妙高臺上作(묘고대상작)/진각 혜심
고개 구름 한가로이 걷히지 아니하며
시냇물은 왜 그리도 바쁘게 달리는가,
소나무 아래 솔방울 차 맛 더더욱 그윽하네.
嶺雲閑不徹    澗水走何忙
영운한불철     간수주하망
松下摘松子    烹茶茶愈香
송하적송자     팽다다유향

묘고대는 중국 절강성의 설두산에 있는 작은 돈대다. 차 맛과 품격은 생산된 고장의 물맛과 같다고 한데서 유래한단다. 선승의 시상인지라 선취禪趣가 가득 묻어난 시상을 만나게 된다. 간수는 선가의 수행처럼 일념 일념 흐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무엇엔가 깨달으면 그 전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깊은 뜻을 담는단다.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울을 따서 만지작거리니 달이는 차 맛은 소나무 향기 받아 그 더욱 향기롭네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고개 구름 한가로와서 늦어도 걷히지를 않고(妙高臺上作)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무의자(無倚子) 진각혜심(眞覺 慧諶:1178∼1234)으로 고려 후기의 승려이다. 조계산에서 수선사를 만들어 교화 활동을 하고 있던 지눌 선사에게 가서 어머니의 재를 올린 다음, 지눌의 제자가 되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때부터 힘써 정진하였으며, 지눌은 혜심의 재능을 아꼈다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고개 구름 한가로와 늦어도 걷히지 않고 / 시냇물은 왜 그리 바삐도 달리는가 //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울을 따서 만지작거리니 / 달이는 차 맛은 소나무 향기 받아 향기롭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묘고대 위에서 시 한 수를 짓다]로 번역된다. 묘고대는 중국 절강성 설두산에 있는 작은 돈대다. 설두산은 산중에 우윳빛 맑은 샘물이 있어 그곳에서 솟는 물이 흩날리는 눈꽃 같다고 하여 설두산이라 했다 한다. 묘고대에서 한껏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 작품의 이면을 본다.
시인은 구름이 한가롭게도 걷히고, 냇물이 빨리 흘러가는 장면을 대비해 보인다. 고개 위에 있는 구름 한가롭게도 걷히지 않고, 시냇물은 왜 그리 바쁘게 달리고 있나를 상상해 보인다. 구름은 한가롭게 걷히지 않고, 시냇물은 바쁘게만 달린다는 대비적인 시상이다. 시는 비유법이자 대비법이라는 실증을 보여주는 작품의 숨은 뜻을 보인다.
화자는 짤막한 절구 한 편에서나마 대비를 찾아냈던 작가적인 역량을 보이더니만, 전혀 딴전을 부리는 묘미를 보여준다. 소나무 아래에서 솔방 몇 개를 따서 그것을 우려내면서 달이는 차 맛은 어디에 비유할 수 없을 만큼 향기롭다고 했다. 시조時調의 종장에서도 마찬 가지이겠지만, 한시의 시상에서도 전구轉句와 결구結句에서는 반전을 시도해야 된다는 실증을 보인 작품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한가로운 고개 구름 시냇물은 빨라가네, 솔방울 만지작에 소나무 향 향기롭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嶺雲; 고개 구름. 산 고개에 걸친 구름. 閑: 한가하다. 不徹: 걷히지 않다. 곧 구름에 계속있다. 澗水: 시냇물. 走: 달리다. 빨라 흐르다. 何忙: 어찌 저리 바쁘게. // 松下: 소나무 아래. 摘: 따다. 松子: 솔방울. 솔의 씨가 들어있는 자방. 烹茶: 차를 달이다. 茶愈香: 차 맛이 더욱 좋다. 차 맛이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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