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심하게 방치되어 자란 사람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음습한 외로움, 그리고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하고 허전한 느낌이 있고 그 것이 곧 불안으로 이어져 고통스럽습니다.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괴로움이지요. 그들은  그 공허함을 잊기 위해, 어떻게든 거기서 빠져 나와 보기 위해 무언가 몰두할 것을 찾습니다. 물론 이것은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구요, 몰두할 그 무언가는 불안이나 기분 나쁜 공허함을  이겨낼 만큼 자극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잊을 수 있으니까요. 취미를 가져도 조용하고 평범한 것은 안되고요, 운동을 해도 아주 자극적인 것만을 택해 격렬하게 빠져듭니다. 이런 사람은 심지어 종교도 아주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곳만을 찾습니다. 그냥 완전히, 모든 것을 다 쏟아 붓고 모든 일상을 다 내 버리다시피 하는, 미칠만큼 빠지는 것이 아니면 안되지요. 그냥 조용한 종교로는 그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공허함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 판단력은 있을법한 지성인들이  왜 그렇게 집팔고 땅팔아 바치고 가정도 가족도 희생시키는 이른바 파괴적인 이단 사이비 종교에  꿀 찾은 벌떼처럼 모여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방치되어 자란 사람이 부모가 되면 서로 아주 다른 양극단적인 양상이 나타납니다. 즉 자신이 방치되었던 것처럼 자녀를 방치하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지독하게 간섭하고 과잉보호 합니다.
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가 자기에게 행했던 양육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거구요, 후자는 어떻게든 역행하려다 보니 또 다른 쪽에서 극단적인 부작용이 생겨나는 겁니다. 
한창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때 방치되어 자란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는 대부분 적당한 중간 지점,즉 중용이 없습니다. 오른 쪽이든 왼쪽이든 한 쪽으로 치우치는 극단적인 선택만 있을 뿐입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엔가의 ‘집착’입니다. 분노,우울,불안,그리고 중독에 쉽게 빠지는 특징과 함께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부정적인 공통점이지요.

어떤 사람은 돈에 집착하고 어떤 사람은 명예에, 어떤 사람은 권력에, 어떤 사람은 성에, 게임에, 음식에, 어떤 사람은..심지어 공부에도  미친 듯이 집착 합니다. 그 것이 무엇이든 자신의 텅 빈 외로움, 그 싫은 느낌을 지워버리는데 효력이 있는 것이면 자기도 모르게 도를 넘도록 빠져드는 겁니다. 나중에는 그 것이 없으면 죽을 것만 같은, 마치 삶이 다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병든 집착이 계속되지요. 마치 헛것을 보고 달려가는, 신기루를  쫒다 지치는 사막의 허망한 나그네처럼 말입니다. 옆에서 아무리 충고를 하고 말려도 절대로 듣지 않습니다. 아니 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상처와 대면하고 인정하기 전에는 누구도, 그 무엇도 그를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이를 멈추고 무엇에 씌운듯한 이를 ‘알아 차리게’ 하는 이 교육은 자신을 알고, 자신의 상처가 현재의 삶과 인간관계를 엉망으로 만든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치유하기 위한 신성한 노력입니다.

여러분, 특히 세상에서 가장 교육이 많이 필요한 존재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부모’입니다. 부모야 말로 정말 많은 것을 교육으로 깨달아 알고 단단히 준비한 후에 시작해야 할 두려운 역할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에게, 그 자녀의 자녀에게, 자녀의 자녀의 자녀에게 또 다시, 그리고 끝없이 상처를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던가요? 우리 들 중 부모 역할을 배우고 나서 부모가 된 사람이 누가 있던가요?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요.‘정말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부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부모’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허상입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겸손해야 하고 모든 부모는 교육받아야 합니다.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자식이 이미 다 커버린 가정의 부모일지라도 회복과 성장의 길은 분명 있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누구에게서, 그리고 어떻게 배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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