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읍 산저 마을의 세계 최대의 고인돌
2007년 10월 5일부터 8일까지 장흥에서 치러진 제10차 세계거석문화 축제. 8일 오전 관산읍 고인돌탐방에 나선 국내외 학자 30여명은 산저마을(일명 성주골) 고인돌을 답사한 후 단일규모로 세계최대 규모의 고인돌을 둘러보고, “고인돌 사용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며, 이 고인돌 중심부에 새겨진 암각화는 최소 5천년에서 최대 3만 5천년에 기록된 암각화”라며 “탄소측정 등 실측에서 최소 1만4천년 이상의 것으로만 판명돼도 한반도 最古의 암각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관산의 방촌마을 고인돌군, 산저마을 고인돌군 등을 둘러본 국내외 학자들은 특히 산저마을 고인돌을 둘러보고, 산저리 최대 고인돌(덮개돌 직경 10~12m, 두께 0.5m~1m, 무게 150톤)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충분한 가치와 자격이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 청동기 시대 대표적인 유적인 고인돌

 세계 석학들의 숨을 멎게 하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 장엄한 경관이 우리 장흥에 있다. 고인돌이 즐비한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고인돌은 “돌을 고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기원전 1000년 전에 만들어졌다. 한자로는 지석묘(支石墓)라고도 표기하는 고인돌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다. 청동기 시대였던 당시 장례 및 제례 문화는 물론 고인돌 안에 주검과 함께 매장된 토기나 석기 등을 통해 과거의 삶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유적이다.
그 때문에 당시의 생활과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귀한 자료가 고인돌에는 가득하다. 고인돌이 역사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농경 사회의 형성과 함께 등장한 권력 구도 및 관계를 가늠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고인돌의 형태와 규모, 위치는 먼 과거의 사회상을 예측하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관산읍 방촌마을 앞에는 삼괴정(三槐亭) 이라는 고인돌 20여기 群이 있다. 고려 회주목(懷州牧) 때 명기(名妓) 옥경과 명월이가 느티나무 3그루를 심었다하여 여기정(女妓亭)이라 불렀는데 연재(淵齋) 송병선 선생이 1898년 3월 30일 이곳을 찾아 “삼괴정(三槐亭)”이라 명명하고 제일 큰 바위에 새겨 놓았다.

●●● 한반도 호남지방은 “고인돌 왕국”

 고인돌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과 같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고인돌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수의 고인돌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한에서 약 3만여 기, 북한에서 약 1만~1만 5천여 기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 고인돌 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숫자라고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세계 고인돌의 40% 이상이 우리나라에 모여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남한의 고인돌 대부분이 주로 서해안 지역, 특히 호남 지방에 밀집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이런 사실을 접하고 나면 인근의 화순의 고인돌 유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또한 그리 어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웃인 화순군의 고인돌 유적은 2000년 고창, 강화의 고인돌 유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에서는 화순, 고창, 강화의 고인돌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유적의 완전성, 희귀성, 역사성, 그리고 특수성을 결정적인 이유로 꼽았다.
2000~3000년 전에 축조된 세 지역(화순, 고창, 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유례없는 밀집 분포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유적의 보존 상태 또한 뛰어나기 때문에 한반도의 거석문화 발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먼 과거인 선사시대 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구조, 정치체계는 물론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사시대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보존 가치가 매우 높기에 2000년 12월 국제연합 교육과학 문화기구(유네스코, UNESCO)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방촌리 지석묘군(長興 傍村里 支石墓群)-도지정기념물 제134호 ▲방촌리 지석묘군(長興 傍村里 支石墓群)-도지정기념물 제134호

●●●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 유적을 가지고 있는 장흥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도전을 시작하다.

 1989년 목포대학교 박물관의 지표조사 때 장흥 고인돌 분포 수는 2,364기로 밝혀졌다. 국내 지자체 단위로 보았을 때 가장 많은 수의 유적이 장흥군에 분포되어 있다는 뜻이다.
화순, 고창, 강화의 고인돌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유적의 밀집도 였다. 장흥군 고인돌 유적지는 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밀집도를 보이고 있으며 꾸준히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이러한 상황에 힘입어 장흥군에서는 오래 전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시도를 전개해 왔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타개할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다.
최근 정종순 군수는 장흥군 고인돌 유적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고인돌 유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군의 고인돌이 그 가치에 걸맞은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의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은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이어야 하며 동시에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특출한 증거로서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어야 한다.
장흥군 고인돌 유적지는 이와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따라서 등재는 당연한 선택이며 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유산임을 증명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관광객 증가와 수입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산의 역사적 중요도와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에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즉 지역 문화의 발전과 경제 동력뿐만이 아닌 지역민의 자긍심 고취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히 해당 지역에 위치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의 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우, 해당 유산 보존을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유네스코 신탁기금 등을 통해 저개발국 유산 보존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보편적이다. 지금까지 지역 내 문화유산의 보호와 발굴에 힘써왔다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는 기존의 사고와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절호의 기회다. 전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보존을 위해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장흥 고유의 풍경을 만드는 고인돌 유적

장흥을 대표하는 고인돌 유적을 꼽으라면 관산읍에 있는 ‘장흥방촌리지석묘군(長興傍村里支石墓群)’과, 유치면에 위치한 ‘장흥송정 고인돌(長興松亭支石墓)선사문화유적’를 들 수 있다. ‘장흥방촌리지석묘군(長興傍村里支石墓群)’에는 청동기시대의 고인돌 90여 기가 분포되어 있으며 전라남도 기념물 제134호로 지정된 중요 유물이다.
 장흥군 유치면의 ‘장흥송정 고인돌(長興松亭支石墓)선사문화유적’ 또한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50여 기의 고인돌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특히 2007년 장흥군 유치면 신풍리에 조성된 ‘장흥선사문화유적공원’은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인위적인 요소를 가미하지 않은 공원 안의 무수한 고인돌의 풍경은 ‘고인돌 왕국’ 1번지 장흥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용어가 남발하는 안내판이 즐비한 여타 공원과는 차별화된 자연미야말로 우리 장흥이 고인돌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를 말해 주는 듯하다.
 
●●● 문화도시 장흥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

  장흥군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나하나 그 개성이 강렬하여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장흥군의 이런 특성을 충분히 살린 전문적인 문화 행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채롭고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전해져 온 문화유산을 아끼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지금을 사는 우리의 의무다.
훗날 이 지역에서 살아갈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라도 자랑스러운 우리 장흥의 고인돌 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적 가치의 산물인 고인돌이 즐비한 곳 유치면 신풍리 “선사문화유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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