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言(대언)/계곡 장유
곤륜산 날려버려 땅덩이를 깨 부시어
우주를 가두어서 붓끝으로 모은 뒤에
기울려 동해바다에 내 벼루에 따라보리.
彈指兮崑崙粉碎    噓氣兮大塊粉破
탄지혜곤륜분쇄    허기혜대괴분파
牢籠宇宙輸毫端    傾寫瀛海入硯池
뢰롱우주수호단    경사영해입연지

온 우주를 떡을 주무르듯이 큰 생각에 젖었던 시상을 이따금 만난다. 우리 선현들이 이런 생각까지 했던가 하는 생각이 어깨가 으쓱해진다. 남이 장군의 [대장부大丈夫]에서도 그런 생각을 만났고, 현대의 일석의 시조에서도 손톱으로 톡 틔기면 금이 갈 듯한 [벽공碧空]도 그런 모습이었다. 장유의 대언에서는 더 큰 기상을 만난다. 손가락을 ‘톡’ 튕겨서 곤륜산을 날려버리고, 콧바람을 불어서 땅덩이를 깨부수려고 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온 우주를 모두 가두어 붓 끝으로 모은 뒤에야(大言)로 제목을 붙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계곡(溪谷) 장유(張維:1587∼1638)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623년 인조반정에 가담해 정사공신 2등에 녹훈되고 봉교를 거쳐 전적과 예조ㆍ이조의 낭관을 지냈다. 대사간·대사성ㆍ대사헌 등을 두루 역임하였다. 1624년(인조 2) 이괄의 난 때 왕을 공주로 호종하는 역할을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손가락을 ‘톡’ 튕겨서 곤륜산을 날려버리고 / 콧바람을 불어서 널따란 땅덩이를 깨부수려고 하네 // 온 우주를 모두 가두어 붓 끝으로 모은 뒤에야 / 동해바다 기울여서 내 벼루에 따라 보리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커다란 말 한마디]로 번역된다. 어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리고 있다. 허풍쟁이와 통 큰 사람의 구분이다. 소인이 사실보다 과장해서 말하면 허풍이 되고 대인이 자신의 큰 뜻을 오밀조밀 말로 설명하려니 구차해서 과장법을 쓰면 이처럼 통 큰 시가 된다. 다음은 소인과 대인의 구분이다. 소인은 자신과 제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대인은 자신의 이익에 앞서 대의명분을 따르는 사람이다. 대인의 말 한 마디 시상이다.
시인은 다음과 같은 큰 말을 담아 보았다. 손가락을 한번 튕겨서 곤륜산을 날려버리고, 콧바람을 한번 불어서 땅덩이를 깨부수려 했다고 말하고 있다. 우주를 바라보는 선경先景의 과정법치는 대단히 커 보이는 한 마디 시상으로 담았다.
화자는 후정後情을 붓 끝과 벼루에 담아 보겠다는 야심찬 시심이다. 온 우주를 모두 가두어 붓 끝으로 모은 뒤에야, 동해바다 살며시 기울여서 내 벼루에 따라보리라는 시상의 보따리를 쏟아 붓는다. 이런 시를 읽고 나면 좁은 생각에 사로 잡혔던 소심증小心症이 갑자기 커지는 것 같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통 큰 마음이 생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손가락으로 곤륜산 콧바람으로 땅덩이를, 온 우주 붓끝으로 모아 동해바다 벼루에 따라’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毫端: 硯池:
彈指兮: 손가락을 퉁기다. 崑崙: 발해 동쪽 신선이 사는 상상의 산. 粉碎: 분쇄하다. 噓氣兮: 탄식하는 기운이여! 大塊: 흙덩어리. 粉破: 가루로 만들다. // 牢: 견고하다, 가축우리. 籠宇宙輸: 온 우주를 가두다. 毫端: 털끝, ‘붓’. 傾寫: 기울려. 瀛海入: 다다를 담고 기울다. 硯池: 먹물이 담긴 벼루 움푹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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