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신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섣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 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지난 설날은 모든 가족들이 설레이던 시간이었다. 가족은 설날을 기다리고 설날을 준비하는 그 바쁜 시간의 행간에 오로지 생각나는 이들은 가족들이었다. 작년의 설날에 귀성의 짧은 일정동안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무엇이었을까. 어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하던 말 마디는 또 무엇이었을까. 올해는 어떤 선물을 준비 할까.  진정성 있게 건네는 사랑의 인사가 1년에 한 두번 뵐수 밖에 없는 부모님의 노안에 행복함이 넘치게 할 수 있을까. 사랑의 경쟁이어도 좋으니 형제 자매들과의 명절에 오래 남는 행복한 시간의 편린들을 남길 수 있을까.
고향의 골목 골목에서 만나는 친척과 지인들과 걱정없는 덕담들을 나눌 수 있을까.
우리의 형편들이 안고 있는 수많은 곡절들을 잠깐이나마 접어 두고 설날.. 그 명절의 귀성을 그저 오롯한 행복함으로 보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이제는 가장이 되어 있는 우리들은 그래서 몇 달 전부터 고향의 부모님과 형제 자매들과 친척들과 지인들을 만나기 위한 소박한 준비를 하면서 때로는 설레이고 혹은 가슴 아픈 과정들을 보낸다.
그 해의 사정들이 모두가 성공적일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고 여유가 넘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어느해 보다 힘겨운 사정이었지만 설날 명절과 귀, 그리고 가족들의 존재를 생각하면 위로의 감정이 솟아나고 하여 의연해 지기도 하고  새로운 시간들을 설계하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고향과 가족은 그렇게 영원한 안식의 의미로 존재해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섣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 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는 이 싯귀처럼 우리의 설날이 각자의 심연에서 큰 방패연이 되어 드높은 창공으로 날아 오르고 어머니는 햇살이 되어 그 연실을 끌어 올려 주는 찬란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설날이었을까.
그렇게 설날은 지났다. 연노하신 어른들은 고향집에 남아 계시고 형제 자매 친척들은 생활의 현장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날아 오르는 우리들의 방패연은 내년 설날까지 창공을 수놓고 있을 것을 확신하면서 주어진 시간의 행간에 소망을 띄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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