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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나’ 를 찾아 떠나는 치유 여행(49)심리 상담사/박일경의 마음 이야기/수치심 5
관리자  |  ch23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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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8  10: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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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갖고 게신가요? 저는 음악을 좋아해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중 J시에서 있었던 경험입니다. 모여든 분들은 저마다 음색과 개성이 달랐으나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한결 같아서 그 기분 좋은 공통분모 아래 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날도 작은 공연을 앞두고 최종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어느 늦은 아침, 잠시 쉬는 시간에 40 초반쯤으로 보이는 한 중년여성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깊은 산속에서 골짜기를 타고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처럼 정말 시원하고 청명한 목소리를 가진 분이었지요. 누구나 부러워하는 음색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은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하던, 그리고 부르지 않던 사람, 노래와는 절대 인연이 없던 사람, 노래는  평생 자신의 인생에  없는 남들만의 것, 노래로는 죽어도 입도 뻥긋 못하고 사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살았던 사람이라나요..그런데 누군가의 권유에 못 이겨 우연히 이 합창단에 가입한 후, 이렇게 변했다고 했습니다. 가끔식 도움말을 주셨던 지휘자님의 지도까지 힘이 되어서요 ..그렇게 깨끗한 목청으로 방금 전까지 노래를 부른 사람에게서 나온 말치고는 참 믿어지지 않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분은, 모습처럼 조용히 말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해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자기 생애에 벌어졌다구요..자기 생전에 노래를 부르게 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구요..그 분이 무슨 사정으로 그렇게 오래 자신을 포기하고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틀림없이 상처를 남긴 무언가 트라우마에 의해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마치 노래를 잃어버린 새처럼 말입니다. 그 순간, 제게 떠 오르는 또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몇 해 전 이른 여름쯤이었던가요..저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던 한 사람이 우연한 고백을 반원들 앞에서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음악 시간에 겪었던 뼈아픈 이야기를요..합창 도중 음정이 틀렸다고 난데없이 뺨을 휘갈긴, 무지하고 난폭한 음악선생님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반 친구들이 다 있는 교실 안에서 노래 도중 느닷없이 뺨을 맞은 그 아이..얼마나 놀라고, 얼마나 창피했을까요? 얼마나 수치스럽고, 얼마나 가슴이 곤두박칠 쳤을까요? 얼마나 친구들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싶었을까요? 얼마나, 얼마나..차라리 땅속으로라도 꺼져버리고 싶었을까요?...그 후로 그 아이는 노래를 잃었습니다. 자신감도 잃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는 그녀의 인생에서 아주 없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 중년이 되었던 그 날, 마침 노래와 연관된 수업이었던 터라 작게라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마치 우는 것처럼 그렇게 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에게 말해주었던 거지요. 오래 전 그 때의 아픔을, 서러운 눈물로 흘리며 말입니다. 그리고 그 날, 음악치유 전문가이신 교수님의 도움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달라지기 시작하는 놀라운 모습을 저는 보았습니다. 치유가 시작된 거지요..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응어리진 감정이, 그 날 그 녀의 사연을 들으며 그 상처를 이해하고 함께 분노해준 사람들 속에서 수십 년 만에 녹아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치유란 이런 것입니다. 원래의 자신의 것을 찾아내는 것, 망가지기 전의 자신의 놀라운 원래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입니다. 나는 원래 이렇게 찌질한 사람이라구요? 아니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적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귀한 한 송이 꽃이십니다. 믿으십시오. 여러분은 천하보다 더 보배롭고 존귀한 존재입니다. 아무 것도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죄는 그 꽃을 넘어뜨리려 함부로 불어댄 바람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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