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화민족이어야 하나?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일지-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좌, 우의 목소리만이 언제나 드높았다.
아니, 좌·우 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
어떤 이념적 성향으로서 좌·우라기보다 정치권력을 둘러싸고 현재 가진 그것을 지키려는 세력과 그것을 빼앗으려는 세력간의 갈등을 말하는 것이니, 사실, 좌, 우라기보다 여권과 야권이라는 표현이 더 그럴듯할 수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유럽 같은 경우는 여권과 야권이라는 표현보다는 정치이념에 따른 진보 - 보수 혹은 좌 - 우 라는 표현이 각 세력의 색채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겠지만, 세계사에 유례없는 동족상잔의 전쟁에서부터 야권이란 게 들러리 정당으로만 존재하던 군사독재와 지금도 우리 코앞에서 버젓이 존재하는 민족 분단의 현실을 겪어온 우리 현대사에는 이념적 지속성을 전제로 하는 표현들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이처럼 우리 현대사가 격동의 시대였던 만치 정치권력을 둘러싼 쟁탈전에서 그 세력의 포괄범위 또한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나라만큼 많은 희생을 치른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게다가 그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서도 아직도 민족의 반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전체주의 치하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의 현대사에는 권력투쟁이라는 이 주 무대와는 성격을 달리 하는 소수의 지도자들이 있어왔다. 아마도 대표적인 사람이 김구 선생과 장준하 선생일 것이다.
김구 선생이 우리나라가 독립 국가를 이루기만 한다면 자신은 가장 미천한 신분인 문지기가 되어도 좋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위의 소수의 지도자들이 갖는 공통점은 권력을 차지하고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칙(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관철하기 위해 싸웠고, 목숨을 내놓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대사는 이런 지도자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사실 대의를 위해서는 그 대의에 걸맞게 그 대의를 구현해내는 방법 또한 정당해야 한다는 점잖은 쪽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악착같은 쪽을 무슨 수로 당하겠는가.

결국 무대에는 그 무대에서 한 번이라도 주인공이 되어보겠다고 집착을 보이는 사람들만이 남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우리나라 현대사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문림의향이라 칭하는 장흥에 義人은 누구였고, 의인정신(義人情神)의 맥은 이어지고 있는가? 때로는 숙연해 진다.
늦은 밤, 날씨만큼이나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을 다시 찾아 읽어본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째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동포 여러분! 나 김구의 소원은 이것 하나밖에 없다. 내 과거의 70 평생을 이 소원을 위해 살아왔고, 현재에도 이 소원 때문에 살고 있고, 미래에도 나는 이 소원을 달하려고 살 것이다. 독립이 없는 백성으로 70 평생에 설움과 부끄러움과 애탐을 받는 나에게는 세상에 가장 좋은 것이 완전하게 자주독립한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보다가 죽는 일이다. 나는 일찌기 우리 독립정부의 문지기가 되기를 원했거니와, 그것은 우리나라가 독립국만 된다면 나는그 나라에 가장 미천한 자가 되어 좋다는 뜻이다.  (중략)

정치이념  나의 정치이념은 한마디로 표시하면 자유다 우리가 세우는 나라는 자유의 나라여야 한다. 자유와 자유 아님이 갈라지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법이 어디서 오느냐에 달려있다. 자유 있는 나라의 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 오고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국민 중에 어떤 일 개인, 또는 일 계급에서 온다. 일 개인에서 오는 것을 전재 또는 독재라 하고 일 계급에서 오는 것을 계급독재라 하고 통칭 파쇼라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독재의 나라가 되기를 원치 아니한다. 독재의 나라에는 정권에 참여하는 계급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른 국민은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중략)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 하는 것을 원하지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중략)

동포 여러분! 이러한 나라가 될 진대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네 자손을 이러한 나라에 남기고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옛날 한토의 기자가 우리나라를 사모하여왔고, 공자께서도 우리 민족이 사는데 오고 싶다고 하셨으며, 우리민족을 인을 좋아하는 민족이라 하였으니, 옛날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앞으로도 세계 인류가 모두 우리 민족의 문화를 사모하도록 하지 아니하려는가? 나는 우리의 힘으로, 특히 교육의 힘으로 반드시 이일이 이루어 질 것을 믿는다. 우리나라의 젊은이가 다 이러한 마음을 가질진 대 아니 이루어지고 어찌하랴! 나도 일지기 황해도에서 교육에 종사하였거니와 내가 교육에서 바라던 것이 이것이었다. 내 나이 이제 70이 넘었으니, 직접 교육에 종사할 시일이 넉넉지 못하거니와, 나는 천하의 교육자와 남녀학도들이 한번 크게 마음을 고쳐먹기를 빌지 아니 할 수 없다. 1947년 샛문 밖에서... 

<나의소원>은 1947년 백범일지 국사원본이 간행될 때 처음 수록 된 것으로 백범의 사상을 잘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19.8.15.)
▲방탄소년 알엠 대상 수상소감 문화대상에서 김구선생님 말씀 인용한 방탄소년단 -------------
저희가 3년전에 콘서트 부문상을 받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대상까지 만들어주신 우리 아미 분들께 가장 당연하게 먼저 감사드리고요.
사실 정말 받을지 몰라서 정말 혹여나 받으면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잠깐 생각을 했었는데요.
문화대상이라는 시상식이 사실 저희한테도 굉장히 어떻게 보면 신선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합니다.
많은 문화계 종사자분들이 여기 와 계신데. 어, 이런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김구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오직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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