初歸故園(초귀고원)/최유청
마을에는 쓸쓸한데 담장은 무너지고
오직 하나 문 앞에 돌 샘물이 있어서
샘물에 시원한 맛은 바꾸지를 않았네.
里閭蕭索人多換    牆屋傾頹草半荒
리려소삭인다환    장옥경퇴초반황
唯有門前石井水    依然不改舊甘량
유유문전석정수    의연불개구감량

아무렴 해도 고향을 좋은 것 같다. 보리피리 불던 시절이 그립고 흙냄새 풍기는 고향은 따스한 어머님의 품속 그 자체다. 나그네가 길을 걷다가 컬컬한 목 축였던 곳이 두레박 샘물이다. 담담한 그 맛이 고향의 진내음이며 따스함이다. 좌우를 둘러봐도 내 놀던 그 터전이 고향이다. 인정은 그 때와 다를 바가 없겠지만 산천은 늘 그랬다. 오직 문 앞에 맑은 돌 샘물이 있어 예와 다름없이 옛날의 달고 시원함을 바꾸지 않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마을은 쓸쓸하고 사람들은 많이들 바뀌었네(初歸故園) 번역해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최유청(崔惟淸:1095~1174)으로 고려 중기의 문신, 학자이다. 예종 때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뒤에 직한림원이 되었으나 인종초 이자겸의 간계로 한교여가 유배될 때 정극영과 함께 파직되었다. 이자겸이 몰락한 뒤에 좌사간·상주수·시어사를 역임하였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마을은 쓸쓸하고 사람들은 많이 바뀌었고 / 담장은 기울고, 집은 무너지고, 풀은 반이 거칠어 졌네 // 오직 문 앞에 맑은 돌 샘물이 있어 / 예와 다름없이 옛날의 달고 시원함을 바꾸지 않았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처음으로 고향 정원에 돌아와서]로 번역된다. 오랜 공무생활로 국록을 먹고 살았기에 임금과 백성을 위해 충성을 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나이가 연만해지고, 세상의 단맛과 쓴맛을 다 겪었다면 이제 조용하게 집필에 몰두하고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마 시인도 그랬던 모양이다.
시인이 처음 도심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을 찾았을 때, 갑작스런 생활의 변화로 선경先景에 대한 시상의 연결성은 대단히 컸을 것이다. 마을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쓸쓸하기만 하고 사람은 많이 바뀌었네. 담장은 기울고 집은 무너지고 풀은 반은 거칠어 졌다고 했다. 전쟁이라도 한 바퀴 지나간 것처럼 초라하기 그지없는 농촌의 전형적인 풍경으로 그려놓았다.
화자는 시상은 전반부에서 모두가 바뀌어진 상황을 그리더니만 후정後情에서는 바꾸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오직 샘물 맛 하나 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오직 문 앞에 돌 틈에서 나온 샘물이 있어, 예와 다름없이 달고 시원함을 바꾸지 않았다는 동정動靜이란 그림 한 줌의 대비다. 바뀌었던 상황과 바뀌지 않았던 상황을 잘 대비해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사람들이 많이 바꿔 무너지고 반은 거칠고, 마을 앞에 돌샘있어 옛날 맛에 시원하고’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里閭: 마을. 蕭索: 쓸쓸하고 삭막하다. 人多換: 사람이 많이 바뀌다. 牆屋傾頹: 담장을 기울고 집은 무너지다(문장이 되었음). 草半荒: 풀의 반쯤은 거칠다. // 唯: 오직. 有: ~있다. 門前: 문 앞에. 石井水: 돌 샘물. 돌에서 나온 샘물. 依然: 그렇게 의지하다. 不改: 바꾸지 않는다. 舊甘?: 옛날의 달고 시원하다.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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