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Ⅷ                /국역: 정민(한양대 국문과교수)      

신기루 그림
海蜃圖

我昔扁舟泛溟渤
내 예전 조각배를 한 바다에 띄우고 
蒼茫烟霧隨輕鳧
아마득한 안개 속에 오리를 따라갔네. 
洪濤連天杳無際
큰 파도 하늘 닿아 아득히 끝이 없어
勢傾百粵呑東吳
백월(百粵) 땅 뒤흔들고 동오(東吳)마저 삼킬 듯.
是時新晴玉宇高
이때 날이 개자 큰 집이 우뚝한데 
長風颯爽生秋菰
긴 바람 상쾌하여 가을 향초 돋아난 듯.
中流有氣忽昇霏
중간에 기운 있어 홀연 연기 피더니만 
半空紫赤形狀殊
반공에 자줏빛의 형상이 기이하다.
有如樓臺出層霄
마치 누각 같은 것이 층층 하늘 솟은 듯 
晶光散射臨平鋪
수정빛 쏟아져서 수면 위에 펼쳐진 듯.
曲闌橫檻見明迷
굽은 난간 걸린 기둥 또렷하다 흐려지니
怳然閣道超有無
아득히 각도(閣道)는 있는 듯 안 보이네.
豐城劒氣豈堪比
풍성검(豐城劍)의 칼 기운도 어찌 이에 견주리오
南山朝躋眞區區
남산 아침 뭉게구름도 여기 대면 구구하다. 
我謂仙人好樓居
내가 말하기를, “신선들의 좋은 거처 
瓊宮貝闕開蓬壺
경궁(瓊宮)과 패궐(貝闕)이 봉래도에 열려 있네. 
丹靑百丈耀日月
백 길 높이 단청 위로 해와 달이 빛나거니
海天縹緲連淸都
바다 하늘 아득히 청도(淸都)에 이어 있네. 
擬欲因之謝此世
이를 따라 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데 
攀緣神侶相招呼
신선 벗들 이끌어 서로 불러 초대하네.
驂雲駕風入無倪
구름 마차 바람 수레 끝없이 들어가니
簾櫳俯挽羲和烏
주렴 창서 굽어보아 희화(羲和)의 까마귀 당겼지. 
俄然是氣忽崩頹
갑작스레 이 기운 무너져 스러지니 
隨波散盡看須臾
물결 따라 죄 흩어져 잠깐만에 간데 없네.”
茫如怳如甚驚怪
막막하고 황홀하여 괴이함에 놀라서 
同舟試問蒿船夫
같이 탄 사공에게 시험삼아 물었네. 
船夫告我是海蜃
사공은 날더러 신기루라 알려주며
潛波吐氣頗雄麤
“잠긴 파도 기운 토해 웅장하고 거칠지요.
蚌雖水居乃螭精
방합 조개 물에 살아도 이무기의 정령이라
陰陽交怪騰縈紆
음양의 기운 얽혀 감돌아 솟구치죠. 
海中奇變豈但爾
바다 속의 기이한 변화 어찌 다만 이뿐이리 
君曾不見眞嗚呼
그대 진작 못 봤다니 참으로 애석하다. 
鵬騫九萬翼蔽天
붕새가 구만리 날면 날개가 하늘 덮고 
鰲負三山立東隅
자라는 삼산 이고 동쪽 모퉁이에 서있다네.
鯨鯢吸海海波渴
고래가 바다 삼켜 파도가 고갈되고
驪龍曝背雄牙鬢
여룡이 등 볕 쬐자 어금니 수염 웅장하다.” 
我聞此語重歎驚
내가 이말 듣고 다시 놀라 탄식하며 
瞿然寒粟生肌膚
두려워 찬 소름이 피부에 돋아나네. 
回船來臥山中廬
배를 돌려 산 속 집에 돌아와 누웠자니 
大觀壯懷誰肩吾
큰 경관 장한 회포 견줄 자 누구이리. 
時時魂夢海天頭
때때로 꿈 속 넋이 바다 하늘 맴돌자면 
眼中樓閣依依乎
눈 속에 누각이 변함없이 솟았겠지. 
人間萬事苦拘攣
인간의 온갖 일이 괴롭게 끌어당겨
不得再往興長吁
다시 가지 못하고서 긴 탄식만 일으키네. 
誰知畵工知我意
그 어떤 화공(畵工)이 내 뜻을 미리 알아 
卷送萬里風濤圖
바람 파도 그림을 만리 길에 보냈던고. 
披來蜃樓宛舊見
펼쳐 보니 신기루는 전에 본 듯 완연하고
形模纖悉明錙銖
형태 모양 자세해서 저울처럼 분명하다. 
長年掛壁靜相對
언제나 벽에 걸고 고요히 마주보면
不須范蠡浮五湖
범려가 오호(五湖)에 떠서 노님도 부럽잖네 
三山十洲在何處
삼산과 십주는 어디메 있단 말가
傲倪人世紛榮枯
인간 세상 흘깃 보니 영고성쇠 어지럽다.

다락배는 익주로 내려가고 -회시 3등 하
樓船下益州[會三下]

大晉方膺渾一機
진(晉)나라가 한 기틀을 합쳐서 정벌할 제 
吳王暴虐浮癸夏
오왕(吳王)은 포학하게 계하(癸夏)를 움직였네.
征討規模在任將
정토(征討)의 규모는 맡은 장수 달렸는데 
王公神略孫吳亞
왕공의 신묘한 꾀 손빈(孫矉) 오기(吳起) 버금갔지.
受命一笑望吳都
명을 받고 웃으면서 오나라 도읍 바라보니 
壯氣直向牛斗射
장한 기운 솟구쳐서 북두성을 쏘는구나. 
長江不是限南北
장강(長江)은 남북으로 경계 짓지 않는지라 
順流行師天所借
물길 따라 군대 옮기니 하늘이 돕는 바라. 
樓船萬軸壓江流
다락 배 일 만 척이 강을 메워 떠가는데 
吹便剩得長風駕
긴 바람 올라타 바람조차 돕는구나. 
叱叱陽侯使爲殿
한심하다 양후(陽侯)는 사람 부려 궁전 짓고
驅馭馮夷更前迓
하백 풍이(馮夷) 이끌고서 앞에 나와 맞았다네.
益州千艘未解纜
익주 땅 천 척 배는 닻줄조차 풀지 않고 
金陵殘月愁寒夜
금릉 새벽달에 추운 밤을 근심했지.
泛江徐進誰敢遏
강에 떠서 천천히 나아가니 뉘 감히 막아설까 
亂聲柔櫓從流下
어지러운 노 젓는 소리 강물 따라 내려갔네. 
恃江爲固信愚料
강물 믿고 굳게 여김 어리석은 생각이라 
連江符鎖皆無藉
강 가로지른 자물쇠는 모두 소용없었네. 
一朝征鼓滿吳都
하루아침 정벌 북소리 오나라 도읍 가득 차니 
錯疑飛渡爭相訝
날아왔나 착각하여 서로 다퉈 의심했지. 
可笑全吳百萬師
가소롭다 전 오나라 백만의 군대들이 
奔竄蒼黃不自暇
창황히 달아나며 허둥지둥 하는구나. 
百年王業一朝空
백년의 왕업이 하루아침 비어지고
道傍啣壁效喑啞
길 가에서 투항하며 벙어리 흉내냈네.
一下樓船百勝俱
한번 누선(樓船)에서 내려 온갖 승리 거두니 
籌得規模良致覇
규모를 헤아리매 패자(覇者) 되기 넉넉하다.  
談笑平吳歸故都
담소하며 오나라 평정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니
晉廐戰馬鞍猶御
진나라 마구간 전마(戰馬) 들은 안장도 안 풀었네. 
騷人千載目遺事
천년 뒤 시인이 남겨진 얘기 듣고
想像未免心膳怕
상상만으로도 두려움 면치 못하니, 
誰洗筆舌賦短章
누가 필설(筆舌) 씻어내어 짧은 글을 지어서 
更使雄威振聲價
다시금 용맹하게 성가(聲價)를 떨치게 하리. 
吳家一敗何足哀
오나라 한번에 패함 어찌 족히 슬퍼하며 
晉室一盛何足□
진나라 단번에 성함 어찌 족히 기뻐하리. 
畢竟吳晉一覆轍
마침내는 둘 다 모두 한꺼번에 뒤집어져 
萬古長江恨難瀉
만고에 장강은 한스러움 가눌 길 없는 것을      끝 ▲/정리,편집=昊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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