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류醬類가 세계 최고의 발효식품 醱酵食品이라는 신념으로
청국장을 전남 최초로 아마존에 입점 시켰다.
농업법인 (주)장흥식품 대표 천정자

▲천정자 대표

◆장흥 명당 안양면 기산마을의 장독대와 메주덩이들
장흥의 명당 마을을 지칭할때는 거의 어김없이 ‘안양면 기산 마을’이 치칭된다, 기산마을은 그만큼 풍광이 수려하고 샘물은 달고 그윽하며 인문의 향맥이 빼어난 곳이다. 그 마을의 뒷자락 양지바른 터에 수백여개의 옹기 장독대와 한옥의 처마에 주렁주렁 걸린 메주 덩이들이 시선을 끈다. 누가 보아도 잘 익은 된장과 밥상의 맛을 내는 조선 간장의 구수한 냄새가 오감을 자극해올 것 같은 풍경이다. 카메라 앵글을 열면 전통적이면서도 향수어린 좋은 사진들이 찍혀 질 것 같은 그 풍경의 행간에서 한 여인의 몸짓이 분주하게 누비고 있다.
천정자(79) 장흥식품 대표이다. 천정자님은 부산광역시 출신으로 1963년 부산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그 후 30여년간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79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동안에 미모를 겸비한 “여선생‘이 어떤 연유로 장흥군의 사자산 기슭에서 장독대와 메주덩이들과 씨름 하고 있을까.

◆장흥, 장류와의 인연 그리고 운명과 같은 사업의 시작
천정자님은 장흥과의, 인연 그 운명적인 조우를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2011년이었습니다. 당시 충청도에서 “서산된장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에게 장흥군수님이 장흥으로 와서 사업을 해 보라고 권유 하셨습니다. 그 권유에 단 한 번 찾아와 본 장흥에 담박에 꽃혔구요. 그 때부터 장흥에서의 제 삶과 사업이 시작 되었지요’ 천정자님은 장류醬類인 된장, 청국장, 고추장 간장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하게된 동기를 술회 하였다. 천정자님의 가계는 제법 유복한 가정이었다. 그래서 일상의 의식주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조모祖母님은 유독히 먹거리에 정성을 쏟는 손 속이어서 식구들의 밥 상에 오르는 반찬 한 가지에도 소흘함이 없는 분이었다. 특히 된장과 간장은 모든 반찬의 근원이고 맛이고 영양이라고 강조하였고 매년 된장을 담는 작업을 큰 행사처럼 조신하고 야무지게 하는 분이었다. 조모님의 하루하루 일은 장독대의 된장 간장 독을 닦고 햇볕을 쪼이고 발효의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는 일이었다. 조모님의 그 일상이 어찌나 경건 하던지 천정자님은 자신도 어른이 도면 할머니같이 된장 간장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였다.
언젠가는 조모님께 그 뜻을 비추었더니 정색을 하고 말리면서 당부를 하였다. 너는 여선생인이 되어라. 그리고 손 끝에 물 묻히지 말고 곱게 살아라.
조모님의 그 당부가 통하였는지 천정자님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러나 때때로 간절하고 식탐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어릴적 조모님께서 손으로 조물조물 묻히어 뚝딱 만들어 밥 상에 올리는 반찬들의 그 깊고 그리운 맛이었다.

◆서울 올림픽과 일본 동경대학교 부속 병원에서의 수술
88서울 올림픽이 개최된 해 1988년도의 일이었다. 천정자님은 악성 담석증으로 급박한  처지가 되었고 친지의 권유와 도움으로 일본 동경대학교 부속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주치의는 최소 2주일간은 경과를 살펴 보자고 했다. 무료한 시간이었다. 티비를 시청하는 것만이  낙이었다. 어느날 한국을 소재로 하는 취재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화면의 그림은 우리의 전통 한옥과 그 한옥의 마당에 가득히 줄지어 있는 장독대와 옹기들이었다. 그리고 된장을 푸는 손 길, 그 된장으로 음식음 만드는 손 길.. 그 화면들이 전율처럼 천정자님의 심신을 흔들어 왔다. 자막의 한자漢字는 ‘한국 최고의 발효 식품’ 운운 하는 내용인 것 같았다.  그로부터 몇 일이 지난 후였다. 티비에서는 대동아전쟁 당시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희생된 피폭 환자들에 대한 특집을 방영중이었다. 그 내용중에 시선을 끈 대목이 있었다. 피폭 환자들의 치유 과정을 추적해 본 연구의 결과 매일 두 끼 이상씩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를 섭취한 환자들의 징후가 놀랍도록 호전된 결과로 입증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일본의 미소(된장)와 낫토(청국장류) 최고의 치유 효능을 지닌 발효 식품이라고 부언하고 있었다. 실제로 당시만 해도 동양의 발효 식품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제품은 일본의 ‘낫토’였다. 천정자님은 충격과 함께 잠재해 있던 호승심의 불길이 타 오르는 것 같았다.
미소, 낫토 이런 발효 식품이 뭐가 최고란 말인가. 우리 한국의 전통 된장과 청국장 고추장 간장의 그 깊고 오묘한 감칠 맛과 풍부한 영양소를 지닌 발효 식품이 아니겠는가. 신체를 재생 할 정도의 뛰어난 미생물의 보물 덩어리인 우리의 전통 음식들이 일본의 장류 식품에 뒤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면에서 조모님이 애지중지 관리 하던 장독대에서 형형색색으로 숨 쉬며 발효 되던 장류들이 일제히 살아나는 것 같았다.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퇴원하여 귀국한 이듬해에 천정자님은 ‘서산된장연구소’를 설립하여 평생의 사명인 장류 사업에 뛰어 들었다.

◆장흥의 물, 장흥의 산하 그리고 장흥인의 손 맛
-낫토를 넘어산 청국장의 개발

천정자님은 2011년 장흥으로 이거하였다. 사자산 기슭의 기산 마을에 농업회사법인을 설립 하고 ㈜장흥식품을 창립 하였다.
“자고로 음식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해요.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들 하지요.  그렇게 조화가 있게 만들어진 음식이 최고의 보양식이고 건강식인 것이지요. 여기 장흥군 기산 마을은 최고의 명당 마을입니다. 보세요 눈을 들어 어디를 보아도 수려한 경관이고 포근한 산 자락이고 건강한 수목들의 생성이 기운차게 느껴지는 곳이지요. 더불어 지하에서 길러 올리는 물, 그 물 맛은 최고의 청정 약수입니다. 그 뿐이 아니지요. 장흥에서 수확한 콩 장흥의 토양에서 결실된 부자재로 만든 제품이니 최고 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천정자님은 조모님의 손 속을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 내어 재현하는 심정으로 장류를 담지만 주먹구구식으로  하지는 않았다. 미생물학을 공부 하고 우리 몸에 약이 되는 발효 식품이 왜 콩에서부터 시작 되는가를 추적 하듯이 연구하였다.
그러한 공부와 연구의 결과로 2020년 9월에는 ‘우리 몸에 약이 되는 최고의 물질, 콩- 발효식품에 숨겨진 비밀’이라는 제목의 연구 총서를 간행하기도 하였다.
연구와 공부는 제품으로 탄생 하였다.
천정자님은 된장과 간장을 가장 전통적인 맛을 지키면서 가장 대중화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여 저온건조 발효 방식을 응용하여 신개념의 청국장을 개발하였다.
이른바 ‘청국장 가루’‘건청국장’ ‘그리고 ’생청국장’등 이었다. 특히 분말 청국장과 건청국장은 그 맛이 대중적이며 영양과 미생물의 함량이 뛰어난 신제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쇼핑 몰, 아마존 입점의 쾌거
우리 할머니의 된장과 청국장이 일본의 낫토 따위에 밀릴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의 식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낫토만큼 우리 한국의 전통 장류인 청국장과 된장과 고추장과 간장을 지구촌의 곳곳에서 맛 보게 하자. 천정자님의 이러한 의지는 한류문화의 확산과 함께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미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의 발효식품’을 주제로 하는 강연회를 개최하여 천정자님을 강사로 초청 하였다. 청중의 대부분이 미국인들이었다. 천정자님의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 했다.  그 여세에 힘 입어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시장을 노크 하였다. 그 결과 2018년에는 상품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세계 최대의 쇼핑 몰인 ‘아마존’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전남 지역에서는 최초로 일군 성과이기도 했다.
천정자님의 손 속으로 빚어낸 제품들은 신뢰가 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맛이 있다.
전통 된장, 활칠 된장, 고추장, 매실 고추장, 그리고 전통 한식 간장에 이어 대표적으로 네 세울 수 있는 제품이 신개념 청국장이다.
천정자님은 오늘도 장흥의 겨울 햇살 아래서 옹기들과 동행하고 있다.
그녀의 발걸음, 손 길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제품의 브랜드인 햇콩마루는 깨끗한 토양, 맑은 지하 암반수, 청정한 공기로 만들어 지며 장인의 기술과 자연 발효로 숙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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