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댐 수몰지역 내 문화유적 조사는 1997년부터 1998년에 걸쳐 실시된 지표조사를 시작으로 2003년 3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목포대학박물관과 호남문화재연구원이 분담해 조사를 진행했다. 발굴조사 결과, 신석기~청동기~철기·삼국시대에 걸친 대규모의 마을유적과 무덤유적이 곳곳에서 확인됐고, 고려 조선시대에 걸친 유적도 넓은 지역에서 확인되며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오복리 오복동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려시대 취락유적이 출토됐으며 천변에 인접한 호남지역 최초의 바위그늘유적 발굴조사에서는 바위그늘 안쪽 면에서 신석기시대 토기편이, 바깥쪽에서는 시대를 달리하는 유물이 출토되는 등 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 유물이 대거 발굴됐다. 또 대리지역에서는 청동기시대-삼국시대-고려-조선시대에 이르는 2만여 평의 넓은 유적 지구가 확인됐는데, 이 대리 유적처럼 신석기시대 말기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전시대에 걸쳐 유적이 발굴되는 보기 드문 경우로 학계는 인정하기도 했다.


또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인 고인돌은 발굴조사 된 유적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데, 13개소 230여기에 이른다.


장흥댐 유적 발굴을 추진했던 학자들은 물론 많은 학자들은 수몰지역 발굴 유적을 옮기고 역사공원을 조성하거나 유적유물 전시관(박물관)을 세워 댐 발굴의 모범적 선례를 보여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장흥군 문화관련 인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주암댐 건설 당시 고인돌공원을 조성했던 선례에 따라 장흥댐 수몰 유적유물을 모아 유적공원화해야 한다, 시발굴 유적이 아닌 주거지까지 있는 대형유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2,3만평 가량의 부지를 매입해 유적공원화해야 한다, 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풀리리라 장흥군민은 믿어 왔었다. 이미 장흥댐 건설 추진 때부터 수자원공사와 전남도, 장흥군이 수차 공지해 온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03년 초, 수자원공사 측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선사문화유적공원 조성 계획을 백지화하고, 댐 하류인 부산면 지천리 일대 3000평 부지에 생태문화공원을 조성, 수몰지역 고인돌을 옮겨 놓는다는 계획을 마련하면서 이 문제로 장흥군과 큰 마찰이 빚게 됐다.


이에 대해 장흥군에서는 댐 상류 어느 지점 3만평 규모의 부지에 고인돌과 가마터 등을 그대로 옮기고 수몰지역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선사유적체험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왔다. 3000평의 부지에 고인돌을 옮길 경우 많아야 30여기 전시만 가능해 나머지는 수장될 수밖에 없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수몰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차원에서라도 보다 큰 규모의 선사유적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장흥군의 입장이었다.


유치면 주민들도, 마을까지 물에 잠기는데 문화재마저 수장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수자원공사 등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선사문화유적공원 조성 문제는, 이미 지난 2001년에 민선 2기의 장흥군최고위층과 수자원공사 측간에 백지화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당시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장흥군의 문화행정의 한 단면을 엿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민선 3기의 장흥군의 집요한 노력으로 댐 상류인 용문리에 3만평 부지에 고인돌 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귀결이 됐다. 즉, 장흥군과 수자원공사 측은 장흥댐 수몰예정지에서 발굴된 고인돌 230여기와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주거지, 기와가마, 백자도요지 등 많은 유적과 유물 중에서 상석이 있었던 135기의 고인돌(하부구조만 남은 고인돌은 200여기)만 이전 복원한다는 계획으로, 이른바 ‘선사문화공원’터를 보림사 입구 용문리에 3만여 평에 부지를 확보하기로 했고, 장흥군은 수자원공사로부터 20여억 원의 양여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용문리 선사문화공원 조성이 다시 무산되기에 이른 것은 지난 해 초, 장흥군의 고인돌공원 조성사업 예정부지에 대한 환경부당국(영산강유역환경관리청)의 최종 승인과장에서 댐수계인 장흥댐 상류라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비롯됐다.

당시 장흥군이 선사문화공원 예정부지에 대한 적법성을 묻는 관계기관회의에서 영산강환경청이 댐 상류지역이라는 이유로 협의를 거절하고 만 것이다.


이후 장흥군은 부지매입 등 일체의 행위를 보류하다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재협의도 거부하자 용문리 일대 선사문화공원 조성을 전면 중단하고 말았다. 다시 한 번 재연된 장흥군의 문화행정의 부실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 선사문화공원 터 문제로 표류해오던 고인돌공원은 댐 상류인 신풍리 일대 1만여 평으로 축소 조정되었다가, 다시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수변공원이라는 이유로 3천 평 이하로 축소할 것을 주문, 결국 3만평 규모의 선사유적 공원이 3천 평짜리 고인돌 공원으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천 평의 고인돌 공원이라면 당초 이전하기로 한 135기 고인돌 중 3,40기만 이전되고 나머지는 수장되거나 방치되고 말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그 많은 발굴 매장문화재들도 타지의 박물관으로 이전될 것이며, 옛사람들의 주거지며 가마터, 백자도요지 등 수많은 문화자원들도 수장되는 꼴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몇 백 억, 아니 몇 천억의 돈으로 살 수도 없는 그 귀중한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갈 곳을 잃고 사장되고 마는 셈이 아닌가. 누구의 책임이며 누구의 잘못인가. 그 선사문화공원을 굳이 유치에만 조성해야할 이유가 있는가. 정녕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인가.


장흥댐도 준공이 됐다. 그리고 때맞추어, 장흥군의 민선 4기도 곧 출범한다. 민선 4기의 장흥군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일이 바로 이 문제일 것이다.


부디 장흥의 고인돌을, 죽은 돌이 아닌 살아있는 돌로 만들어주길 당부하고 또 당부해마지 않는다. 우리의 먼 후대를 위해서라도.-제379호 2006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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