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과 두려움

거절당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거절, 언제 들어도 두려움이 일어나는 말입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이 쉬우신가요? 부탁하는 것이 어려우시다면 남의 부탁을 NO 라고 거절하는 것은 쉬우신가요? 그럴 리가 없죠..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남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부탁을 받으면 대부분 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승낙합니다. 속으론 싫으면서도, 차마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거지요. 속칭,‘예스맨’이 되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두려움 때문 입니다. 뭐가 두렵냐구요? 여기에 대한 대답을 드리기 전에 다른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거절을 하면서도 관계는 깨트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대답은 ..‘아니오’ 쪽에 가깝지요? 그렇습니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고 거절해서 돌려보낼 때 관계도 그와 함께 깨어질까봐, 즉 이제까지 웃고 지냈던 두 사람 사이가 어색하고 서먹해질까봐 그게 두려운 거지요.  부탁을 하는 것이 어렵든,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어렵든 그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부탁했다가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운 건 물론이고, 내가 NO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그 거절에 무안해 지는 것, 그게 견딜 수 없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때론 지나칠 만큼 커서겠지요? 흔히들 말하는 ‘남의 마음을 섭섭하게 하기 싫어하는’, 마음 약한 사람이라서요.  적어도 눈에 보이는 의식의 세계 속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정말 그런 걸까요?
 본인도 거기까지 밖에는  모릅니다. 왜 돌아서서 후회를 하면서도, 무리하게 들어 준 부탁때문에 정작 자기 할 일을 못하고 쩔쩔 매면서 속으로 욕을 할지언정 왜 NO라고 못하는지..때론 그런 자기 자신이 정말 바보스럽게 느껴지고  미워질 때가 있지요. 그래도 번번히 거절 못하고 부탁을 들어주는 일은 계속됩니다. 아마 이 칼럼을 읽고 난 후에도 바뀌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모처럼 NO라고 용기를 내어 말하고 나서도 아마 마음이 가볍지 않으실껄요..상대방이 화가 난 건 아닐까, 겉으론 괜찮다며 돌아갔지만, 속으론 나를 야속하게 여기고  원망하며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리고..그 다음은..무엇이죠?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할까봐, 더 이상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그 사람하고의 관계가 깨어질까봐 두려운 겁니다. 즉 무의식 속의 나는 결국 ‘거절당함’을 두려워하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내가 당해 본 그 거절을 상대방에게도 주고 싶지는 않은 겁니다. 어쩌면 그 순간은 상대방을 ‘나’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옛날 어린 시절에 언젠가 아프게 거절당한 나의 모습을 상대방 속에서 보는 겁니다. 거절당하고 싶지 않아서, 상대방으로부터  버려지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 부탁을 거절 못하고 싫으면서도 다 들어주고 그리고 또 다시 들어오는 또 다른 부탁을 억지로 웃으며 받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예스맨인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아니 좋아 합니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편하니까요. 언제 부탁해도 NO 라고 하는 법이 없으니 얼마나 편리하겠습니까? 그런데 기억하십시오. 사람들이 좋아 하는 건 그 ‘YES’이지 여러분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보십시다. 왜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하시나요? 살다보면 싫은 사람도 있고 미운 사람도 생기게 마련인데, 여러분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여러분이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도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미움 받을 용기’라는, 한 심리학자가 쓴 책의 제목은 그 것이 시사하는 바를 아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가져다줍니다. 오늘부터 ‘미움 받을 용기’를 가져 보십시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하면서 까지 상대방의 사랑을 구걸하는 것보다 미움을 받더라도 여러분 자신으로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를 존중해주며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요? 여러분 자신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누가 여러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겠습니까?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여러분을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여러 분을 그 자체로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 그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누구에게서도 버림받지 않으려고, 그들 모두의 사랑을 받기위해 자기를 버리고 있는 시간에 오히려 그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떠올려보는 것, 그 것이 추운 날 몸을 녹여주는 차 한 잔만큼 이나 따뜻한 순간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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