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화는 한 마디로 인류의 비전과 상상력의 소산물이라 할 수 있다. 아랍 에미레이트의 ‘듀바이’의 건설은 인간들의 새로운 도시문화에 대한 비전과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만하다. 반면 역사성에 기본을 두는 전통문화는 전승으로 일구어지면서 오늘날 또 하나의 문화로 구현되고 있다.


현대적인 문화든 전통적인 문화의 가치나 영속성은 경쟁력에 있다. 경쟁력 있는 문화는 살아남고 발전을 거듭하지만, 경쟁력 없는 문화는 일찍 고사되거나 짧은 기간만 살아남을 뿐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육성, 조성하는 관광문화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장흥군의 관광문화를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느낌이다. 두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장흥군은 10억여 원의 예산으로 전통테마마을인 장흥읍 평화리에 ‘관광민박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당초 전통마을 내 소공원, 공중화장실, 농사문화체험관, 농촌생활역사자료관 신축을 비롯 방죽정비, 고샅길 복원 , 어린이 수영장 수리-정비, 꽃길 조성, 저수지 연꽃심기 및 낚시터 조성 등의 사업을 통해 가족단위 체험-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추진된 사업이었다.


그 결과 마을 가장 웃편에 농악체험관이 들어섰고 마을회관 옆에 전통 한옥의 민박센타와 마을 입구에 공중화장실이 들어섰으며 고샅길도 깨끗하게 복원됐고, 뒷산에서 내려오는 시냇물 수로도 정비됐고 죽림 등 삼림욕장도 정비, 개설됐으며 마을 꽃길이며 마을 앞 저수지의 연꽃심기와 낚시터 조성 등 크고 작은 사업들이 큰 무리 없이 추진됐다.


그런데 일부 사업에서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다. 전통한옥으로 지은 농악체험관은 바닥에 보일러 시설을 하지 않은 채 바닥을 깔아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갈곳이 없어 천정이며 벽에 덕지덕지 묻으며 곰팡이를 양산해냈고, 농악체험관인데도 체험관 안에 북이며 꽹과리 하나 마련하지 않아 체험관을 아주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마을 중앙에 건립한 민박센터는 크고 작은 두 개의 방으로 구분해 5,60여 명이 한꺼번에 기식할 수 있게 지었음에도 방안 벽면에 수도꼭지만 달랑 달아놓았고 2평 남짓한 결코 크지 않은 화장실에는 고작 변기 하나씩과 샤워기 하나씩만 매달아 놓아, 많아야 10여명 남짓 숙박할 수 있게 해 놓아 올 여름 민박센터를 거의 놀리고 말았다고 한다. 또 이 마을의 상징나 다름없는 방죽의 정비도 제대로 하지 않아 방죽에 물이 고이지 않아 애를 먹는다고 한다.


다른 것은 다 접어두더라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시설한 농악체험관이나 민박센터가 별 소용없이 만들어지고 말았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도 별 뾰족한 대책도 세워놓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 한다.

군 담당자는 당초부터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하도 많아 설계를 몇차례씩 변경하다 보니 정작 마무리 과정에서 예산이 없어 일부 사업에선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최근 들어, 도시민들을 겨냥한 체험-체류형 농촌관광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박 등 숙박시설이다. 관광민박마을 조성 사업도 그런 점을 고려 추진된 사업일 터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슬쩍 지나치기만 할 뿐, 농악 등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거나 단체로 숙박하기가 어렵다면 문제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평화마을의 경쟁력 있는, 가족단위의 체험-체류형 관광사업을 어찌 기대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장흥군의 부실한 문화관광 행정의 한 단면을 분명하게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화관광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는 전통문화 전승도 중요하다. 우리 군의 전통문화 전승은 옛부터 문제점이 많았음을 이 난에서도 누차 지적한 바이지만, 특히 우리 군의 중요한 자산이라 할 만한 무형문화재인 ‘제와장’ 전수 및 전수관 조성, 가마터 보수 및 복원문제 등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다시 한 번 우리 군의 전통문화 육성, 전승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중요문화재 제91호로 지정된 장흥군 안양면 모령리 제와장은 한형준(74·제와장 보유자)씨가 아직도 이수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자칫 장흥의 제와장 전승이 무산될 지도 모르는 실정이라고 한다.


제와장 전승에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은 지난 2003년 한씨 이수자로 내정됐던 하모씨에게 제와장 부지 소유권이 넘어간 후부터였다. 그리고 한씨가 문화재청에 하모씨의 이수자 등록 취소를 요구하고 경상도 출신의 A모씨를 이수자로 내정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즉 하씨가 한씨의 제와장 가마터 출입을 막고 가마작업을 방해하면서 전수활동도 끊기고 가마작업도 이후부터 중단되고 말아, 장흥의 제와장이 아예 없어질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장흥군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난해 군비 7천만원을 들여 제와장을 매입, 가마터 1기를 추가 설치하고 전수관 및 전시판매장, 홍보관 등을 건립한다는 방안을 마련해 놓았지만, 여전히 한씨와 하씨의 갈등이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여서‘장흥군의 무관심한 전통문화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비전 있는 문화관광 사업 육성으로 경쟁력 있는 ‘관광장흥’ 을 만드는 일이나, 고유한 전통을 올바르게 전승, 발전시키며 ‘문화의 고을 장흥’을 실현시켜가는 일은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희망을 갖는 것은 내일이 있기 때문이며, 내일의 장흥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러한 우리들의 소중한 꿈을 잃지 않게 앞장서서 만드는 주인공들이 바로 장흥의 공무원들이 아닌가 싶다.

-제387호 2006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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