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목을 움직이는데 불편해서 나이든 탓이려니 그냥 지나쳤으나 며칠 지나도록 쉽게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진료차 정형외과에 들렸다. 의사께서 직업이 무어냐며 묻는다. 옛날 점쟁이의 사전탐색코스였다 현역에서 은퇴한 백수의 처지를 추궁 당하는 것 만 같아 평소 독서취미를 어물쩍 지식인인양 책보는 직업이라고 에둘러 대답했더니, 그런 줄 알았다는 듯 웃고 나서 처방전과 충고도 해준다.
인체 중에서도 목을 가장 약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머리는 무거워서 목뼈는 늘 지나친 하중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본래 고개를 바로 들고 눈 앞 정면과 좌우를 교대로 둘러보며 지내야 정상인데 현대인들의 현상을 대부분 고개를 꺽고 뭔가에 몰두하면서 그만큼 목이 고통과 수난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목을 숙인 체 오래 잊지 말고 자주 바로 들어 좌우로 두리번거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요즘 알만한 한 정치인의 대화중 목자세를 놓고 매우 좋지 않은 습관으로 “도리도리”어법이란 지적이 대중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도리도리가 목 디스크 예방효과를 가져와 오히려 건강학상 권장해야할 메리트가 아닌가? 물론 대화의 매너면에 있어서는 본인의 인격에 흠이 되고 상대에게는 결례가 되겠지만 말이다.
필자가 특정인을 편향 옹호하거나 대변하고픈 의사는 추호도 없다.
다만 인간의 신체적 반응과 오랜 습관간의 충돌은 의학과 정치학의 충돌이란 고뇌도 동반한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다른 각도에서 미국의 한 대중철학자는 이 시대를 “눈의폭발”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한바 있었다. 문화가 시각문화로 일반화되면서 인간의 감각기관들이 눈으로 흡입되는 시각의 일반화 현상이 필연적이 되고, 그 결과 외부세계와의 소통관계는 오로지 시각판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감각의 독재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역설적으로 비약해서 해석해보면 도리도리 두리번거리는 눈 맞춤의 메카니즘은 소통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인 마인드가 될 수 있다 하겠다.
어떻든 건강상 목의 경직이 발생하는 주요원인중 하나로 때만 되면 들여다보는 매체 공간들 때문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인 통념이다.
매체들 안에서는 갖가지 정치 수다의 잔치가 갈수록 가관으로 펼쳐진다.
티브이, 신문, SNS를 막론하고 소위 정치논객, 법전문가, 문화비평가, 심리학자, 방송인, 심지어 정치와 종교를 밀입국자처럼 넘나드는 성직자 등이 둘러앉아서 시국분석과 시시콜콜한 담론에 열을 올린다.
사회분위기는 코로나 집콕의 골팬 시청자들이 쏟아내는 추측성 관전평까지 합세 비게살을 붙여 번져나가 독자들은 소화불량 상태다.
짐짓 진지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풍문과 선정에 열광하는 정치잡설의 난장을 멈출 줄 모른다. 더욱 볼썽 사나운건 그 안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구 권력을 방어하거나 옹위한 이들, 정치현실에 나몰라라 눈감은 덕에 부패한 정치세력으로부터 사적 이익의 추수를 거두었던 이들도 어느 사이 명패와 얼굴을 바꾸고 버젓이 섞여있다는 것이다.
하여간 그동안 그런 제잣거리의 객설과 농담에 우린 관심이 너무 많았다, 너무 자주 목을 꺽고 화면과 액정판을 들여다보는데 열중 한거다,
이제는 목뼈가 고통을 못 이겨 호소한다, 그만하라고, 이제 그만하고 고개를 들어서 세상을 두리번거리라고,
고개를 바로 들고 두리번거리면 보이는 게 참 많다.
깨끗한 아침의 하늘, 공원 산책로의 싱그러운 수목과 화초들, 노란유치원 버스와 헤맑게 웃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도 보인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폐지를 수집하는 노파의 T자 허리는 더욱 굽어가고, 산업현장의 일용직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까지 위협받고, 고학력 미취업 청년들의 귀갓길 휘청거리는 서글픈 모습들도 보인다.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라 벌써 잊혀져가는 얼마 전 과거의 얼굴들도 보인다.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서 아직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보이고, 아이들을 구하려다 침몰해버린 어느 잠수부도 보이고, 더 많이 눈을 들어 두리번거리면 심지어 오래된 과거의 사람들도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부당한 권력, 음험한 음모,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망각의 강 저 편으로 떠내려 가버린 수많은 익명의 측은한 얼굴들도 보인다,
고개를 바로 들고 욕스러운 시국의 곳곳을 두리번거리는 일이 필요하겠다.
그러면 무엇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도 뚜렷해졌다.
정치권은 대선의 집권 야욕에만 매몰되어 정파적 이기주의의 허위와 거짓, 선동으로 국민을 더 이상 혼란스럽고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지금 부터라도 세상의 어둡고 아픈 곳 을 찾아 눈을 두리번거리기를 바란다, 그동안 업신 여겨왔던 도리도리 두리번 의식이 유용하게 선용되어 국민건강과 사회발전에 받침목이 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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