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지명은 우선 ‘순 우리말’로 짓고, 나중에 ‘한자어(訓,音), 이두’ 등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중에 쉽게 차용할 수 있는 소재가 ‘나무 이름’이다. 그런 ‘나무 이름’ 역시 그 '한자어 훈(訓,뜻)의 뜻을 살렸다기보다는 그 訓(훈)의  ‘소리값(새김소리)’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 바꾸어 말하면, ‘나무 이름’ 지명은 그 훈음(訓音/석음釋音)의 음가(音價)에 대응하는 ‘우리말 소리값’을 이용하여 작명한 경우가 더 많다. ‘나무(木)’ 자체만 해도 다양하게 표시된다. ‘나무 木’의 ‘나무’가 ‘나무<남<南<南끝< 낭끝’ 등을 뜻하는 경우(木里ㆍ,木端,ㆍ木浦)도 있고, ‘나무 木’의 ‘木’이 ‘목項(항)’의 ‘노루목’처럼 ‘긴(진) 목’ 지형으로 활용(眞木, 長項)되는 것이다.

1) 감나무(枾木,시목) - 한자어 柴가 들어간 지명으로 ‘장동 枾木/柴木치(峙), 장평 양촌 柴木’이 있다. 그 유래를 ‘먹는 감나무(枾시)’로 쉽게 풀어버리지만, 아니다. ‘가마를 때는 연료 되는 땔감나무(柴木,시목)’을 가리킨다. 장동과 장평 산간지역의 가마터 주변에 위치한 땔감나무 채집지에서 유래한 ‘땔감나무 시(柴)’임에도 세월이 흐르면서 ‘감나무 시(枾)’로 바뀌어져 버렸다. ‘점(店)터, 시장(柴場), 가마터’의 존재를 은폐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이 아니더라도, 주거용 땔감은 물론이고 ‘가마터(사기, 옹기, 소금) 땔감’ 조달문제는 우리 일상생활에 긴요했는바, ‘시목(柴木)’은 조선후기 왕조실록에 아주 빈번하게 등장한다. 부산면 薪峴(신현, 섭고개)의 신(薪)도 ‘땔감나무 섶신(薪)’이다

2) 밤나무(栗) - ‘밤나무 栗’이 들어간 ‘율리, 율치, 율포, 율산, 율곡’ 경우는 ‘먹는 밤나무’가 아니다. ‘논배미 밤(배미, 뱀)’을 가리킨다. 대개 논이 넓거나 어느 정도 있는 곳이다, ‘논배미’를 ‘밤야(夜), 범호(虎), 뱀사(蛇), 배미(배梨)’로 받기도 했는바, ‘대야(大夜)리, 호계(虎溪)리, 사동(蛇洞)’은 들판이 너른 곳이다. ‘율지(栗枝)’는 ‘배미(밤,받 )갓’ 동네라 할 수 있다.

3) 배나무(梨ㆍ木) - ‘梨목평, 梨곡, 梨천, 梨포’ 등 사례이다.  ‘배’ 音價는 아주 다양하게 활용된다. ‘먹는 배’도 있지만, ‘타는 배(船,舟), 논배미 배, 산밭(山田) 배’도 있다. ‘산(받,밭배) < 배실(梨谷),배론(舟論)’도 있고. ‘뱀이(沓) < 배미,배-(梨)들, 梨坪’도 있고, ‘타는 배(梨) <배(船), 나루터 梨浦’도 있고, ‘배(梨)가 ’배(舟)‘로 바뀌며 ’舟(주)암, 舟교, 舟촌’이 되면서 ‘배미(들판)’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안 포촌(浦村) 또는 선소(船所) 주변의 산곡에 등장하는, ‘배(梨)나무 지명’은 ‘먹는 배나무’가 아니라, 실제로는 ‘배를 만드는 선재(船材), 선목(船木)’으로 활용되는는 ‘소나무’를 채취하는 지역인 경우가 많다.

4) 잣나무(栢) - 우리말 ‘잣, 자시’는 ‘성(城)’인데, 한자어 ‘잣栢’으로 받았다. ‘잣(城)< 잣두, 잣고개, 잣등’, ‘잣栢峴, 栢/登村(잣등)/ 동백리(뒷잣)’등이다.

5) 소나무(松) - ‘송치, 송현, 송정, 송산, 송전’ 등 지명사례가 있다. 먼저 ‘작다(오솔길, 솔다)’는 뜻에서 온, ‘솔峙 <송峙, 솔치재’가 있고, 또는 금산(禁山) 금송(禁松) 정책에 관련된 ‘松田, 松山(솔메), 송(松)정’도 있으니 구별해야 한다. ‘소나무가 있다’는 단순한 뜻에서 온 경우도 있음은 물론이다. ‘송 <솥’으로 변이된 ‘솥댕이’에서 온, ‘소태실< 솥터(鼎)’가 병칭된 경우도 있다.

6) 칠(옻漆), 황칠(黃漆)나무 - ‘옻漆 = 일곱七’이 ‘漆良 <七良’으로 통용되며, ‘칠은(七隱) <七人’ 사례도 있다. 물론 ‘황칠, 칠’의 주산지일 경우도 있을 것.

7) 차나무(茶), 동백나무(山茶) - ‘찻등, 다전登, 다산登, 茶山’이 있고, 동백나무는 ‘山茶花’로 표기된다. 전라도 해안지역에 ‘다산’은 여기저기 꽤 많다.

8) 칡나무(葛), 가래나무(楸) - “갈라지다, 갈림길”에서 온, ‘갈령(葛嶺), 葛頭, 葛재(=蘆嶺), 가을(갈)평’ 등은 ‘칡 갈(葛)’의 ‘갈(葛)’로 받은 것이다. 반면에 ‘칡’으로 받아 ‘칠(七)’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갈대 로(蘆)’로 받는 경우도 있다.

9) 대나무(竹) - ‘크다(대 <죽)에서 온 ’竹川, 竹橋, 竹嶺’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대나무가 많은 곳’을 지칭하기도 하고, 또는 ‘큰(竹 <大)’의 ‘크다’로 받아 ‘큰(大) 내(川) <大천 <竹천’으로 변하기도 한다. 

10) 참나무(眞木) - 실제로 참나무가 많은 곳으로 보기는 어렵다. ‘회진 진목’은 ‘길다(질다)’의 ‘긴 목(木,項)< 眞木’으로, 역시 ‘길다(질다)’에서 온 ‘장항(長項)’과 통하는 경우 이겠다.

11) 버드나무(柳유, 류) - ‘柳동, 柳량, 柳천’ 등 마을지명이 있는데, ‘柳 < 有’로 바뀌기도 한다. “반듯하게 뻗다, 번듯하다 <버드(버들)내”가 있는 곳으로 ‘柳川 < 柳谷’ 사례가 있는 반면에, 예컨대 ‘사기점, 옹기점, 유기점’ 등 ‘점등(店)’이 ‘점<젖 < 유(乳)< 柳(유)’ 과정을 거쳐 ‘乳(유)동 <柳동’이 되기도 한다.

12) 매화나무(梅) - ‘뫼(山)=매(梅)’ 사례도 있고, ‘梅뫼=무>물’ 사례도 있다. ‘梅南< 뫼남이< 뫼넘미< 무너미(水南)’로 상통하는 경우도 있고, ‘매꽃(꼬지) <梅花 <매화낙지’ 사례도 있다.

13) 오동나무(梧) - ‘가마터’를 ‘가(까)많다’에서 온, ‘가(까)마귀 오(烏)’로 받고나서, 다시 가마터가 있는 곳을 ‘烏산, 梧산, 鰲산’ 또는 ‘멍에(駕), 가마(駕)’의 ‘가(駕)학’ 등으로 옮긴다.

14) 기왕에 “용산 포곡(蒲谷)”을 살펴본다. ‘蒲谷’이라지만, ‘부들 포(蒲), 창포 포(蒲)’와의 특별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개인적 의견은 ‘버드(벋은) 내’ 물길이 뻗어 들어간, 그 여자가랑이 안쪽처럼 보이는 지세를 뜻하는 ‘보/잣보’를 ‘포’로 받은 것 같다. 실제로 ‘자(雌)포실, 자(雌)포지재’라고도 부르며, ‘자봉포란(雌鳳抱卵)’ 명당으로 지칭된다. 이때의 ‘포’를 혹 ‘자루 포(包)’ 또는 ‘잡을 포(捕)’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뻐꾸기 울음소리 포곡(布穀)’ 또는 ‘포곡식(包谷式) 산성의 포곡(包谷)’과 연관시킬 수는 없겠다. 추후 상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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