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사운(七言四韻)Ⅱ        /국역: 정민(한양대 국문과교수), /정리,편집=昊潭

●개평의 사절정에 제하다
題開平四絶亭

신선의 약 달이는 연기 정자에서 가깝고
亭近仙人藥竈烟
향로봉의 푸른 기운 반쪽 처마 앞이로다.
香爐積翠半檐前
푸른 시냇길에 구름 숲은 아스라한데
雲林縹緲靑溪路
옥같은 골짝에선 생학(笙鶴) 소리 들리는 듯. 
笙鶴依俙玉洞天
관하(關河) 땅 먼 나그네 세월 꿈에 놀라서 
遠客關河驚歲夢
작은 고을 술 항아리 이별 자리 위로한다. 
小陲罇酒慰離筵
기양(岐陽) 땅 돌아가 밭갈 계획 못 이룬채
岐陽未遂歸耕計
살적만 성글어짐 가련하기 그지없네. 
鬂髮蕭疎已可憐

●다시 연경으로 가는 김형언을 전송하며
送金亨彦再赴燕京

몇 해 전 질정관(質正官)이 이번엔 서장
(書狀)으로 年前質正今書狀
연경 구름 다시 향하니 네 필 말이 장대하다. 
重向燕雲四壯騑
문물과 풍요(風謠)는 진작에 또렷하고 
文物風謠曾歷歷
산하와 원역(院驛)은 예전과 다름없다. 
山河院驛故依依
자세히 다 알기론 중국 제도 뿐 아니니 
周詳不獨中朝制
마땅히 만국 법도 다 꿰고 있으리라. 
領略應兼萬國儀
병 많은 몸 교외까지 전송하진 못하오나 
多病未能郊外送
충정(衷情)을 남겨두니 좋이 돌아 오소서. 
衷情惟在好來歸

●서울 가는 박일초 질정을 전송하며
送朴一初質正赴京

용만 땅서 일찍이 통군정에 올라가 
龍灣曾上統軍亭
송골산 서편에서 연경 쪽을 가리켰네. 
松鶻山西指帝京
병든 몸 홍곡(鴻鵠)의 뜻 고단함을 연민하다
憐我病孤鴻鵠志
그대 행차 봉황성을 지나감을 전송한다. 
送君行過鳳凰城
천년의 화표주(華表柱)엔 바람 안개 예스럽고
千秋鶴柱風烟古
만국의 사신 행렬 해달 보다 환하도다. 
萬國鵷班日月明
헤어진 뒤 소식을 자주 보내 주시게나 
別後莫令稀信使
압록강 봄 적막한데 흰 갈매기 맹서하네. 
綠江春寂白鷗盟

●무신년 여름 아우 이수(而粹) 백광안(白光顔)이 남녘의 전염병을 피해 능가산에 놀러왔다가 돌아가려고 할 때, 또 시산(詩山)에서 영천(靈川) 신잠(申潛) 선생께 절 올리고, 가고 머무는 마음을 인하여 시를 지어 증별(贈別) 하였다. 이때는 7월 초였다.
戊申夏, 舍弟而粹避南州之癘 , 遊于楞迦, 將還, 又拜
靈川於詩山, 因去留之思, 詩以贈別, 時七月之初也.

형제가 서로 좇아 오래도록 먼데 노니 
兄弟相從久遠遊
흰 구름 남녘 소식 꿈속에 아득하다. 
白雲南徼夢悠悠
솔 삼 둘린 영현(寧縣)에선 능가산 여름 맞고
松杉寧縣楞迦夏
안개비 속 시산(詩山)에선 함담정의 가을일세. 
烟雨詩山菡萏秋
너는 북당(北堂) 가까워서 돌아갈 뜻 재촉하고
爾近北堂催去意
나는 객관 머무르며 이별 근심 하염없다. 
吾留客館抱離憂
누각에서 내일 출발 하려니 잠을 못 이루는데
高樓明發而無寐
바래기는 불볕 길에 하인 조심 그뿐일세. 
願炎途戒僕騶

●김창령에게 차운하여 주다
次贈金昌齡

새 가을 풍경을 올해 다시 맞이하니 
新秋風景又今年
온 종일 난간 기대 생각만 하릴없다. 
竟日憑闌思渺然
대 그림자 뜰에 가득 해맑기 물 같은데 
竹影滿庭淸似水
연꽃이 연밥 내니 크기가 주먹만해. 
蓮花出藕大如拳
참새들 시끄럽게 처마 밑서 벌레 쪼고 
喧簷亂雀晴虫啄
들을 건넌 새털구름 늦은 비를 불러온다. 
度野輕雲晩雨牽
시 짓고 바둑 두며 그대 있음 고마워 
贈句論棋憐爾在
석양 전에 돌아갈 길 되 머물고 말았네. 
更留歸屐夕陽前

●선현의 운을 차운하여 정숙 사순에게 보이다 
次前賢韻示正叔士順
 
대 처마 텅 비어 선듯함 해 꺼리고 
凉生畏日竹簷虛
바라뵈는 방죽 길은 십리 남짓 이어지네. 
入朢平堤十里餘
붓 던지고 시를 놓은 병 깊은 나그네요 
閣筆廢詩眞病客
소 몰고 호미 매니 모두다 농부로다. 
駈牛荷鎛盡農夫
사업은 통함 여부 따름을 이미 아니 
已知事業隨通否
예로부터 어진 이들 굽히고 폄 있었네. 
從古明賢有卷舒
서강의 갈매기 길 한번 와 낚시하리.
西江鷗路一來漁      

▲장흥천관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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