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Ⅳ                           /국역: 정민(한양대 국문과교수)

尖頭忽報有寇至
첨두(尖頭)가 느닷없이 도적 왔다 알리면서 
我境庶盡爲呑嚥
우리 땅이 거의 다 삼켜지게 되었다네.
王于興言集髦士
왕은 이에 말 일으켜 모사를 모집하여 
誓告左右咸精鍊
좌우에게 맹서하니 모두 다 정예로다. 
中山公子銳爾鋒
“중산공자(中山公子) 그대는 네 칼끝을 벼리고
烏城墨客爲我先
오성묵객(烏城墨客) 나를 위해 선봉이 되어다오. 
律乃舒卷會稽生
회계생(會稽生)은 쇠뇌 쏨을 담당하고 
礪乃頑鈍宣州硯
선주연(宣州硯)은 무딘 칼날 숫돌에 갈지니라. 
蠢玆麴君縱厥逸
저 국군(麴君) 준동하나 제멋대로 방일하여 
敗度敗禮昏心面
예의 법도 어그러져 마음 온통 어둡다네. 
不徒漫潤亂天君
은택 적심 일삼잖코 천군 어지럽히니 
亡家喪國皆玆譴
집 잃고 나라 잃음 모두 이것 허물일세. 
又今匪茹侵我疆
또 이제 생각 없이 우리 땅을 침공하니 
厥罪貫盈宜赤典
그 죄 온통 하늘 찔러 피를 봄이 마땅하다.
民若水火徯我蘇
백성들 물불 속에서 나의 구원 기다리니 
舊染咸新在此戰
옛 습속 새롭게 함 이 싸움에 달려 있다.” 
堂堂筆陣連靑雲
당당한 필진(筆陣)은 푸른 구름 맞닿았고 
飛檄飄飄忽如箭
나는 격문 날아감은 화살처럼 어지럽다. 
兵交鋒接在馳騁
말을 온통 내달리며 병장기로 교접하니 
一場往復千百變
한바탕 오고 감이 천백 가지 변화로다. 
乾旋坤轉風雨走
하늘 땅 섞여 돌고 비바람 내달리고
龍挐虎躍驚雷電
용호(龍虎)가 날고 뛰고 우레 번개 치더니만, 
山河盡蕩日月昏
산하는 온통 엉망되고 해와 달 빛 잃었네. 
洪纖動植咸貫穿
크고 작은 동식물들 모두다 도륙되고 
長風劒舌草木偃
장풍 이는 칼날에 풀과 나무 쓰러졌다.
醉鄕百里期席卷
취향(醉鄕) 사방 백리를 석권함 기약하니
斗筲之器誰敢當
변변찮은 깜냥으로 누가 감히 감당하리. 
酒兵十千皆疲倦
일만의 술나라 군대 모두가 지쳐 눕고 
前徒倒戈血漂鹵
앞 무리는 창에 찔려 피가 온통 범벅일세.
聽讋視亂胥睊睊
보고 들음 어지러워 서로 모두 머뭇대고
將軍猛氣變겁弱
장군의 사나운 기상 겁쟁이로 변했구나. 
悲歌慷慨誰來援
슬픈 노래 강개해도 누가 와서 구원할까 
麴君出降若崩角
국군(麴君) 나와 항복하고 머리를 조아리네. 
頓首接罹冠初免
재앙 만나 고개 숙여 머리 관을 벗기우니 
詩王乘興氣肆橫
시왕(詩王)은 흥이 나서 기운 자못 거만하다. 
麾雲吐霓欣顧眄
기염을 토하면서 기쁘게 둘러보며 
呼來麴君數其罪
국군(麴君)을 불러와서 그 죄악을 헤아린다. 
汝惡從前溢經傳
“너의 죄악 예전부터 경전 말씀 능멸하니 
惟天降命祀玆酒
하늘이 너 술로 제사하라 명령함은,
孝養父母自洗腆
부모 효로 봉양하고 예 갖추라 함이거늘 
如何使人大亂德
어이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크게 덕을 어지럽혀,
俾晝作夜紛迷眩
밤낮 없이 어지러이 미혹되게 하였던고.”
麴君靦然若不聞
국군(麴君)은 부끄러워 마치 듣지 못하는 듯
四體無骨堪頹輭
사지에 뼈가 없어 흐믈흐믈 무너지듯. 
詩王班師歌大風
시왕(詩王)의 군대는 대풍가(大風歌)를 부르면서
縹緲獻凱蓬萊殿
아스라이 봉래전(蓬萊殿)서 개선을 아뢰누나. 
登壇大赦策勳勞
단에 올라 책훈(策勳) 노고 크게 위로 하는 중에 
桃林日月春光遍
도림(桃林)의 해와 달은 봄볕이 넘쳐나네. 
石卿俟班墨客卿
석경(石卿)은 줄을 지어 묵객경(墨客卿)을 기다리고
歸老管城毛公餞
은퇴하는 관성(管城)을 모공(毛公)이 전송하네. 
蕭然文物舊戰場
문물이 쓸쓸한 예전의 싸움터에
惟餘樽爵生荅蘇
남긴 술통 술잔 위엔 이끼가 돋았구나.
古來斯戰孰主張
예부터 이런 싸움 누가 주장할 것인가
一斗百篇君不見
술 한 말에 시 백편을 그대 보지 못했던가.

●강원도관찰사로 떠나는 임억령을 전송하며
奉送石川按節關東

吾聞秘志傳中州
듣자니 비지(秘志)가 중주(中州)에 전하는데 
三山東海浮鰲頭
동해에 삼신산이 자라 머리 위에 떠 있다네.
茫茫弱水不可渡
아마득한 약수(弱水)는 건너려도 할 수 없어
悵望幾許勞心眸
구슬피 바라보며 마음만 수고롭다. 
誰知靑丘學仙者
청구(靑丘)에도 신선술을 배워 익힌 사람 있어 
飄然一杖窮探遊
표연히 지팡이 짚고 찾아 노님 뉘 알리오. 
瀛壺西峙是妙香
서쪽 솟은 영호산(瀛壺山)은 묘향산이 그것이요 
方丈南紀稱頭流
남녘의 방장산(方丈山)은 두류산을 일컫누나. 
況玆楓岳名關東
하물며 이 풍악산 관동 땅에 이름나니
雲烟杳靄蓬萊宮
구름 안개 자옥한 봉래궁(蓬萊宮)이 이곳이라. 
仙標不與衆峯倫
빼어난 그 자태는 뭇뫼 짝을 못 겨루니
八萬四千銀芙蓉
8만 4천 봉우리는 은으로 된 부용(芙蓉)일세.
嗟余未躡子喬舃
왕자교 벗은 신을 내 아직 못 신으니
半生夢想徒忡忡
반생에 꿈 속 생각 한갓 근심 겹기만해.
瓊崖玉洞雪月明
옥같은 절벽 골짝 눈빛 달빛 밝았는데
此時石川先生行
이러한 때 석천 선생 행차를 떠나시네.
先生風骨脫烟火
선생의 풍골(風骨)은 인간 세상 벗어나니
前身誤寫黃庭經
전생에 “황정경(黃庭經)”을 한 자 잘못 베껴썼지.
胸呑二十八星宿
가슴엔 이십팔수 천문(天文)을 품어 있고 
眼空萬古人中英
눈은 높아 만고(萬古) 영웅 안중에 하나 없네. 
文章自許屈宋壇
굴원(屈原)과 송옥(宋玉)에다 문장을 자부하고 
風流肯後王謝班
풍류는 왕원(王垣) 사안(謝安) 반열에 뒤지잖네. 
早年飛采鳳凰池
젊은 날에 봉황지(鳳凰池)서 화려함을 뽐냈더니
珃珃玉珮鳴金鑾
쟁글쟁글 패옥 소리 금방울처럼 울렸었지.
三朝光寵舊詞臣
세 조정에 총애 입은 오래된 사신(詞臣)이라
有約幾許山中人
몇 번이나 산 사람 될 약속을 두었던고.
今秋海邑大無禾
올 가을 바다 고을 가뭄 들어 곡식 없어
王命汝往蘇饑民
임금 명이 네가 가서 기민(饑民) 구제 하라셨네.                 ▲/정리,편집=昊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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