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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냘픈 가지 하나만이 남아있지 않았구나장희구 박사(233회)/시조시인ㆍ문학평론가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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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9  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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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第贈登第者(하제증등제자)/남촌 이공수
밝은 해는 금방을 환하게 비치는데
푸른 구름 초가집 지붕에 일어날 때
나무에 어찌 아는가, 가지 하나 있는지를.
白日明金榜    靑雲起草廬
백일명금방      청운기초려
那知廣寒桂    尙有一枝餘
나지광한계      상유일지여

   
 

과거를 보게 되면 급제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낙방한 사람도 있다. 서로의 희비는 엇갈린다. 낙방한 사람이 급제한 사람에게 축하의 말이나 글을 전하는 것은 아름다운 우리의 관례였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선뜻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남촌은 그렇지 않고 선뜻 축하의 시를 지어 보냈다. 함축적인 비유가 숨어져 있다.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광한전 계수나무에 아직도 가냘픈 가지 하나 남아 있지 않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아직도 가냘픈 가지 하나만이 남아있지 않았구나(下第贈登第者) 번역해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남촌(南村) 이공수(李公遂:1308~1366)로 고려 공민왕 때의 문신이다. 1361년(공민왕 10) 홍건적이 침입하자 왕의 남행을 수행하였고, 원나라가 공민왕을 폐위하고 덕흥군을 세우려 하자 이를 미리 대비하게 하였다.
신돈이 대권을 좌우하게 되자 그만 관직을 버리고 두문불출하였다고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밝은 해는 금방을 밝게 비추고 있고 / 푸른 구름은 초가집에서 훤히 일어나고 있구나 //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광한전의 계수나무에는 / 아직도 가냘픈 가지 하나만이 남아있지 않는 것을]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과거에 낙방한 사람이 급제한 사람에게 줌]으로 번역된다. 과거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사람이 급제한 사람에게 축하의 시문을 지어 주었던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시인도 이런 경험이 있었던 모양이다. 잘 아는 친지가 과거에 급제하여 축하하는 시문을 지어 전달했으니 시인도 낙방했던 경험이 있음을 은근하게 내비치고 있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상당한 비유법을 쓰고 있는 한시의 달인이란 모습을 보인다. 밝은 해는 금방을 밝게 비추고 있고, 푸른 구름은 초가집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고 있다. 금방金榜은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이름을 쓴 방榜으로 합격증이나 진배없는 바, 합격한 자의 집에도 화나게 비추고 있으니 고향에도 합격소식이 알려지고 있음을 떠올린다.
화자는 급제에서 밀려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어찌 알겠나, 광한전 계수나무에 아직 가지 하나가 남아 있는지를 하는 덩치를 쏟아냈다. 광한전은 선녀 항아姮娥가 산다는 곳으로 달 속에 있다는 상상 속의 궁전을 뜻하나, 아직 급제하지 못한 자신이 다음에는 꼭 급제할 차례라는 은유적인 표현을 급박하게 쓰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밝은 해 금방 비추고 푸른 구름 초가집을, 광한전의 계수나무 푸른 가지 하나인데’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白日: 밝은 해. 明: 비추다. 金榜: 과거에 합격한 사람의 이름을 써붙이던 방(게시판). 靑雲: 푸른 구름. 起: 일어나다. 草廬: 가난한 집. 초가 집. // 那知: 어찌 아는가. 의문문임. 廣寒: 광한전. 桂: 계수나무. 尙有: 아직 ~이 남아 있다. 一枝餘: 가지 하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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