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춘(전 전남도청 부이사관)

영국 옥스퍼드대(Oxford University) 연구소는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없어질 나라로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한국을 꼽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도 고령화가 4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야기라서 실감이 덜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 우리가 살고 있는 장흥은 어떨까? 장흥은 더 심각하다. 2017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저출산ㆍ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지역은 3개 자치단체가 인구감소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3개 지역 중에 장흥군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 3개 군은 2040년이면 인구 감소로 인해 군(郡)이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부터 불과 20년 후에는 수 천년동안 자손 대대로 살아온 장흥군이 없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히 충격적이다.

도대체 장흥이 없어진다니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장흥 땅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일도 없는데 말장난이 심하다고 치부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장흥이 없어진다는 것은 행정구역상의 장흥이 폐치(廢置)된다는 말이다. 장흥군이 인근의 다른 자치단체로로 합쳐 질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장흥의 집값, 땅값 등이 폭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다시 말해 이대로 간다면 장흥은 인구절벽이 코앞에 다가와 있는데도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현안문제를 심각하게 제대로 인식해야 대책을 세울 수 있으련만 어디를 봐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일본 동경 인근에 ‘다마시’라는 도시가 있다. 서울 인근의 신도시인 분당, 판교, 수지 쯤에 해당되는 도시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마시는 한때 잘 나가던 도시였는데 하루 아침에 유령도시가 되어 버렸다. 이유는 인구감소였다. 인구가 갑자기 줄다 보니 집값은 곤두박질했고, 상수도, 쓰레기 등 행정서비스가 제대로 되질 않았다. 이 도시 주민들은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어 도시의 유령화를 더욱 부채질했던 것이다. 치밀하기로 소문난 일본조차도 설마 하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인구절벽은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장흥이 긴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인구절벽을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구를 증가하면 될 일이다. 인구 증가는 출산율을 높이거나, 다른 지역에서 장흥으로 이주해 오도록 하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서 장흥지역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장흥군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외부에서의 인구 유입이다. 인구 유입은 왜 필요한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전제되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남 22개 시ㆍ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3만 명이 안 되는 구례군에 산부인과병원이 있고, 인구는 5년째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문을 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경남 창녕군도 경남지역 군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7년 연속 인구가 늘었다. 2010년 세계 최대규모의 넥센타이어 제2공장을 유치해서 가능한 일이다. 충북 영동군은 인구 증가에 공헌한 공무원은 특별승진을 시킨다. 가히 파격적이다.

이토록 전국의 지자체들이 인구 늘리기를 위해 묘안을 짜내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구 늘리기는 행정기관만이 추진해야 할 일은 아니다. 지역사회 모두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할 일이다. 다만 인력과 예산 등 추진력을 가진 나서야 타당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생존이 걸려 있다는 현실인식을 해야 하고, 이에 대한 리더의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라는 말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미래 꿈을 상실했다는 의미에서 ‘비전 상실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대학에서 개구리를 이용한 실험을 했다. 개구리를 차가운 물그릇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올려 물을 데우면 개구리는 그대로 가만히 그릇 속에 있다. 점점 가열해서 물이 끓게 되어도 개구리는 뛰쳐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익어 죽게 된다. 이것이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다. 장흥이 설마 별 일 있겠어? 라고 반문을 한다면 아직 심각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인구절벽 해소는 해도 좋고, 안해도 그만인 일이 아니다. 지역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중차대한 일이다. 어느 것이 우리 지역 실정에 더 알 맞는지 실효성이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가능하다면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장흥을 찾아오고, 이들이 장흥에서 둥지를 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깊이 검토하고 결론이 나면 머뭇거리지 말고 실행에 옮기면 될 일이다. 다만 늦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