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2020년 1월 9일 늦은 시간, 나는 무거운 짐을 끌고 집 밖을 나섰다. 비행기 타는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외국 가는 것은 처음인 나에게 <중국 역사 문화탐방>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저녁 11시쯤 장흥에 도착해 부모님과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고 몇 시간이 지났을까, 새벽 3시쯤 인천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게 밥인지 국인지 알지도 못한 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먹는 밥이라 생각하고, 배는 안 고프지만 먹었던 것 같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서 대략 6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기다리다가 집합시간에 맞춰 모인 후 수하물을 맡기고, 여권과 티켓을 받고, 소지품 검사까지 마친 뒤에 비행기에 탔다. 많이 피곤했는지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중국에 도착해 있었다.
중국의 복잡한 입국 절차를 마치고, 짐을 찾고, 공항을 나온 뒤 버스에 타서 가이드님을 만났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798 예술 거리이다. 798 예술 거리는 원래 무기공장이였는데 여러 예술가가 모여서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중국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였다. 한국으로 치면 약간 인사동 느낌! 엄청 개성 있는 거리다. 벽에 그려진 특이한 그림들과, 특이한 건축물, 장식품들. 음.. 감히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라고 할까? 나는 되게 좋게 봤던 것 같다.

798 예술거리를 걸으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전시관 같은데도 가보고, 카페도 가서 중국 음료수도 먹어보고 그랬다. 다음으로 간 곳은 서커스공연장이다. 줄 위에서 여러 묘기를 부리는 분을 우와 .. 하면서 보는데 잠을 못 잔 탓인지 10분 보다가 무거운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ㅎㅎ 그렇게 꿀잠을 잔 후 드디어 중국에서 먹는 첫 현지식! 메뉴는 베이징덕이다.

아침 점심을 다 조촐하게 먹어서 배고파서 그런가? 주변에서 중국 음식 별로라는 평을 듣고서도 나름 기대하고 먹었는데... 한입을 먹자마자 “한국에 도착하면 살이 빠져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죄다 기름 덩어리이다. 너무 느끼하고 게다가 다른 반찬들은 짜고, 자극적인 맛이다. 향신료를 다 뺐다고 하는데도 향이 좀 쎈 음식들도 있었다. 내 입맛에는 도저히 안 맞아서 밥만 꾸역꾸역 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쉬움이 컸던 첫 중국 현지 음식을 먹고 왕푸징 거리는 거리에 갔다. 왕푸징 거리에 들어서니 이제야 내가 지금 중국에 있는 게 맞구나 하고 실감이 났던 것 같다. 왕푸징 거리에는 거리 양쪽으로 쇼핑몰과 백화점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중간중간 중국의 문화 등이 많이 보였다. 밤에 봐서 더 예뻤던 것 같은 왕푸징 거리 구경을 마치고 이제 숙소로 갔다. 오늘은 피곤해서 씻고 일찍 잠에 들었다.

[2일차]

7시 30분 아침 모닝콜을 듣고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호텔 조식을 먹었다. 토스트와 과일을 먹었는데 어제 먹었던 베이징덕을 생각하며 먹으니 너무너무 맛있었다.

오늘은 만리장성에 간다. 저질 체력(?)인 나에게 만리장성은 가장 기대가 되지 않았던 장소였지만 올라가고 싶은 만큼 올라가도 된다는 가이드님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만 올라가 보기로 하고 열심히 걸었다. 저 위에 보이는 곳까지 잡았을 때 한 3분의 1쯤 올라갔나? 더 올라가면 한국도착하기 전에 하늘에 더 빨리 갈 것 같아서 거기서 친구랑 같이 선생님을 기다렸다. 거기서 만리장성의 풍경을 봤는데, 저기 정상에서 보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때 날씨가 영하 3도였는데 볼은 새빨개지고 손은 얼어서 감각이 없어지고 ... 너무너무 추웠다. 십 분 정도 기다리다가 선생님과 같이 내려가서 밑에 있던 기념품 판매장 같은 곳에 들어갔다. 귀여운 판다 인형과 중국 느낌이 물씬 나는 갖가지 옷과 기념품들. 조그만 판다 인형은 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냥 아이쇼핑만 하다가 나왔다. 점심을 먹는데, 오늘의 주메뉴는 뭔지 모르겠지만, 오늘 음식도 거의 다 짜고 기름지고, 중국 음식이 이런 거구나…. 하면서 먹었다.

점심을 먹고 이화원에 갔다. 중국에 오기 전, 여행사에서 나눠주신 종이를 보다가 이화원이 가장 기대가 되었던 곳이였고, 이화원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건축으로 들은 적이 많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화원에 도착하고 정말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실제로 보니까 신기했다. 듣던 것처럼 규모도 장난 아니였다. 그만큼 서태후의 권력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중 기억에 가장 남는 건 이화원의 호수다. 우리가 갔을 때는 호수가 얼어있었고, 거기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다.

이화원 구경을 마치고 다음은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따듯하고 편안했다. 조금 아니 조금이 아니라 조금 많이 아프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여서 좋았다. 게다가 마사지해주시는 분이 한국어로 말을 많이 걸어주셔서 재미있었다. 오늘 저녁은 드디어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삼겹살이다. 잘 맞지 않았던 중국 음식을 먹다가 드디어 괜찮은(?) 음식을 먹는구나 했다. 이게 중국 고기인가? 조금 맛이 달랐던 것 같지만 많이 먹었다. 오랜만에 조그만 포만감을 느끼며 오늘은 일찍 숙소로 들어왔다. 오늘은 친구랑 수다를 떨다 늦게 잠이 들었다.

[3일차]

오늘도 호텔 조식을 먹고 출발했다.
첫 번째로 인력거를 타러 갔다. 중국분이 끌어주시는데, 너무너무 추웠다. 코와 볼은 시뻘게져서 손도 얼고 입은 거의 말을 못 할 정도로 얼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인력거를 타는 내내 주변 풍경이 너무너무 예뻐서 손 시림에도 불구하고 계속 카메라를 들며 사진도 찍고, 영상도 많이 찍었다.

인력거에서 내린 후 버스를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앞에 있는 스포츠스쿨 이라고 써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서 가이드님한테 물어보니 저 학교가 이름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유명한 중국 무술(?) 배우들도 다녔던 유명한 학교라고 하셨다. 그리고 저런 체육학교는 중고등이 나누어져 있지 않고 다 같이 다니는 학교라고 해서 신기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차 마시는 곳? 이다. 들어가니 입구부터 고소하고 향긋한 차의 향이 났다. 중국 차 문화와 여러 가지 차에 관해 설명을 들으며 보이차, 자스민 차 등 여러 가지 차도 음미해봤는데 나는 보이차가 가장 괜찮았던 것 같다.

오늘 점심도 현지식인데 지금까지 먹었던 중국 음식 중에 가장 괜찮았던 음식이였다. 그중에 탕수육 같은 음식이 젤 맛있었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우리가 간 곳은 자금성이다.

자금성은 내가 이화원 다음으로 가장 기대를 했던 곳이였는데 일단 너무 많이 걸어서 조금 힘들었다. 그렇지만 자금성의 건축물들을 보니 너무 멋졌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 건물은 뭔지, 이건 왜 있는 건지, 무슨 용도인지 등등의 이야기를 들으니 역사를 싫어하는 나에게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자금성에 대해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였다.

처음으로 역사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자금성에 와서 사람들도 많이 보고, 예쁜 풍경들도 많이 보면서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아름다웠던 자금성의 구경도 끝이 났다.

다음으로 금면왕조를 보러 갔다. 이것도 딱히 기대는 안 했는데 눈을 뗄 장면도 없이 너무너무 화려하고 의외로 정말 재미있었다. 무대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 한국어로 된 금면왕조의 설명을 보면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였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중간에 무대에서 물이 나왔던 장면인데, 처음엔 진짜 물인 줄은 몰랐는데 물이 쏟아지니까 한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진짜 물이였다. 입에서 저절로 대박~이라는 말이 나왔다. 끝나고 찾아보니 이 장면에 무려 80톤의 물이 쏟아진다고 했다. 정말 중국은 뭐든지 다 스케일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해서 눈이 즐거웠던 금면왕조가 끝나고 중국에서의 마지막 저녁 시간이 왔다.
마지막 저녁의 메뉴는 훠궈! 마라가 들어간 훠궈였다. 한국에서 마라탕을 먹었을 때 엄청 맛있었었던 기억이 있어서 기대하고 매운 마라를 먹었는데 아니 이럴 수가…. 한국에서 먹은 마라하고는 차원이 다른 매움이다. 한입 먹으면 절로 기침이 나오는맛. 한번 먹은 뒤로는 손이 가질 않아서 안 매운 국물에 먹었다.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먹다보니 맛있었다. 그리고 뒤에 앉아있던 중국 애기가 있었는데 계속 우리를 쳐다보길래 다같이 워아이니(사랑해) 하고 몇 살이냐고 물어보고 얘기를 하며 놀았는데 그 애기가 못알아듣는 말을 자꾸 반복해서 하길래 그냥 선생님이 워아이니 ~ 하고 그러다가 밥을 다 먹고 뭔 뜻인지 찾아보니 중국어로 사이다를 달라는 얘기였다. 사이다 달라는 애기한테 계속 워아이니~ 한 상황이 너무 웃겼었다. 배부르게 훠궈를 먹은 뒤 이제 숙소로 갔다. 오늘도 나름 만족스러웠던 3일차가 끝나고 씻고 바로 잠에 들엇다.

[마지막날]

오늘은 일정이 없어서 아침에 여유롭게 준비하고 마지막 호텔 조식을 먹었다. 10시까지 주변에 있는 중국 슈퍼마켓에 가서 중국 과자들도 사고 모든 짐을 싸서 나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3박 4일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났다.

첫째날에는 피곤해서 그런지 집 생각이 많이 났는데 정말 집에 간다고 하니까 정말 아쉬웠다. 나의 첫 해외여행을 너무나 즐겁게 보낸 것 같아서 좋았다. 가이드님도 자세하게 잘 알려주시고 중국 역사와 문화 등을 잘 알수있게 된 시간 같아서 정말 만족했던 여행이다. 그리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준 장흥 신문사에게 감사드린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이런 여행을 간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다신 없을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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