이 가능한 전시관이나 박물관 건립이 포함되어야 한다. 백자 도요지에 많은 예산과 재원, 시간이 소요되고, 또 월송 도요지의 유물이 많지 않아 박물관건립까진 회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장기적이고 연차적으로 반드시 박물관이 건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는 월송리 가마유적과 출토품을 중심으로 용산 풍길리청자요지, 장동면 용곡리 분청자요지, 장평면 우산리 2호 백자요지 등 장흥지역의 모든 가마터에 발굴되었거나 수습된 유물과 가마터 분포도 복원모형까지 합세시킨다면 박물관 전시 내용물로는 넘쳐날 것이며, ‘백자 박물관’으로서 경쟁력은 탄탄할 것이다. 여기에 백자제작 과정, 도공의 생활상, 백자 제작도구, 월송리 백자 재현품도 가세하면 될 것이 아닌가. 또 박물관 주변에는 백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 등 당시의 도예촌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며 유약이나 태도 등을 연구하는 ‘백자 과학연구소’ 같은 것도 조성한다면 ‘월송리 백자’ 관광에 더없는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자 도요지의 상품화와 함께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 월송리 백자의 재현 방안이다. 이를 위해 가칭 ‘장흥 월송리 백자요지 보존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전문화된 도공의 확보와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장흥지역의 풍토와 특색에 맞는 유약과 태토, 기형과 문양 등을 연구, 개발할 수 있어야 하며 이들 연구원들이 장흥지역에 영원히 머무르며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도 뒤따라야 한다.


지난 2003,4년 장동면 북교리 신북리 일대 유적 발굴지 6000평에서는 2만 2천년 전 유물 3만점이 한꺼번에 출토돼 학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출토 유물 3만여점 가운데 간돌자귀와 숫돌 등 다양한 형태의 후기 구석기 유물 20여점이 후기 구석기의 마제석기로 확인, 그 동안 마제석기는 청동기시대 유물로 생각돼 왔던 기존 통설을 바뀌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장흥지역은 ▲1997년 보성강 수계인 장평 병동리, 우산리 등 일대에서 발굴된 구석기 유적 ▲2004년 역시 보성강 수계 신북리에서 발굴된 후기 구석기 유물 ▲2001년 장흥댐 건설로 인해 실시된 댐 수몰지역 문화유적 발굴에서 확인된 유치 오복리 일대의 신석기 유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인 장흥전지역에 산재한 지석묘(고인돌)와 패총 ▲1989년 목포대박물관에 의해 발굴된 안양명 수양리-지천리 일대와 장흥댐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부산면 지천리 일대의 철기시대 유적 ▲지천리 발굴에서 확인된 삼국시대 생활유적 ▲1995년 순천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된 보림사의 지표조사와 1999년 순천대박물관에 의해 발굴 확인된 천관사의 통일신라시대 유적 ▲그리고 월송리 백자도요지 등의 조선시대 유적 등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그런데도 장흥에는 번듯한 박물관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방촌 유물박물관이 건립되기는 했으나 유물, 유적 등 내용물이 빈약하고 유물이 조선시대에 국한돼 ‘볼거리’ 측면에서 빈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장흥지역에서 그동안 발굴 확인된 도요지(백자,청자,흑자,옹기 등) 유적지는 월송리 외에도 회진 1, 대덕 4, 관산7, 안양 3, 장동2, 부산 2, 장평 15, 유치 6곳 등 44곳이나 된다.


강진이 문화자원 ‘청자’로서 경쟁력을 갖는다면, 장흥은 백자 도요 유적으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도 남는다. 그런데 강진의 그 청자와 장흥의 백자는 지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다양한 유적 분포지로서, ‘발굴 유적이 대단한 곳’으로만 자랑만 할 것인가. 이제라도 이들을 모아 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재현하고, 이를 장흥지역의 특별한 문화 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팔을 걷어 부치고 이번 월송리 백자 도요지 유적 발굴을 계기로 월송리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박물관도 건립하고 백자를 재현하는 등 ‘월송리 백자 프로젝트’를 추진해 볼만 하지 않겠는가.

-제394호 2006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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