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3월 12일 우리 곁을 떠난 소설가 김석중. 그의 인생을 돌아보면 실로 다양한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민주투사로 때로는 문화예술기획자로, 때로는 향토사 전문가로, 대표적인 장흥문학전문가 등등 대상과 상황에 맞춰가며 그는 자신의 역할에 변화를 주었다. 

 그가 이토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이유는 단 하나다. 장흥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였다. 생전에 그가 펼친 활동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선택과 실천이 장흥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널리 알려 문화예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 시도이자 노력이었다. 그리고 문화예술이라는 분야 안에서 끈질기게 장르와 경계를 횡단하며 고민하고 또 끊임없이 도전한 그 끝에는 늘 지독히도 애절한 「고향 사랑」이 있었다.

  실로 다양한 수식어가 그의 생전 행보를 수식했음에도 우리는 그를 「소설가 김석중」이라고 지칭한다. 소설이야말로 문화예술과 관련된 그의 모든 업적의 시작점이자 근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고향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장흥의 문화예술 발전에 일생을 바친 그의 언행이 싹을 틔우고 열매 맺기를 거듭한 공간 또한 소설이기에 우리는 주저 없이 그를 「소설가」로 부르고 또 그렇게 기억한다.

  고향 장흥을 향한 그의 사랑이 태어나고 피어나는 공간이 소설이라면, 「소설가 김석중」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데 있어 그의 소설만큼이나 확실한 매개체는 없다. 지난 12월 31일에 장흥문화원에서 발행한 ‘2021년 한국문학특구포럼 장흥작가 선정 작품집 『달뜨면 창을 열고 달뜨면 문을 닫고』’ 또한 고향을 향한 그의 감정이 진하게 배어 있는 한 권이다.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단편에는 「소설가 김석중」이 살아온 한국 현대사의 단면과 함께 공간적 배경으로 장흥이 연달아 등장한다. 특히 그가 태어나고 자랐던 「부산면 용반리」라는 공간은 작품 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고향을 향한 그의 심경을 섬세히 엮어낸다. 계속해서 고향의 지명을 언급하는 작가의 고집스러운 선택에 대해 문학평론가 강경호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김석중의 소설들은 고향 가까운 곳에서 고향을 바라보며 고향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사건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향 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하였다. 여기에서 정서적 사건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를 동반한 것들이 아니라 ‘용반리’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만고만한 일상이 주류를 이룬다. 이렇듯 그가 고향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작품 속에 끌어들이는 것은 그의 말처럼 고향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그는 지척에 고향을 두고 장흥읍에서 살면서 늘 시선을 용반리 쪽으로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평론가 강경호는 한없이 고향을 바라보고 그리는 작가의 한결같음은 작중 인물이 모두 고향어(故鄕語)를 구사하는 작풍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설가 김석중」은 삶의 대부분을 고향 장흥에서 보냈으며 그의 일상을 구성했던 고향 사람들의 언행과 생활은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어찌 보면 소설은 작가의 고향을 향한 지독한 짝사랑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렇기에「소설가 김석중」이 고향 장흥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소설을 읽는다면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향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작가의 애틋함을 확인하는 목적 외에도 소설집 『달뜨면 창을 열고 달뜨면 문을 닫고』의 출간은 의미가 깊다. 이는 문학의 존재 이유와 기능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문학이 예술과 학문 분야의 뿌리에 자리하는 이유는 그것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생각과 삶을 오롯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소설가 김석중」의 단편들은 농촌을 공간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발자취이자 호흡의 증거다. 특히 사라져가는 남도의 정겨운 고향어(故鄕語)를 문자로 남긴 그의 노력은 어학사료(語學史料)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설가 김석중의 인생은 장흥의 문화예술사 그 자체이다. 따라서 그의 행보를 정리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은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 역사를 돌아보는 것과 같다. 2021년 한국문학특구포럼 장흥작가 선정 작품집 『달뜨면 창을 열고 달뜨면 문을 닫고』의 출간은 이러한 작업의 첫 단추라 하겠다. 그가 쌓아 올린 궤적을 정리, 재평가하는 작업은 문림의향의 고장 장흥이 반드시 실행해야 할 문화 예술적 과제인 것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의 계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명절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로 예전만큼 가족, 친지,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담소를 나누기 쉽지 않기에 더욱더 고향의 온기가 그리워진다. 여러 이유로 고향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이때, 김석중 소설집 『달뜨면 창을 열고 달뜨면 문을 닫고』를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고향 땅에서만 느낄 수 있을 거라 여겼던 농촌의 순박함, 넉넉함, 따스함이 문장을 타고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 것이다. 

장흥문화원과 장흥신문사에서는 출판기념회와 함께 3월11일(금)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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