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雲(백운)/다산 정약용
가을바람 한 줌이 흰 구름에 불어와
하늘에는 티 끝 한 점 보이지 않는데
홀연히 세상을 훌쩍 벗어나고 싶구나.
秋風吹白雲    碧落無纖
추풍취백운    벽락무섬예
忽念此身輕    飄然思出世
홀염차신경    표연사출세

구름의 종류도 많다. 흰 구름, 뭉게구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구름의 모양과 비를 뿌리기 위해 변덕을 부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붙여 놓은 이름이다. 구름과 날씨와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름이 비를 몰고 오는가 하면 바람을 마중 나가는 수가 많다. 변덕부린 전초전이겠다. 백운이 산허리를 휘감을 양이면 한 폭의 그림이다. 이 가을에 백운처럼 홀연히 이 몸이 몸씨 가벼워졌으니, 훌쩍 이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지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이 가을에 훌쩍 이 세상 벗어나고 싶어지는구나(白雲)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1776년 남인 시파가 등용될 때 호조좌랑에 임명된 아버지를 따라 상경, 이듬해 이가환 및 이승훈을 통해 이익의 유고를 얻어 보고 그 학문에 크게 감동되었다 한다. 강진에서 유배와 18년간 오직 집필에만 몰두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가을바람 한 줌이 흰 구름에 살찌우며 불어와서 / 푸른 하늘에는 티끌 한 점 보이지를 않는구나 // 이 가을에 홀연히 이 몸이 몹시 가벼워졌으니 / 훌쩍 한번 이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지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흰 구름을 따라서]로 번역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마음을 상쾌하게 하지만 변화가 없어서 무덤덤함에 싫증을 느끼게도 한다. 그렇지만 저 멀리부터 흰 구름 한 점이라도 있으면 두웅실 같이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가을은 이런 맑은 하늘 현상을 자주 보여서 사람들 마음을 들뜨게 한다.
시인은 아마 이런 계절적인 진미를 맛보면서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면서 시상을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 가을바람 한 줌이 흰 구름을 불러들여 푸른 하늘엔 티끌 한 점도 보이지를 않는다고 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 열매의 계절이란 말은 아마 이따금 흰 구름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화자는 흰 구름 떠가는 가을을 맞이하여 누군가와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홀연히 이 몸이 가벼워져서, 훌쩍 이 세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시심을 발휘했을 것 같다. 이 세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지구를 벗어나 먼 우주 공간을 훌쩍 여행하면서 흰 구름도 만져보고 뭉게구름도 타면서 마음대로 조정調整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흰 구름 불어와서 티끌 한 점 보이잖고, 몸이 몹시 가벼워져 훌쩍 세상 벗어나면’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秋風: 가을 바람. 吹: 불다. 白雲: 흰 구름. 碧落: 푸른 하늘(碧: 푸를 벽. 落떨어질 낙). 無: 없다. 纖    : 티끌(纖: 가늘 섬.    : 일산 예). // 忽: 홀연히. 念: 생각하다. 此身: 이 몸. 輕: 가벼워지다. 飄然: 훌쩍(飄.: 회오리바람 표). 思: 생각하다. 出世: 세상을 벗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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