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雨(산중우)/설손
한밤의 산중에 비가 계속 오더니만
바람을 마시며 옥상에서 싹이 튼데
냇물을 알지 못하고 배만 뜬다 하더라.
一夜山中雨    風吹屋上茅
일야산중우    풍취옥상모
不知溪水長    只覺釣船高
부지계수장    지각조선고

우리 한반도가 좋았던 모양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있고 삼한사온이 뚜렷한 나라이기에 중국 특히 동북삼성지역을 포함한 만주벌판 등에서는 우리 땅을 탐냈다. 그에 대한 침략도 얼마나 많았던가 생각하면 험난한 역사의 굴곡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쪽은 나무 춥다고 생각한 나머지 귀화 온 사람도 많았다. 귀화 온 사람이 냇물이 서서히 불어난 것은 알지는 못했어도 / 다만 낚싯배가 두웅실 높아지는 것만 깨닫게 되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낚싯배가 두웅실 높아지는 것 깨닫게 되었네(山中雨) 번역해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설손(설遜:?~1360)으로 고려 후기의 위구르(Uighur, 回?) 사람으로 귀화한 사람이다. 설련하에 살아서 설?로써 그의 성을 삼았다 한다. 학문이 깊고 문장에 뛰어났으며 원순제 때 진사에 합격하여 한림응봉문자와 선정원단사관을 거쳐 단본당정자로 뽑혔다. 저서는 『근사재일고』가 있단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밤중 내내 산중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 바람이 지붕의 띠풀에 불어 오네 // 냇물이 서서히 불어난 것은 알지는 못했어도 / 다만 낚싯배가 두웅실 높아지는 것만 깨닫게 되었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산중의 비 혹은 비온 뒤의 산중 풍경]으로 번역된다. 비온 뒤의 산색은 마치 목욕한 것만 같다. 새로운 풍광이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면 사람은 새로운 자연이 더욱 친숙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비온 뒤의 산은 그렇더라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나면 냇물이 불어난 모습은 눈에 쉽게 들어오지는 않지만 배가 높아졌다는 사실만이라도 알 수 있게 된다.
시인은 이런데 착안하여 시상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되는 작품의 이면을 살피게 된다. 한밤중 내내 산중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바람이 지붕의 띠풀에 한바탕 불어온다고 했다. 한 밤중의 상황을 부연설명하면서 다소 엉뚱한 시상을 끌어온 것 같지만 정작 시인이 말하고자하는 바의 진의는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자는 그렇지만 밤새 내렸던 상황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어제와 다르게 변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냇물이 불어난 것은 마쳐 알지 못했지만, 다만 낚싯배가 키가 어제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만 깨달게 되었다는 자기 심회 한 가득을 쏟아놓는다. 시적인 자취가 많아 보인다.
위 감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산중에 비 내리더니 바람이 지붕에 부네, 냇물 불어 알지 못해 낚싯배만 높아졌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一夜: 한 밤 중에. 山中雨: 산중의 비. 비온 뒤의 산중 풍경. 風吹: 바람이 가만히 불다. 屋上茅: 지붕의 띄풀. // 不知: 알지 못하겠다. 溪水長: 시내 물이 불어나다. 시내물이 길게 흐르다. 只覺: 다만 알겠다. 깨닫겠다. 釣船高: 고기잡이 배가 더 높아졌다. 물이 불어 고기잡이 배가 높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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