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 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대로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던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그 날.. 1945년 8월15일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는가 보다. 일본의 경제보복,경제침략.. 혐한의 망언으로 우리를 분노케 하는 오늘.. 광복 74년을 맞은 우리 민족의 현실이다.
그 날.. 그 날은 우리가 만들어 지켜야 하는  이 민족의 결연한 사명인가 보다.
하여 심 훈 시인의 이 시를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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