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歸山海暮 저녁 해산에 학 돌아가자 
雲散洞天秋 가을 동천은 구름 흩날린다.
㳙㳙石上水 돌 위엔 물 졸졸 흐르니
萬古長含愁 언제나 큰 수심에 잠기리다.

注)
金華山澄光寺 - 浮槎之西山陽之東間有山焉金華其名也中有寺焉澄光厥號也 낙안 서쪽과 보성 동쪽 사이에 산이 있으니 그 이름은 ‶금화산″이다. 산속에 절이 있으니 그 절집을 ‶징광사″라 부른다.
㳙㳙(연연) - 물이 조금씩 흐르는 모양.

역자 注)
領議政 晩靜堂 徐鍾泰(효종3년1652∼숙종45년1719)가 지은 雪巖禪師 碑가 금화산 징광사에 서 있었다. 碑銘은 ⟦晩靜堂集⟧에 전한다.

◆追悼雪嵒和尙 설암 추붕 화상을 추도하다.

百載相羊趙老門 
조주 문하에서 평생 어정거리다
偶隨蝴蝶入莊園 
우연히 장자에 입문해 나비 따라다녔다.
禪燈匿耀乾坤黑 
선방 등불 감추자 천지는 검은빛이고
法鏡藏輝日月昏 
법의 거울 빛을 잃자 해와 달도 어둡다.
葱嶺自歸悲隻復 
서역 혼자서 돌아가자 다시 외짝은 슬프니
固林誰復吊孤魂 
진실로 산림에서 누가 또 고혼 애도할까.
依然講室空留影 
의연한 강의실에 큰 그림자 머물자
謾使兒孫涙洒軒 
게으른 아손들 마루에 눈물 뿌리게 한다.

注)
相羊(상양) - ‘상양(相佯)’으로 소요⦁배회를 뜻한다. 
依然(의연) - 전과 다름이 없는 모양.
兒孫(아손) - 아들과 손자, 자손, 여기서는 법손과 제자들을 가리킨다.

⦁仙巖寺 선암사

積翠層巒碧漢齊 
청산 겹겹 산봉우리 하늘에 닿고
翼然飛閣出雲梯 
날듯 한 높은 누각 구름사다리 올랐다.
中天白日臨牕近 
중천 밝은 태양은 가까운 창에 있고
上界銀河入戶低 
상계 은하수는 지게문 나직이 들어온다.
北峀風殘踈磬落 
바람 그친 북녘 산 경쇠소리 드물고
東林月吐亂猿啼 
달 토한 동림사 납자 염불소리 어지럽다.
玆遊忽憶前遊處 
이번 유람은 예전 놀던 곳 문득 생각나니
今勝前看嶺海西 
영해 서쪽 오늘 절승은 옛날에 보았다.

注)
嶺海 - 영 너머 바닷가 궁벽한 지방.

▶허정 법종虛靜法宗(현종11년庚戌1670~영조9년癸丑1733)
속성은 完山全氏, 법명은 法宗, 법호는 虛靜, 關西지방 平安道 三和縣 사람이다.
12세에 천관산 명승 玉岑長老를 찾아가 머리를 깎고 출가했다.
공부는 月渚道安(1638~1715) → 雪巖秋鵬(1651~1706)에게 차례로 인가를 받았다. 묘향산에서 입적하니 세수(世壽)는 64세이고 승랍(僧臘)은 52년이다. <허정집(虛靜集)>이 전하고 해남 대둔사에 부도를 세워 사리를 봉안했다.

◆澄光寺垂眞室上梁文
-栢庵性聰(1631~1700)

金華擢芙蓉 乾坤是壼中別界 玉毫動光 彩佛祖之儀表 同龕數椽 爲息影之區 萬衆作歸心之所 上人大振魚山之梵 普聞海潮之音 敢磬折而干于淨壇 期鼎新而爲之營繕 虹樑虬棟 行看掩咉於雲烟 抹綠塗金 想見照耀於岩壑 取玆大壯 麗乎重明 雖望之 若登天之難 則成之 如反掌之易 今日重新法席 一時咸賛幽明 演敭宗乘 川
奔八絃之雲衲 祝延睿筭 雷動萬口之山呼 
 
출전 <栢庵集>下

◆징광사 수진실 상량문(澄光寺垂眞室上梁文)

금화산(金華山)에서 연꽃이 솟아오르니 하늘과 땅은 바로 병속(壼中, 별천지)의 딴 세계로다. 
여래의 옥호(玉毫, 부처의 미간에 있는 흰 털)에서 광채를 발산하여 부처와 조사의 의표(儀表)

▲낙안 홍교 표지석

를 채색하자 같은 감실(龕室)에 두어 서까래를 얹어 청정진성(淸淨眞性)을 닦는 구역을 만들면서 수만 대중이 마음으로 귀의하는 장소가 되었다. 
상인(上人) 어산(魚山, 불교의례에서 범패를 하는 승려)의 범가(梵歌)소리가 크게 울리자 선지식의 처소에서 법문(海潮之音, 바다의 조수 소리)을 두루 듣고서 감히 절을 올리며 정결한 단(淨壇)에 참여하여 혁신(革新, 鼎新)하기를 기약하며 영선(營繕, 건축물을 짓거나 수리함)을 하는구나. 
구름과 이내에 막혀 가렸던 무지개 대들보와 용마루가 걸어갈 때면 보이고 단청과 도금이 바위 골짜기를 반짝반짝 비추리라고 상상해 본다. 
이런 장엄한 승지(勝地)를 얻었으니 수려(秀麗)하구나 거듭 밝음이여! 
비록 바랄 때에는 하늘을 오르듯 어려웠는데 이루고 나니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게 하였구나! 
오늘 법석(法席)을 다시금 새롭게 열자 일시에 생사 간에 모두가 도와준다. 
종승(宗乘, 종파의 교의)의 가르침을 펴며 내달리는 냇물과 같이 팔현금을 연주하는 운수납자들은 임금의 계책(睿筭)이 장수(長壽)하기를 축원하니 만백성의 만세 소리(山呼)가 우레처럼 진동하는 도다.

注)
玉毫(옥호) - 32相(상)의 하나. 부처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 백호상(白毫相)이라고도 한다. 

◆樂安治南斷橋架橋梁勸善文
-백암 성총(1631~1700)

夫車者 可以陸行 而不利於水涉 舟者 可以水行 以不便於陸運 雖濟不通之功一 而其用有殊故也 架虹橋而臥波 截大道而橫空 不用舟楫車輿 亦通其難通者 其惟橋梁歟 樂安郡南郭外十里許有斷橋 輪蹄便道 陸海要津 而衆流之所滙 潮汐之所瀳 不可一日無此橋者也 秋夏交盲風發作連以恠雨 大波舂撞 斷橋復斷 民俱病涉 行旅盤桓 玆有善女人 發普濟之心 欲使衆人 齊登彼岸 亦自願速變男身 而終成佛果 同彼龍女 即取法烏鵲 効謀黿鼉 然獨掌難鳴 必衆毛成毬 同願善男信女 各捐泉布 共襄斯役 則未然之福報 如入福田中所云 幸勿泛勉旃 

출전⟦栢庵集⟧下

◆樂安治南斷橋架橋梁勸善文 낙안 군 남쪽 끊긴 다리 교량을 얽어 만드는 권선문

수레란 것은 육지를 다닐 수 있게 하지만 물을 건너는 데에는 이롭지 못하며 배란 것은 물 위를 다닐 수는 있으나 육지를 운행하기에는 편리하지 못합니다. 
비록 통하지 않는 것을 건네주는 공은 동일하지만 그 쓰임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지개다리를 설치하여 물결 위에 눕혀놓고 큰길을 끊어서 허공에 걸쳐 놓으면 배의 노와 수레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통하기 어려운 것을 통하게 만드는 것도 오직 교량뿐이 아닙니까.
낙안군 남쪽 성곽 밖 십 리 정도에 끊어진 다리가 있는데 거마(車馬,윤제輪蹄)가 다니기에 편리한 길이며 육지와 바다의 긴요한 나루로써 여러 물줄기가 모이는 곳이며 밀물과 썰물이 닿는 곳이라 하루라도 이 다리가 없어서는 불가합니다. 
가을과 여름이 교차할 무렵 사나운 바람이 일어나고 연달아 기괴한 비가 내려 큰 파도가 찌르고 부딪쳐 끊어진 다리가 다시 끊어지게 되었습니다. 
백성들은 모두 건너갈 것을 걱정하고 나그네들도 주저하며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이에 선 여인(善女人)이 있어 널리 구제하는 마음을 내어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피안으로 오르기를 바라고 또한 절로 속히 남자의 몸으로 변하기를 원했습니다.
끝내 부처의 지위를 이루어 저 용녀와 같이 까마귀와 까치에 집착하는 법을 가까이하여 자라와 악어 본받기를 도모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는 손바닥을 울리기가 어려우니 반드시 많은 털이 모여야 모직물(毬)을 이룹니다. 
선남자와 청신녀들이 똑같이 발원해 각자 천포(泉布,화폐)를 출연하여 공동으로 이 행역을 돕는다면 미래(未來, 미연未然)의 복 갚음은 복 밭(福田) 가운데로 들어온 것과 같다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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