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촛불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어느덧 반환점에 접어들었으나 시대적 과업인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확실하게 정립하지 못함으로써 오늘날 국론분열과 함께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혼돈의 정국이다.   

주지한바와 같이 문재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며 지역과 세대간 갈등을 해소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천명하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지표를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권위주의를 탈피한 낮은 자세로 적폐청산의 개혁드라이브에 시동을 걸면서 남북평화무드를 조성함으로써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계층과 세대간 갈등을 비롯하여 민생문제와 비정규직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지난 8월 9일 개각발표에 따른 조국법무부장관 임명을 시점으로 공정에 대한 논란과 함께 진영이 갈리면서 그동안 숨죽여온 수구세력의 광화문과 서초동에 이은 여의도광장(국회)의 촛불집회는 극한의 분열양상이 되어 개혁은 뒷전으로 밀리고 적폐청산마저 좌초될까 두렵다.

우리는 이러한 시국을 바라보며 역시나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걸 절감하면서 탄핵정국에 따른 국민의 열기로 개헌을 통해 정치인들을 물갈이해야 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당시 야당(민주당)의 성급했던 과오와 촛불혁명주도세력의 아마추어수준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국정을 농단한 정권이 탄핵되고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에 많은 헌법학자들과 지각 있는 사람들은 시대정신에 따른 개헌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된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필자도 그랬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물론이요 일부 시민단체 마저도 역사적인 과업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간과한 채 기득권은 유지하고 서둘러 정권을 잡고 싶어서였는지 4.19혁명이후 정치인들을 바꾸지 못했던 뼈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며 개헌을 촉구했으나 시일이 촉박하니 우선 대통령을 선출하고 개헌은 그 다음에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함으로써 개헌론은 중과부적으로 묻혀버리면서 촛불시민혁명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때 정국의 주도권을 잡은 민주당이나 촛불주도세력이 미래지향적인 정치상황을 냉철하게 예단하고 서두루지 않았으면 작금 일제강점기부터 간악한 기회주의로 특권을 누려온 수구세력들의 준동을 막고 개혁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오늘날의 국론분열도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시대적 과업인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하려는 의지는 확고해 보이지만 적폐청산이 더디면서 진영논리에 묻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아우르지 못한 아쉬움에다 어느 날 갑자기 여당이 된 민주당은 구태의연한 정치력의 한계로 비전을 찾을 수 없고, 보수야당은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으로 숨죽이는가싶더니 조국법무장관의 임명과 사퇴를 계기로 수구세력들과 결탁하여 성찰과 반성은 온데간데없고 아무런 대안제시도 없이 사사건건 반대만 하면서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국론분열의 1차적인 책임은 누구보다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있다. 정치는 상대적이므로 상황에 맞게 인적쇄신과 발상의 전환으로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함에도 제 역할들을 하지 않은 채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이야 그렇더라도 건전한 여론을 주도해 나가야 할 시민단체와 언론마저 이에 부화뇌동하여 이해관계에 따라 처신하는 세태의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국민은 국회의원들이 엄청난 세비와 특혜까지 누리면서 말로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하면서 본분을 망각하고 대의민주주의가 사라진 국회의 무능과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을 바라볼 수 없자 수백만이 생업을 뒤로 한 채 주말마다 광장에서 외치고 있는데 국민들은 언제까지 광장으로 나서야만 할 것인가!

위대했던 촛불집회가 처음부터 역사의 발전을 가로막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개혁입법과 민생법안을 하루빨리 의결하도록 하면서 개헌을 촉구했으면 오늘날 촛불이전의 사회로 되돌리려는 수구세력의 준동이나 국론분멸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과 정치권은 이제라도 시민의식이 정치권을 앞서고 있으니 지지층을 선동하는 정치적 계산을 접고 반대 진영의 외침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무겁게 받아들여 흩어진 국론을 수습하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도록 전력을 쏟아야 한다.

본분을 망각하고 자기혁신 없는 국회의원들을 내년총선까지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길고 아까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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