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七言古詩)Ⅱ                  /국역: 정민(한양대 국문과교수)

●한유(韓愈)의 “불골표(佛骨表)”를 읽고
讀佛骨表<당나라 때 한유(韓愈)가 불교의 폐해를 논해 올린 글>

皇天降衷在下民
하늘이 덕을 내려 백성에게 두었나니 
精一大道無時虧
유정유일(惟精惟一) 큰 도리 어그러진 때 없었네. 
周流磅礡萬萬古
두루 흘러 만세토록 가득히 넘쳐나니 
炳如靑天白日垂
푸른 하늘 태양처럼 환하게 빛났었지. 
千載誰料有瞿曇
천재(千載)에 그 누구라 부처 생각했으리오 
倡起瞽說紛多歧
눈먼 얘기 크게 일어 갈림길이 많아졌네. 
大唐中葉有憲宗
당나라 중엽에 헌종이란 황제 있어 
倡起瞽說紛多歧
부처 사리 두 번 절해 대궐로 맞이했네. 
昌黎大韓尙書
한상서(韓尙書) 창려(昌黎) 공은 대단한 문장으로 
六經學問師仲尼
육경을 배워 익혀 공자를 본받았네. 
精忠耿耿感神鬼
순수한 충성 빛나 귀신도 감동하니 
慷慨作表陳危辭
강개히 표문 지어 바른 말을 아뢰었지. 
倡起瞽說紛多歧
간을 갈라 붓 만들어 피를 뿌려 글을 쓰니 
文字鬱嵂蟠蛟螭
문장은 성대하여 이무기가 서렸는 듯. 
上恐斯文日墮地
위로는 사문(斯文)이 나날이 실추되어 
君臣父子無倫彛
군신과 부자 사이 윤리 없음 염려하고, 
下恐天王萬乘尊
아래로는 부처가 천자보다 높게되어 
捨其中國從於夷
중국을 버리고서 오랑캐 됨 걱정했지. 
淸晨陳疏拜丹闕
맑은 새벽 소를 올려 대궐에 절 올리매 
道統一脈期扶持
도통(道統)의 한 맥이 유지되길 기약했네. 
誰知天高白日遠
하늘 높고 태양 멂을 그 누가 알았으랴 
陰雨慘慘雷霆隨
음산한 비 참혹하고 천둥마저 뒤따랐지. 
南荒謫去八千路
남쪽 변방 귀양 가니 8천리나 아득한 곳 
潮州遠在天一涯
조주(潮州)는 아득히 하늘 끝에 있었네. 
宣室竟無前席問
선실(宣室)에는 마침내 자리 당겨 물음 없고 
文字鬱嵂蟠蛟螭
무덤은 적막해라 황량한 산모퉁이라. 
光陰忽忽驚一
세월도 덧없구나 내달림에 놀라보니 
忠魂義魄今何之
충의(忠義)로운 혼과 넋은 지금은 어디 갔나? 
泰山北斗知己無
태산과 북두 같아 알아주는 사람 없고 
至今惟有瓊?詞
이제까지 남은 것은 주옥같은 글뿐일세. 
文如堯典舜典字
글은 ‘요전(堯典)’이나 ‘순전(舜典)’과 같아 
聱牙詰曲無葳甤
뻑뻑하고 어려워도 군더더긴 하나 없네. 
元功不下鄒孟氏
크신 공은 맹자보다 결코 낮지 않거니와 
聱牙詰曲無葳甤
우리 도(道)를 크게 펴서 건재함을 기약했네.
風欞盥手薔薇露
바람 드는 들창 가에 장미 이슬 손을 씻고 
焚香一讀聲唔咿
향 사르고 한번 읽자 소리도 낭랑해라. 
公之大名若元氣
공의 크신 그 이름은 천지의 기운 같아 
應與吾道垂兩儀
오도(吾道)와 부응하여 천지에 드리우리. 
泚毫願寫黼座傍
붓 적셔 베껴내어 자리 곁에 걸어두고 
擬諸湯盤朝暮規
탕왕(湯王) 반명(盤銘) 본받아서 아침저녁 본받으리.

●기수에 목욕하고
浴乎沂 

我思四子侍夫子
네 분 제자 공자님을 모시던 일 생각하면 
杏壇日和春風微
행단(杏壇)에 날은 밝고 봄바람 따스했네. 
善誘之餘且問志
잘 인도하신 뒤에 품은 뜻을 물으시니
爲邦學禮皆我違
나라 다스리고 예를 배움 모두 뜻과 어긋났네. 
悠然獨有點也狂
아득히 홀로 증점(曾點)만이 뜻이 높아 
膝上鼓瑟聲且希
무릎 위 타던 비파 소리 점차 줄더니만, 
胸懷灑落夙自得
가슴 속 시원한 뜻 진작 절로 얻어 있어 
眞與造化同其機
참으로 조화옹과 그 기미를 함께 했지. 
遐思超度事物外
큰 생각 사물 밖에 법도를 벗어났고 
渙渙去水流于沂
넘실넘실 강물은 기수(沂水)로 흘러갔네. 
冠童六七與之同
관 쓴 사람 동자 등 6, 7명이 함께 하니 
城南花草久芳菲
성남 땅 꽃과 풀은 향기 뿜은 지가 오래. 
載欲淸波潔我身
푸른 물에 이 내 몸을 깨끗하게 씻고서 
風乎詠而吾將歸
바람 맞아 노래하며 내 장차 돌아오리. 
査滓淨盡天理明
찌꺼기 깨끗해져 하늘 이치 분명하니 
靜觀萬物皆範圍
고요히 만물 보매 모두 범위 안에 있네. 
隱微涵泳道妙中
오묘한 도 가운데 헤엄치며 노니나니
 淵魚于躍鳶于飛
연못에선 고기 뛰고 솔개는 솟는구나. 
氣象自與聖人合
그 기상 저절로 성인과 합치되니 
浩浩其天斯庶幾
드넓은 하늘도 이것과 비슷하리. 
喟然餘音尙起余
위연(喟然) 탄식 하는 소리 여태 날 일으키니 
景仰千載欣歸依
천년을 우러르며 기쁘게 따르리라. 
至樂初無古今異
지락(至樂)은 애초부터 고금(古今)이 한 가지니 
將向春流拂我衣
봄 강물에 장차 가서 내 입은 옷 털리라.                    ▲/정리,편집=昊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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