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명절 한가위는 예로부터 넉넉함과 풍요를 떠올리게 하는 절기다. 그해 거두어들인 쌀과 과일 등으로 식탁이 풍성하고 가족과 이웃 간의 나눔으로 인해 마음도 풍성해지는 때가 바로 추석, 한가위다. 부모님 세대와 비교해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요즘이지만 한가위에만 누릴 수 있는 넉넉함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고받고 또 나누는 행위는 상대방은 물론 나의 마음도 따뜻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챙기고 또 생각하며 살아왔다.
 
갓 추수한 먹거리를 두 손 가득히 들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인척과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또 교류하는 우리의 전통 명절 추석의 풍경이 작년부터 조금 달라졌다. 코로나 19 사태 때문이다.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하며 내년에는 꼭 회포를 풀자 나누었던 다짐이 또 다시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예상과 다르게 장기전으로 돌입한 코로나와의 전쟁 속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얼굴 봐서 반갑다”라는 인사 대신 전화나 문자를 이용해 “지치지 말자, 견뎌내자”, “다시 만날 때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명절 문화가 순식간에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한가위를 앞둔 시점에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2천 명대에 돌입했다. 수도권의 경우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장흥군에서도 최근 코로나 19 확진자가 38명에 이르러 방심하지 않고 진장하고 있는 추세다.
장흥군의 1차 접종자는 72.6%이며 2차 접종을 완료는 50%를 상회하고 있다. 긴장감을 늦출 때마다 확진자는 증가하고 이에 따라 거리두기 방침도 연장되고 있다. 계속되는 거리두기 방역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은 살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여러 상황이 얽히고설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는 것 또한 여기저기에서 관찰된다.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낭보도 들린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 진행 상황에 따라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일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상 회복이라고 해서 코로나 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다. 「코로나 19 와 함께」라는 뜻을 가진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두된 개념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이 아닌, 코로나 19와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는 영국을 필두로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위드 코로나」는 각 국가 상황에 따라 그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몇몇 유럽국가에서는 봉쇄 조치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형태로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생활양식을 확립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마스크를 필수 아이템으로 하는 생활이 계속될 전망이다. 9월 8일 청와대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는 「위드 마스크」”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이와 같은 방침은 OECD 국가 중 인구밀도 1위인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나와 가족, 이웃을 위해 대한민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에서 마스크는 여전히 필수품인 것이다.
 
작년 명절에 “내년에는 다르겠지”하는 마음으로 군내 곳곳에 건 플래카드에는 「이번 추석 때는 오지 말고 편히 쉬어라」, 「불효자는 ‘옵’니다」, 「올 추석에는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아들아 딸아 코로나 극복 후에 우리 만나자」와 같은 문구가 가득했다. 올해 추석에도 작년과 비슷한 플래카드가 장흥군 여기저기를 장식하고 있다. 이런 풍경이 내년에 또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이제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받아들여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코로나 19 사태 이전의 모습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 없다. 변이가 쉬운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또 어떤 형태의 바이러스가 등장해 우리 사회와 건강을 위협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역행은 도태를 의미한다. 흐름을 읽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다.
코로나 19로 순식간에 변한 우리의 일상을 떠올리며 「위드 코로나」가 가져올 또 다른 변화에 유연히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만이 나와 내 가족, 이웃,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따뜻해질 수 있는 추석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배려해야 할 때다.
방역 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만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다. 이것이 풍성하고 마음 따뜻한 한가위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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