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수구(朴壽龜)’의 송화대-그 호(號)가 ‘산목당(散木堂), 허주(虛舟)’인 ‘박수구(1620~1692)’에 관하여 <정묘지 고읍방>에 “화송대(花松臺), 在죽천下남류 남애(南流 南崖) 사인(士人) 박수구 소축”이라 했다.(‘송화대’가 ‘화송대’로 오기되었다) 광해군 시대의 ‘영의정’이며, 광해군의 사돈 ‘밀창부원군’이던 ‘퇴우당 박승종(1562~1623)’의 손자인 ‘박수구’는 영광김씨 김여중(1556~1630)의 손녀사위가 된다. 광해군이 축출된 1623년 인조반정으로 집안은 풍비박산되었다. 조부와 백부는 자진(自盡)하고, 부친은 삭과(削科) 유배되었다. ‘박수구’는 그런 풍파를 피하여 낙남했는데, 그 집안 역시 이른바 3대 흥망사를 보여준다. 삼대(三代)에 관한 ‘부불삼대(富不三代), 부흥삼대(復興三代)’란 말처럼, 亡하는 데에 3대면 족하고, 興하는 데에 3대가 걸리기도 한다. 박수구의 아들 박만초는 서울에서 문명을 날리기도 했다지만, 다시 재기하지 못했다. 죽곡(竹谷)에 자리 잡았던 ‘박수구’의 묘소는 고읍 ‘소산봉’ 아래에 있다고 한다. 마침 1609년 전라관찰사였던 조부 박승종이 지원해준 죽천 해언(海堰) 사업장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그런데 ‘영이재 위문덕’이 남긴 <고읍 지도>에 ‘송화대’로 짐작되는 강정(江亭)이 죽천 하류의 북쪽에 있고, ‘송곶(松串)’은 죽천 하류의 남쪽 모퉁이에 따로 있다. 여기서 ‘송곶(松串)’은 ‘솔꽃(松花)‘보다는, 솔숲이 있긴 하되, ‘뾰쪽 돌출된 곶(串)’ 지형에서 왔을 것. 예컨대 ‘곶이산 <곶산(串山)에서 유래하였을 것. ‘존재 위백규’는 아예 ‘詩 송화(松花)대’와 ‘詩 송곶(松串)석대’를 따로 읊어 놓았다. ‘송곶(松串) 석대’ 자리를 지금은 ‘송대 모퉁이’로 부른다고 한다. 그 시절에 방촌에 살던 ‘위씨 3대’는 그 가까운 죽곡의 ‘박수구, 박만초’ 집안과 松花臺가 쇠락하는 사연을 지켜보았다. 그 일대에는 이윽고 남창(南倉,1760년)과 죽천장(市場)이 들어섰다.

2. ‘위씨 3대’의 목격-‘조부 위세보, 아들 위문덕, 손자 위백규’등 魏氏 3대가 ‘송화대’를 거듭 읊었는데, 그 적막한 비애감이 한결 같다. ‘영의정 집안 박씨3대’의 몰락을 지켜보는, ‘삼벽가(三僻家) 魏氏 3대’에 인생무상의 교훈이 함께 맺혔을지 모른다. 위세보는 39세에 읍혈시(泣血詩)를 남기며 임종했으며, 아들 위문덕은 1740년 진사시에, 손자 위백규는 1766년 생원시에 입격하였다.

-삼족당 위세보(三足堂 魏世寶, 1669 ~1707)
- 죽곡 회고 (竹谷 懷古) (朴公壽龜 江亭故址, 虛舟/허주 朴公號)
古宅靑山下/옛 고택이 靑山 아래 있고
虛舟碧海邊/‘허주’는 碧海 옆에 살았네.
可憐歌舞地/가련타, 노래하고 춤추던 곳
風月滿江天/온 江天에 風月만 가득하네.

- 次송화대운 (次 松花臺韻)
1) 松含千古色/소나무 千古의 빛을 머금고
竹帶一川秋/가을 대나무 온 시내 둘렀다.
臺上人不見/누대 위에 사람 보이지 않고
虛浮載月舟/달빛 가득 싣고 ‘허주’ 떠간다.
2) 影寒三更月/그림자 차가운 三更 달밤에
風動十里秋/가을 바람은 십리를 흔들고
前浦有歸棹/‘앞개’ 포구로 돌아오는 배
人言海客舟/사람들은 ‘海客’이 탔다하네.

- 영이재 위문덕 (詠而齋 /春谷, 魏文德, 1704~1784)
- 過(과) 박公만초 송화대 유감 (臺在 죽천하류 송곶北崖 先君上登此 有懷古詩)
潮打靑莎岸/밀물 들이치는 청사초 해안
花明白島邊/꽃은 白島에 밝게 피건만
繁華桑海跡/번화한 세속에 ‘상전벽해’라
遺韻古今天/남긴 遺風은 하늘을 떠도네.

- 존재 위백규 (存齋 魏伯珪, 1727~1798)
- 송화대 (松花臺), 戊寅(1758년),32세
松老漁磯江可憐/노송 바위 낚시터에 竹川이 가련해라
幽花淺草自風煙/그윽한 꽃 작은 풀에 절로 風煙 일어나
東流竹水來天地/東으로 흐르는 竹水는 천지에서 오건만
臺上琴歌往幾年/송화대 거문고 노래 끊긴지 몇 해 되나.

- 송곶 석대 (松串 石臺), 戊寅(1758년),32세
廢港寒潮入/폐항에 차가운 조수 밀려들고
荒臺野草多/황량한 石臺에 들풀 무성하네.
客來深竹裏/나그네가 대숲 깊숙이 찾으니
雞犬兩三家/몇 집에서 닭 울고 개가 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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