浿江歌(패강가)/백호 임제
패강의 아가씨들 봄놀이 즐기려니
수양버들 실실이 늘어져 애달픈데
버들 실 비단 짠다면 고운님을 위하여.
浿江兒女踏春陽    江上垂楊正斷腸
패강아녀답춘양    강상수양정단장
無限烟絲若可織    爲君裁作舞衣裳
무한연사약가직    위군재작무의상

정지상은 송인送人에서 대동강은 흐르는 물은 마를 때가 있을 것인가(大同江水何時盡)라고 노래했다. 대동강은 그랬었다. 임을 보내는 한의 눈물이 서려 있는 곳이다. 보내놓고 혼자 울었고, 시름을 달랬다. 그리고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대동강을 찾았다. 고운 임을 위해 춤옷이라도 지었으면 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동강 가의 아가씨들이 봄을 맞아 놀이에 즐거워하니, 수양버들 실실이 늘어져 마음만이 애달프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가느다란 버들 실로 비단을 차곡차곡 짜낸다면(浿江歌)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백호(白湖) 임제(林悌:1549∼1587)로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인이다. 22세 되던 어느 겨울날 호서를 거쳐 서울로 가는 길에 우연히 지은 시가 성운에게 전해진 것이 계기가 되어 그를 스승으로 모셨다. 이런 인연으로 창루와 주사를 그만두고 오직 글공부에만 뜻을 두었다고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패강인 대동강 가의 아가씨들이 봄을 맞아 놀이에 즐거워하니 / 수양버들 실실이 늘어져 마음만이 애달프구나 //가느다란 버들 실로 비단을 차곡차곡 짜낸다면 / 고운 임을 위해 춤옷이라도 지으리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패강(대동강)의 노래]로 번역된다. 봄이 되면서 대동강 가에 아가씨들이 나와 놀이를 즐겼던 모양이다. 봄처녀를 맞이하는 봄맞이였겠다. 봄의 대명사처럼 쓰인 수양버들이 실실이 늘어졌으니 마음을 애달프게 했을 것이고, 이를 이용하여 옷베라도 짜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는 시심을 발휘했으니 마음은 한결 가벼웠겠다. 대동강은 이별의 정한을 담기로도 알려진 강이다.
시인은 패강이라고 불리었던 평양의 대동강가에서 아가씨들이 봄나들이를 나와 즐겁게 노는 모양에 취하여 시심을 발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패강 아가씨들이 봄놀이를 즐기려니, 수양버들은 실실이 늘어져 마음을 애달프게 했다고 했다. 수양버들과 봄은 연관성이 많았고, 고운 옷 베를 생각해 왔기 때문이리라.
화자는 아가씨들이 다음에 시집을 가게 되면 고운 임을 위해 수양버들이란 날실로 옷 베를 실실이 짰으면 좋겠다는 생각했겠다. 가느다란 버들 실로 비단을 짠다면, 고운 임 위해 춤옷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꾀꼬리가 수양버들 가지를 좌우로 넘나들면서 옷 베를 짰던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봄놀이한 아가씨들 수양버들 늘어졌네, 버들실로 비단 짜면 임의 춤옷 지으리라’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浿江: 대동강의 옛이름. 兒女: 아가씨들. 踏: 밟아 즐기다. 春陽: 봄몰이. 江上: 강 위. 垂楊: 수양버들이 늘어지다. 正: 바로. 斷腸: 애달프다. 애가 끊어지다. // 無限: 한량이 없다. 烟絲: 버들실. 若可: 가히 ~과 같다. 織: 비단. 爲君: 임을 위하여. 裁作: 짓다. 만들다. 舞: 춤을 추다. 衣裳: 의상. 옷.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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