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 회진면 한재공원에서 할미꽃이 봄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할미꽃은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절정을 이루며, 특유의 소박한 멋과 고즈넉한 정취로 사랑을 받고 있다.
득량만을 한눈에 담고 있는 장흥군 한재공원은 10ha 면적의 국내 최대 규모 할미꽃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꽃이 피는 모습이 할머니를 닮았고 씨앗이 익으면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을 닮은 꽃...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할미꽃의 향연이 한재공원에서 시작된다.

옛날 어느 곳에 딸 3자매를 길러서 시집을 보내고 외롭게 홀로 사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셨다.
큰 딸은 가까운 장터에서, 둘째딸은 고개 너머 동네에서 셋째 딸은 30리나 떨어진 아주 궁벽한 촌에서 각각 살았는데 큰 딸과 둘째 딸은 생활이 넉넉하여도 어머니께 불효했고 셋째 딸은 어머니께 대한 효성은 지극하지만 생활이 너무나 어려워서 도저히 어머니를 모실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혼자 살고 계시다 연세가 연로하여 더 이상 혼자는 살수가 없게 됐으므로 생각다 못해 큰 딸의 집을 찾아갔으나 며칠이 못되어 딸과 사위의 구박이 심해 할머니는 셋째 딸의 집으로 가는 것이 굶어도 마음이 편하겠다고 생각하여 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그러나 워낙 먹지도 못하던 몸이라 얼마를 못가서 기력이 떨어져 더 이상 걷기가 힘들어 둘째 딸의 집에서 잠깐 쉬어서 가야겠다 생각하고 고개 너머에 있는 둘째 딸의 집으로 향하니 둘째 딸은 벌써 어머니가 먼데서 오는 것을 보고는 대문을 닫고 열어주지도 않았다.
때는 마침 겨울이라 바람은 불고 춥기는 하고 지팡이의 힘은 점점 줄어들어 할머니는 온힘을 다해 걸었으나 셋째 딸의 집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 큰 고개 까지 왔을 때 그만 넘어져 일어나지를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시고 말았다.
마침 산에 나무를 하러 왔던 막내사위가 이것을 보고 양지바른 곳에 장사를 잘 지냈더니 그해 한식날 그 무덤에서 보지 못하던 꽃이 피었는데 할머니의 굽은 허리의
모양과 흡사했으므로 그 꽃을 할미꽃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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