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스스로의 이야기이며 누군가의 삶의 노정을 글로 쓰고  간행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을 일컫는다. 사람들에게는 곡절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래서 흔히 이런 표현을 한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하도 곡절이 많아서 소설책으로 써도 몇권은 될 것이여”
몇 권으로 써도 부족할 것 같은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온 이 땅의 많은 이웃들은 그러나 정작 책으로 간행하는 용기는 부족한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말만 앞세우다가 후회 비슷한 미진함을 남기는 것으로 대신 한다. 대신에 용기(?)있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간행하는 이들은 비슷한 경향이 있다. 상당한 재력을 쌓아서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과시하고 싶거나 포장하고 싶은 의도에서 저서전의 형식을 빌어 세상에 알리는 경우가 있다. 다른 경향은 정치적 입지의 의도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하여 자신을 알리고 싶은 다분히 정략적인 경우이다.
위의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대필 작가에게 의뢰해서 씌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책은 자서전이라기 보다는 “구술기록물”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바이러스의 엄습으로 다사다난했던 이 해의 송년 즈음에 한 권의 자서전을 전달 받았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은 장흥읍 송산마을 출신의 정준택의 인생 이야기였다.  이 책은 우선 대필 작가의 흔적이 묻어 있거나 혹은 출판사의 기획 출판의 냄새라고는 전혀없는 그야말로 “담백하고 진솔한 자전적 이야기”여서  독자의 입장에서도 수흘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우선 현란한 문장으로 포장하지도 않았고 기승전결이 분명하게 편집하지도 않은 그 “솔직하고 서툰~그래서 담백하게 느껴지는” 서술이 진정성있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저자 정준택은 이 책의 부제副題를 “운運이 좋은 사람 정준택이 딸들에게 전하는 편지”라고 제題 하고 있다. 그러나 정준택의 이야기에서 만나는 그의 삶은 결코 운이 좋은 사람의 노정은 아니게 느껴 지고 있었다. 초혼인 부친과 재혼인 모친의 슬하 삼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정준택은 6세때에 부친을 여의었다. 부친의 작고와 함께 간단치 않은 가정 사정으로 서자庶子의 처지로 몰려 참으로 고단하게 살림을 꾸리며 삼형제를 키우던 모친은 정준택이 고2년때 작고 하시었다. 그야말로 천애 고아의 신세. 그것이 저자의 청년 시절이었다.

필자는 부모를 여의고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은 그이의“고학苦學”의  학창시절을 서술한 대목에서 가슴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고학! 요즘의 학생들에게는 그 단어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 “알바” 등을 하면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조달하는 학생들은 있지만 고학이라는 표현은 별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준택은 대학을 졸업 할 때까지의 다난한 고학의 고달픔과 가난함을 아주 담담하게 서술 하고 있다.
정준택은 그의 연애사, 교우관계, 결혼 직장에서의 다양한 화제들을 감정적인 표현을 앞세우지도 않고 진솔하게 기교라고는 없는 담담한 문장으로 쓰고 있었다. 그 담백함이 오히려 독자들과의 간격을 좁혀 주는 것 같았다.

정준택은 보험과 금융의 공직 분야에서 30여년을 대과 없이 재직하였고 퇴직 후에도 관련 분야의 중책을 맡아 현역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방송 패널로 고정 출연하여 이름을 알리고 해외 연수를 통하여 견문을 넓히는 등의 직장 생활의 결실들이 그저 운으로만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그이의 치열한 노력과 정연하게 대처하는 처세의 결과일 것이다. 제3자로써는 가늠할 수 없었던 행간을 열심히 살아온 그이는 겸손하게도 정년 퇴직 후에도 일 할수 있는 여건, 그런 상황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평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정준택의 운은 스스로 개척하고 보듬고 살아온 성실한 인생의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정준택은 천상 장흥 사람으로 고향인 장흥과의 연고를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 같아 보인다.  그간 장생탐진포럼 멤버로 활동하면서 보여준 장흥에 대한 웅숭깊은 애정도 그렇거니와 근간에는 재경 장흥중고총동문회 회장직을 맡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이다.

사족을 남기자면 이책을 추천한 이는 영원한 장흥인인 안황권교수이고(경기대학교) 이 책을 간행한 출판사인 ㈜삼보아트의 강용석 대표는 필자가 존경하는 부산면의 후배이며 이 책은 꼭 소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이는 장흥신문의 백광준 대표여서 책장을 넘길때마다 정남진녁의 산, 바다, 강과 식물들의 냄새가 느껴 지는 것 같다.
-2020.11.(주)삼보아트285쪽, 값12,000원-

▲학력: 장흥남초, 장흥중, 장흥고,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경희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 보험해상법무학과(법학석사) ▲코리안리재보험 내부감사책임자(2019.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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