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해동안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벽이 열려 오고  그 새벽과 함게 동행해 오는 자연의 순리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되풀이 되는 일상의 행간에 편승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향유 했습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마주치는 사물과 사연과 사람들과 공유했던 사건들은 대체로 큰 변함이 없었구요.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의 언행은 자유롭고 사지의 운용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혹간은 지난 시간속에서 겪어야 했던 ‘인생의 굴곡’이 있었다 할지라도 아직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실 하다면 곡절 있었던 일상의 사연과 사건들을 해결하였고 극복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덕담을 나누기도 합니다.
“만사형통 하셔요. 그리고 건강 하셔요”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 365여일동안 우리가 겪어야 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은 만가지(萬事)가 훨씬 넘을 것 입니다. 하루에도 수십여가지의 오해와 갈등과 불편함이 있기도 했습니다. 참 견디기 어렵고 감당 하기가 힘든 일도 있었구요. 어느 아침에는 식탁의 찌개가 밍밍 하였고 아내의 응대가 데면데면 하는것 같아 보이고 외출 복장이 때갈이 나지 않아서 집을 나서면서도 개운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이면 바같의 일들 중에서 삐끗 어긋난 경우도 있었구요. 이런 자잘한 일들이 앙금처럼 오래 남아 있으면서 그 어느 시간들이 불편 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심신을 뒤흔들어 오는 치열하고 고통스럽던 사건과 사연들이 잠복해 있었던것처럼 돌발적으로 발생해서 일상을 뒤흔들어 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일들이 1년이면 만여가지가 훌쩍 넘었던것도 같습니다. 살다 보면 각자의 형편과 환경과 흐르는 시간속에서 감당 했던 수만가지의 사연들이 지난 세월속에서 혹은 해결되고 혹은 잊혀 지고 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삶은 우숩다가도 진지하고 진지 하다가도 우숩기도 했었고 사소 하면서도 심각 했고 심각  하면서도 사소 해서 돌이켜 볼수록 오묘 했습니다. 그 오묘한 ‘우리’ 혹은‘나’의 삶이   2019년이든 2020년이든 그 색깔이나 형상은 크게 변함이 없이 흘려 보냈고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행간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슬픔,좌절,분노 보다는 기쁨, 희망, 감사, 고마움 사랑의 화두와 사연들이 훨씬 많았던것 같습니다. 대범하게 넘기고 보통으로 생각 했던 오만가지 일들이 돌이켜 보면 참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밝아 오는 여명을 “아 오늘도 멋진 날이 시작 되었구나” 하는 심정으로 마주하면 하루의 시간들이 훨씬 밝고 기운차게 운용될 수 있습니다.
계절의 행간을 장식하는 경관과 서정을 찬찬히 음미해 보신적이 있습니까.
장마 뒤의 햇볕과 가뭄의 끝에 내리는 빗줄기의 쇄락함을 그윽한 시선으로 안아 보신 적이 있습니까. 푸근한 질감의 흙바닥, 물, 바람, 햇볕, 생명의 표상처럼 선연한 신록, 절기마다 운명처럼 피어나는 꽃송이들 번연하게만 생각하던 이 자연의 순리가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수혜인가를 잠깐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 살아있음이 행복 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대범한 말마디에 얹혀 있는 정담을 곰씹어 보면 이 원초적인 공동체가 우리에게 허락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가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형용으로 형상화 하고 싶어 집니다. 이제는 귀밑에 언뜻 느껴 지는 아내의 흰 머리칼, 그 이전 세월의 곱고 이쁘던 그미의 ‘사랑’이 하늘처럼 무한한 감사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자녀들의 언행이 그저 아쉽다고만 느껴 지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저 건강하고 번듯한 나의 2세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뿌듯하게 채워 지기도 합니다. 이쯤에서는 내면에 잠자고 있던 사랑과 감사의 말을 진솔하게 띄운다면 ‘가족’ 그 위대한 공동체는 훨씬 단단해질 것입니다.

세상사에서는 그저 좋은 이웃 좋은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혹은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상대도 있고 듣기에 거북한 화제들도 있습니다. 낭설과 오해와 풍문이 떠돌기도 하고 질시하고 음해하고 견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나’ 혹은 ‘우리’와 관련된 말과 상대들이 유발하는 근거없는 행위들도 가슴으로 품어 녹이는 자세가 필요 합니다.
비록 근거 없다 할지라도 적대적인 언어와 행위들이 우리를 바로 서게 하고 바로 생각하게 하고 절제와 정연함으로 대응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0년은 오만가지의 사연과 사건과 사물을 향하여 “고맙고 감사 합니다. 그리고 사랑 합니다”하는 여유와 화평의 인사를 건네면서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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