賀新承宣李公老(하신승선이공로)/김인경
글월이 돌아가는 기러기 나는 하늘
새로운 승선이 옛 승선을 대신하니
버림에 견디는 몸이 얻은 것을 축하받네.
千里書回一雁天    新承宣代舊承宣
천리서회일안천    신승선대구승선
不才見빈雖堪愧    猶向皇朝賀得賢
부재견빈수감괴    유향황조하득현

직장에 있다가 승진을 하면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구관은 신관에게 자리를 선뜻 물려주어야 하고 새로 부임하는 사람에게 칭송을 글을 남겼던 풍습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다. 자기 능력이 부족하여 그 직을 다 수행하지 못하게 되었던 선례를 고백하고 후진이 잘 해주기를 부탁했음직하다. 재능이 없는 자기는 이제 버림을 당해 비록 부끄러움을 견뎌야 하지만 임금의 조정을 향해 어진 사람 얻은 것을 축하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임금의 조정 향해 어진 사람 얻은 것을 축하한다(賀新承宣李公老)로 번역해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김인경(金仁鏡:?~1235)으로 고려 중기의 문신이다. 양신공 의진의 4대손으로 알려진다. 1219년(고종 6) 조충이 강동성에서 거란군을 토벌할 때 판관으로 출전하여 큰 공을 세웠는데, 이런 공으로 여러 벼슬을 거치다가 중서시랑평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시호는 정숙(貞肅)이다.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멀리 답신을 보내니 하늘에는 한 마리 기러기가 / 새 승선이 옛 승선을 대신하니 // 재능 없는 나는 버림당해 부끄러움을 견뎌야 하지만 / 임금의 조정을 향해 어진 사람 얻은 것을 축하한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새 승선 이공로를 축하함]으로 번역된다. 이공로李公老( ?~1224)는 대사성을 지냈으며 고려 문학계의 중진으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시인의 승선의 자리에 있다가 후임 승선 승진을 축하하는 작품이라는 시상의 밑그림이 그려진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자리라면 몰라도 갑자기 외부로부터 끼어드는 인사라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사권자에 불만이 있어 보인다. 이 작품은 그런 면이 은은하게 보인다.
시인은 먼 조정에서 글월이 도착했으니 그것이 바로 인사 발령장이었던 모양이다. 멀리 답신을 보내오니 한 마리 기러기가 날아가는 하늘에 새 승선이 옛 승선을 대신했었다고 했다. 승선은 고려시대에 왕명의 출납을 맡아보던 정삼품의 벼슬을 뜻했다. 또한 막중한 임무가 아닐 수 없다.
화자는 새로운 승선을 한 편으로는 칭찬하고 있는 반면, 자기 자신은 재능이 없음을 은근하게 책망하고 있다. 재능 없는 나는 버림을 당해 비록 오늘 자리에서 쫓겨나는 부끄러움까지도 견디어 내야 하지만 오히려 임금의 조정을 향해 어진 사람 얻은 것을 축하하는 다소 불만스런 문의文意를 살펴 볼 수 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하늘에는 기러기가 새 승선을 대신하니, 버림당해 부끄러워 신하 등용 축하하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千里: 천리. 멀리. 書: 글. 시인 자신. 回: 돌아가다. 一雁: 한 마리 기러기. 天: 하늘을 날다. 新承宣: 신승선(벼슬 이름). 代: 대신하다. 舊承宣: 구승선. // 不才: 재능이 없다. 見: 본다. 빈: 벼슬에서 물러나다. 雖: 비록. 堪愧: 부끄러움을 견디다. 猶: 오히려. 向皇朝: 조정을 향하다. 賀得賢: 어진 사람을 얻다.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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