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림사' 시(詩)를 접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명망가 작자(作者)'를 기준하면, '박상, 백광홍, 백광훈, 임제, 정경달, 안유신, 이하곤' 등인데, 그 시제(詩題)사명(寺名)에 “보림寺, 가지寺”가 겹쳐지고 있다. '보림사 시회(詩會)'를 기준하면, '눌재 박상(1474~1530)'과 장흥유배객 '영천 신잠(1491~1554)'이 주도한 "보림사 서계(西溪)" 詩가 있다. 또 향촌 선비들의 보림사 詩文을 모아볼 수 있고, 보림사 승(僧) 차(茶)가 언급되는 詩도 있다. 한편 김삿갓의 방문詩 "과(過)보림寺"에 나온 '용천(龍泉)'은 '함평 용천寺'가 아니고, 보림사의 ‘고정(古井) 약천(藥泉) 龍泉’으로 여겨진다.(별도 후술) 오늘은 "보림사 차운시(次韻詩)"를 살펴본다. '차운시(次韻詩)'는 원운시(元韻詩) 압운(押韻)으로 반복하는 詩를 말한다. '차운詩'는 원운詩의 작자(作者)에 대한 존숭과 더불어 다른 차운詩들과 은근한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간 소개된 '보림사 詩'들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원운詩와 차운詩의 연관성, 보림사 전승과 사적을 소홀히 한 미비점이 엿보인다. 예컨대 '차운詩'에 나온, 전고용사(典故用事), 즉 "국사(國師), 학사(學士), 치래(稚來), 황비(荒碑), 용거(龍去), 신녀사(神女祠), 고정(古井), 구룡(九龍), 보조(普照), 보산림(寶山林), 김한림(金翰林)" 등을 미처 소화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 '國師, 려학사(麗學士), 金翰林, 神女'는 누구이며, '고탑(古塔), 荒碑, 古井, 稚來, 九龍'은 뭐란 말인가? 다시 살펴본다. 그 元韻詩는 고려 명종(재위1170~1197) 때, 문인 김극기(金克己)가 쓴, "가지사(迦智寺)"이다. 문과급제 한림학사(翰林學士)로 전국 유람길에 '가지寺'를 방문하여 7언율시 2수를 남겼다. 원운詩 시제(詩題)가 마침 “가지寺”로 되어있기에 '보림寺'로는 검색되지 않는다. 보림사 '次韻詩'들은 元韻詩 “가지寺”의 각운(却韻) "림(林), 잠(岑), 심(深), 음(吟), 심(心)" 韻을 되살려 짓게 된다. 따로 '김대경'의 '가지산판상운(版上韻)'도 있다지만,  '고려 한림학사 김극기'의 "가지寺"를 그 元韻詩로 삼고 있다. 앞서 소개한 여러 詩語들은 보림사의 창건배경과 역사적 전승에 관련된 것들이다. 원운詩 “가지寺”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장흥부>에 수록되어 있고,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다. 이하, '보림사 차운詩'의 시제(詩題), 작자(作者) 및 전고용사(典故用事)를 요약한다.

-次보림사승축(僧軸)운, 죽천 변치도(1696~1773) / 국사영적(國師靈蹟), 학사유분(學士遺芬)
-보림사次려학사(麗學士)운, 해금 오달운(1700~1747) / 치래고적(稚來故蹟), 황비몰(荒碑沒), 용거유허(龍去遺墟), 신녀사(神女祠)
-보림사次벽상(壁上)운, 동강 이의경(1704~1778) / 동국기림(東國祇林), 고정(古井), 노룡음(老龍吟)
- 宿보림사次가지산판상(板上)운, 존재 위백규(1727~1798) / 보수림(寶樹林), 구룡보(九龍洑), 신사(神祠), 보조심(普照心)
-敬次本府使유서오遊보림사운, 지오재 선시계(1742~1826) / 보산림(寶山林), 국사적(國師蹟), (장흥부사 '유서오(柳?五, 1711~ )'는 1761년에 파직되었고, 장흥 유생 '선시계'와 이별하면서 준 詩에서 <고(古)翰林, 용리구굴(龍離舊窟)>을 말했다. )
-遊보림사次김한림, 둔재 김광길(1789~1851) /김한림(金翰林), 천추고탑(千秋古塔), 승심영적(僧心靈蹟)
- '존재 위백규',  <숙(宿)보림사 次가지산판상운(板上韻)>
海國名區寶樹林 남쪽 해국 명승에 보림숲 있네
九龍洑上萬重岑 구룡 놀던 洑에 만산 겹쳐있고
雲歸古峽神祠靜 구름 낀 골짝에 神女祀 고요해
花積香壇佛殿深 꽃 쌓인 향단에 불전 깊어지고
過去靈奇僧漫說 옛 영험사를 전하는 스님 말씀
祇今風物客來吟 객 와서 오늘 풍경 읊는다지만
無窮興廢千年事 지난 천년 그 흥폐 무궁했을 터
只在當時普照心 지금은 그 보조선사 覺心뿐이네
-'지지재 이상계(1758~1822)', <여(與)제익(諸益)遊보림사次寺韻>
寶林林塾擅禪林 보림사 골짜기에 으뜸 禪 가람
一帶淸江四面岑 푸른 강물 띠에 사방산은 우뚝
石窟龍歸知道大 석굴용 돌아와 大道 알게 됐네
苔碑龜老覺年深 이끼 낀 보조塔碑에 세월 깊어
疑信事蹟流傳語 사적 의신 속에 전설은 흐르고
絶勝風光蕭灑吟 절승 풍광을 소쇄하게 읊노나니
坐看胡僧勸禮佛 좌선하는 호승은 예불을 권하고
却慙吾輩慕賢心 유자들 모현심은 오히려 부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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