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지난 1963년 존경하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로 지근거리에서 모신 이후 56년의 세월이 지났다. 내일이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가 된다.

지나온 세월을 반추해보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6월 10일 여성지도자이신 영부인 고 이희호 여사님의 2주기를 맞아 국립현충원 묘소에 참배하면서 ‘행동하는 양심’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라고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지나갔다.
두 분께서는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화 동지로서 오직 주권재민(主權在民) 정신으로 국민 편에 서서 살아오셨고,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소외받고 억압받는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가 되었던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년간 매주 화요일마다 4~50여 명의 동지들과 참배하고 추모했으나 코로나19로 이제는 각자 시간 날 때마다 참배의 시간을 갖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나라 민주주의, 인권, 평화통일, 지방자치, 서민경제, 약자보호, 복지국가 실현에 평생을 바치셨다. 사형선고, 납치 등 5번의 죽을 고비와 6여 년간 옥고, 가택연금 등 갖은 음해와 고초를 겪으시면서 ‘인동초’처럼 인내하시며 ‘행동하는 양심’으로 버티셨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을 선생님으로 부르는 게 더 익숙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선고)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게 ‘총보다 국민과 역사가 더 무섭다’는 확신에 따라 불의와 타협을 하지 않았다.

▲1996년 당시 김옥두 경호실장이 김대중 새정치국민회 총재와 뉴욕을 방문한 가운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 김옥두 더불어민주당 고문 제공

의회민주주의자이자 6선 의원으로서 3전 4기의 신화, 4번의 대통령선거 끝에 50여 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경제환란, IMF 외환위기를 전국민 ‘금모으기운동’ 등으로 최단 시일 극복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최초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으로 남북교류 협력시대를 열었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경의선 철도, 육로 개설 등 남북통일의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 설치, 세계가 찬사를 보낸 생산적 복지확충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5대 암 국가보장 등 복지국가 실현, IT강국과 전자정부를 실현시켰다.

전세계가 찬사와 경의를 표한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대한민국 위상과 국격을 한 차원 끌어 올리는 쾌거였다. 이는 국민의 정부의 또 하나의 경이로운 업적이기도 하다. 이 역시 대한민국 국민과 더불어 이희호 여사님의 조력과 내조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63년이다.
그 때를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그 당시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연구실인 내외문제연구소에 비서(秘書)로 첫 출근했고 몇 개월 간 그곳에서 근무했다.

나중에 의전ㆍ수행비서로 임명되고 동교동 자택에서 근무했다. 그 후부터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삶을 가장 가까이서 직접 목격했고, 서거 전까지 45년 간 오직 한 길로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보필했던 것이다.
어찌 보면 그 기간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이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난사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신민당 정책심의위원회 의장으로서 탁월한 정책 대안과 능력으로 언제나 야당을 대표했다.
국회 단상에 서면 물을 뿌린 듯이 조용했으며, 비전 있는 비판과 대안 제시에 집권 여당(與黨)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탁월한 논리로 모든 국회의원들을 압도했다.
그 당시 언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니라 국회 도서관을 제일 많이 찾아 밤 늦도록 공부하면서 의정에 반영할 정책들을 개발했던 점이다. 특히, 대변인 시절 정부시책이나 정책과 관련된 성명을 발표할 때에는 5~6시간씩 공부하며 관련 자료들을 총동원해 집권 여당마저 반론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대안을 마련하는 등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린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물론, 정치권에서 한결같이 장차 이 나라를 이끌 정치지도자로 이미 예견했다. 나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시는 것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하는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 신념과 각오로 지난 50년 간을 한 길로 걸어왔던 것이다.

나는 30여 년 간 군부독재정권이 가한 온갖 탄압과 핍박, 박해, 납치, 가택연금, 인신 구속 등 가시밭길로 점철된 김대중 선생 삶의 궤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이해 하늘나라에서 계시는 두 분께 오늘 희소식을 전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
다름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0주년을 맞아 2020년 11월 2일 창설한 국제민속체육올림픽위원회(창설위원장 강신복)가 ‘다시 김대중정신으로’ 오는 2026년 10월 10일 제1회 서울 국제민속체육올림픽 성공 개최(예정)를 위해 장상 전 국무총리(자문위원)를 비롯해 128명의 창설위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뛰고 있으며, 이번 12주기(2021년 8월 18일)에 맞춰 국제민속체육올림픽 창설 후 270일 간 활동기록과 향후 계획을 담은 제1차 홍보백서 <20년 인고의 세월 속에 꽃을 피우다>를 출간하게 됐다.

아울러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가 주축이 돼 지난 6월 15일 창립한 ‘김대중평화회의’가 오는 10월 27일부터 2일간 예정으로 ‘2021 김대중 평화회의(The Kim Dae-Jung Peace Forum 2021)’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기에 매 2년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석학, 인권운동가 등 세계평화에 이바지한 사람들을 초빙해 남북평화시대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한 김대중 전 대통령 유지를 받들며 ‘다시 김대중정신으로’ 통일시대를 연다고 하니 아니 기쁠 수가 없다.

이 글을 쓰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그 당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갖은 고문과 매질을 당하고, 특히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감시, 미행당한 가족들이 겪었던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에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잘 버텨준 것이 지금도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문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하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생각한다.

이 나라 민주화운동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당한 모든 분께도 존경과 경의를 표하면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영부인 이희호 여사님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삼가 예를 갖춰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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