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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부슬부슬하더니 늦어서야 날이 개는구나장희구 박사(242회)/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관리자  |  ch23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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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4  10: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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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日城南卽事(춘일성남즉사)/양촌 권근
봄바람이 그치더니 하늘이 맑아지고
가랑비가 내리더니 늦게도 청명한데
모퉁이 살구나무 꽃 사람 향해 반기네.
春風忽已近淸明     細雨    成晩晴
춘풍홀이근청명    세우비비성만청
屋角杏花開欲遍    數枝含露向人情
옥각행화개욕편    수지함로향인정

   
 

한양의 성안은 사대문이 있었다. 근정전을 중심으로 동쪽에 흥인지문, 남쪽에 숭례문, 서쪽에 돈의문, 북쪽에 숙정문을 세웠다. 지금은 남대문인 숭례문과 동대문인 흥인지문만이 남아 있다. 성의 북쪽을 성북이라 했고, 성의 남쪽을 성남이라 했으렸다. 성북보다는 성남의 봄은 파릇파릇 싹을 먼저 틔우기 마련이다. 성남의 봄을 즐기면서 집 모퉁이에 살구나무 꽃 두루 피우려 하는데, 몇 가지 이슬 머금고 사람 향해 반긴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가랑비 부슬부슬하더니 늦어서야 날이 개는구나(春日城南卽事)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창왕 때 좌대언, 지신사를 거쳐 밀직사첨서사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1375년(우왕 1) 박상충, 정도전, 정몽주와 같이 친명정책을 주장하여 원나라 사절의 영접을 완강히 반대하였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봄바람이 문득 그치니 청명이 가까워 오는건가 / 가랑비 부슬부슬하더니 늦어서야 날이 개는구나 // 집 모퉁이에 살구나무 꽃 두루 피우려고 하는데 / 몇 가지 이슬 머금고 사람 향해 반기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봄날 성남에서 쓰다]로 번역된다. 성남이면 지금의 성남시가 아니었다면, 아마 남한산성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봄은 성안城內보다는 성남이나 강변에 제일 먼저 찾아 들었다. 마침 청명이 가까워오는가 싶다. 곡우에 내리려고 참았던 비가 더는 못 참았던지 살포시 빗방울을 내리니 흙 속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요동을 친다.
시인은 이와 같은 봄의 소묘를 놓고는 참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살랑 불던 봄바람이 문득 그치고 나니 청명이 가까워지는데,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날이 늦게 갠다고 했다. 아마 천둥을 치던 먹구름이 조금 더 놀다가 떠날 모양이었던 날씨가 늦게 개었다고 했다. 가득 채운 선경의 그림 그린 붓을 놓기가 몹시 싫었던지 후정의 두터운 그림을 그리고 싶었음을 느끼게 한다.
화자는 집 모퉁이의 살구나무가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그냥 놔두지를 못했던 모양이다. 집 모퉁이 살구나무 꽃을 두루 피우려고 요동을 치고 있다고 하면서 몇 가지들이 가만히 이슬을 머금고 사람을 향해서 반기고 있다는 시상을 엮어냈다. 복사꽃도 손사래를 치면서 제도 달라고 했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봄바람에 청명 앞에 늦게야 날이 개이네. 살구나무 피려는지 사람 향해 반기면서’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春風: 봄바람. 忽已: 문득 그치다. 近淸明: 청명이 가깝다.
細雨: 가랑비.      : 부슬부슬 (비가)내리다. 成晩晴: 늦게 날이 개다. // 屋角: 집 모퉁이. 杏花: 살구나무. 開欲遍: 두루 피우고자. 數枝: 몇 가지. 含露: 이슬을 머금다. 向人情: 사람을 향해 정을 베풀다. 사람을 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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