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향기와 풀내음이 가득한 정직한 우유 공방
가장 신선한 우유가 드시고 싶다면?

▲김유진 대표

봄이 되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만물이 기지개를 켠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의 꽃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계절이다. 푸릇푸릇하게 서서히 물드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설레는 기분과 함께 맛있는 것을 가까이 두고 즐기며 나누고픈 마음 또한 강해진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먹거리로 미각을 깨워 봄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 오늘은 우리들의 이 부푼 마음을 살포시 안아줄, 우리 지역의 정직하고 맛 좋은 기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흥읍 동부파출소 근처에 자리 잡은 아담한 가게 「길목장」은 처음 찾는 이에게는 조금 불친절한 곳일지 모르겠다. 가게 외관의 미를 망치지 않겠다는 듯한 작은 목제 간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선 순간, 기존의 형식 즉 큰 간판으로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지 않겠다는 선택은 바로 질 좋은 제품을 바탕으로 하는 「길목장」의 자부심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 풀내음 가득한 대표 제품 「도깨비풀 우유」
「길목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단어가 「도깨비풀」이다. 그 익숙함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유하고 도깨비풀하고 무슨 상관이 있지?” 「도깨비풀」이라는 단어를 「길목장」의 간판 상품인 우유 이름에 넣은 이유에 대해 김유정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희 아버님이 1992년에 농장을 시작하셨어요. 소에게 먹이려고 사료가 아니고 들판에 꼴을 베러 가시는데요. 그때 바지 여기저기에 도깨비풀이 엄청 붙게 되잖아요. 그런 모습으로 오시는 거예요. 밤에 집에서 바지에 붙은 도깨비풀 다 떼고.... “도깨비풀 묻어가면서 꼴 베서 먹였던 그 우유가 사실은 진짜 건강한 우유거든요.”
소를 먹이기 위해 풀숲을 가로지르다 보면 옷 여기저기에 잔뜩 붙어 있는 도깨비풀 씨앗. 긴 시간의 작업 후, 피곤한 몸으로 씨앗을 하나하나 떼어 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 하루 소를 위해, 그리고 신선한 우유를 위해, 나아가서는 가족과 우유를 마시는 모두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땀 흘렸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는 순간이 바로 도깨비풀 씨앗을 제거하는 순간이기에 그 기억을 소중히 하고 싶었다.
「도깨비풀」이 지니는 의미는 하나 더 있다. 어느 틈엔가 사람의 옷에, 동물의 털 여기저기에 붙어 멀리까지 이동하고 번식하는 도깨비풀 씨앗처럼 「길목장」의 제품도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 정직한 부부 기업인 김유진, 정찬섭 대표의 소망이 담긴 단어다.

●●● 전남 최초로 유럽 크리머리 방식을 도입하다
「크리머리」는 갓 짠 신선한 우유로 유제품을 생산하는 낙농장을 뜻한다. 우리가 평소 마시는 유제품의 경우, 낙농가에서 착유한 우유가 공장으로 향한 후 여러 제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신문 기사에 의하면 새벽 3~4시에 착유한 우유가 공장에 도착해 제조과정을 기다리는 시간은 대략 6시간이라고 한다. 제아무리 기술력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민감한 식품인 우유의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크리머리」의 유제품은 우리가 지금껏 의식하지 못했던 우유의 신선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신선함이 특징이기에 원거리가 아닌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판매하게 되는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굉장히 기쁜 방식이라 하겠다. 또 대규모 공정이 아닌 우유 공방(크리머리)에서 소량 생산되는 만큼, 만든 이의 정성도 담뿍 들어 있다.
현장에서 접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바로 상품 제조에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크리머리」가 일반적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 남편 정찬섭 대표는 대학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유산균을 전공했다. 이후 독일에서 크리머리식 생산과 유통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럽식 「크리머리」의 이점을 도입하고 싶다는 그의 포부는 장흥에 전남 최초의 크리머리 농장과 가게를 여는 행보로 이어졌다.

●●● 싱싱한 풀을 먹고 자라는 건강한 소가 만들어 내는 건강한 우유
좋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부부의 이상이 곧바로 현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제품의 질이기에, 확고한 신념과 정직함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좋은 우유 생산을 위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김유진, 정찬섭 부부의 철학은 “소가 먹은 것이 우유가 됩니다. 풀을 먹으면 풀향기가, 꽃을 먹으면 꽃내음이 납니다”라는 한 마디에 오롯이 녹아 있다. 젖소가 먹는 것이 우유가 되기에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풀을 먹이는 일이다. 이 확고한 철학 덕분에 「길목장」의 도깨비풀 우유는 계절마다 그 맛도 미묘하게 다르다. 생각해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들판에 자라나는 풀 종류와 그 양은 늘 제각각이다. 어떤 풀을 먹는지, 그 양은 얼만큼인지에 따라 우유가 머금은 풍미와 향은 달라지기 마련이며, 이 부분이 매일 같은 사료를 먹는 젖소의 우유와 명확히 구분되는 포인트다. 5,000평의 대지에서 자유롭게 거닐며 풀을 뜯는, 130여 마리의 젖소가 만드는 향기로운 목초 우유! 슬프게도 싱그러운 풀만 먹고 사는 젖소의 목초 우유는 일반적으로 사육되는 젖소의 우유와 비교했을 때 그 양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단다. 그렇기에 한 번 맛을 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옛날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마셨던 우유는 다 목초 우유였다. 그래서일까.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르신들은 더 좋아하신단다. 어릴 적에 마셨던 그 우유 맛이라며 단골손님이 된 분도 계신다고 하니 잊힐 뻔했던 전통을 이어가는 우유인 셈이다.맛은 물론이요 함유한 성분도 일반 우유와 다르다. 도깨비풀 우유에는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우유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의 칼슘이 들어 있다. 또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없는 착한 지방인 오메가3와 오메가6, 그리고 혈전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리놀렌산은 「길목장」의 목초 우유에만 들어있는 성분이다.

●●● 적은 양이기에 더 정성스럽게
요리가 취미인 김유진 대표는 치즈 만드는 법을 배우러 갔다가 치즈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후 치즈 만들기를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고 「길목장」을 운영하는 그 과정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 또한 유럽으로 건너가 치즈 생산에 관련된 것들을 배웠다. 네 종류(스테이크, 리코타, 스트링, 가우다 치즈)의 「길목장」표 치즈는 치즈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픈 그녀의 작품이기도 하다.
우유를 시작으로 치즈 그리고 요거트, 밀크잼 또한 「길목장」을 대표하는 유제품이다.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요거트와 달리 「길목장」의 요거트 세 종류(클래식, 딸기, 블루베리)는 긴 시간이 필요한 발효 과정을 생략하지 않는다. 요거트에서 느껴지는 치즈향이야말로 발효에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담았다는 증거다. 시간을 단축하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그건 「길목장」의 철학과 맞지 않기에,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공정에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길목장」의 정성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제품은 밀크잼이다. 건강한 밀크잼을 위해 설탕양은 줄이고 하루의 농축과 하루의 숙성 시간을 더했다. 은은한 캐러멜 향기가 가득한 작은 병 안에 무려 이틀이라는 시간이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우유 맛이 깊고, 고소하며 또 쫀득하다.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을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다. “자식 같은 제품”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할 만큼 시간과 정성을 들일 수 있는 것은 지금의 「길목장」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소량 생산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파는 것이 아닌, 소량의 제품에 맛과 정성을 꾹꾹 눌러 담겠다는 고집 덕분에 믿고 먹는 「길목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리라.

●●●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길목장」, 선물세트로 푸짐하게 즐겨보자
소에게 들판의 무성한 풀과 들꽃을 먹여 계절 향기 가득한 우유를 생산하겠다는 뚝심은 멀리서도 눈에 띄나 보다. 장흥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과 출향민 사이에서 「길목장」은 장흥의 맛집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도깨비풀 우유를 사용한 라떼와 카푸치노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우유 메뉴와 아이스크림도 있다. 좋은 우유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는 카페 메뉴 또한 쉬이 지나칠 수 없는 「길목장」의 매력 중 하나다. 이 맛을 찾아 「길목장」 찾는 이가 제법 있다고 하니, 입소문이 무섭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020년 12월에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에게 「길목장」의 철학을 널리 알렸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이 필요한 사업자가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최근에는 자금 확보뿐만이 아니라 사업자의 기술력과 제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김유진 대표는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믿을 수 있는 유제품을 향한 대중의 관심과, 「길목장」이 걸어온 길이 정도正道였음을 제대로 확인한 좋은 기회”였다고 당시의 뜨거운 반응을 회상했다.
이렇듯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길목장」의 고정 팬들에게, 또는 고향의 맛을 멀리서나마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길목장 선물세트」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매장에 문의하면 원하는 제품으로 구성할 수 있고,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 많은 이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넓은「길」을 꿈꾸는 「길목장」
가업을 잇기 위한 정찬섭 대표의 노력은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5시에 일어나 소를 돌보는 정찬섭 대표의 결심에 반한 김유진 대표와 함께 장흥에 크리머리를 설립하고 또 확장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길목장」을 만든 부부는 또 다른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2018년, 김유진 대표는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농업기술박람회 수제 육가공품 콘테스트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다시 말하면 「길목장」에서 수제햄을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군민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에 보답하고 싶다는 부부는 공장을 신축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길목장」을 아끼는 이들과 교류하는 기회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목장 체험 프로그램과 더불어 건강한 먹거리 생산과 환경 보호를 위한 지식 나눔에도 도전해 보고 싶단다. 이런 작은 노력이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기에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길목장」에 들어서면 왼편에 편백수와 김부각이 놓여있는 작은 수레가 있다. 장흥을 대표하는 이들 상품이 「길목장」 입구에 자리 잡은 까닭은 장흥의 기업들과 공생하고자 하는 부부의 또 다른 철학 때문이다. 「길목장」의 제품에 장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길목에 서는 장처럼, 사람과 사람을 잇고 싶다는 뜻으로 이름도「길목장」으로 했다는 김유진, 정찬섭 대표의 뚝심과 철학이 더 넓은 길목으로 거듭나길, 도깨비풀 씨앗처럼 멀리까지 퍼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                                       ▲/정리, 편집부

☞장흥군 장흥읍 동부로 4  ☎ 061)863-6130
영업시간 : 평일10:00~20:30, 주말11:00~19:00. 홈페이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 네이버에서 「길목장」으로 검색. 인스타그램: @gilmok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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