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33년 거주하는 권종면 향우의 에세이 『사려』 출판기념식이 5월3일 서울 사당동 오리모리집에서 50명의 동창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저자는 관산읍 고마리에서 1956년 태어나 관산중을 21회 졸업하고 광주와 서울에서 고교와 대학을 마치고 1986년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에 진출하여 한?일 간의 민감한 정서를 극복하는 정신력으로 사업에 정진하여 현재는 일본 중견기업인 대성산업(주)의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저서에서 고향 고마리는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이다. 그래서 유년시절 고향에서의 보낸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린시절 어르신들의 야단을 맞아가며 해가 저물도록 앞마당을 독차지하고 소꿉장난에 열중했던 기억들이 지금도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여름이면 홍수가 나서 신작로 길이 자취를 감추는 날이면 가물거리는 선을 따라 불어난 물이 배꼽까지 차오른 길을 허우적 거리면 관산동초등학교를 다녔던 추억이 생생하다.

순두부에 배추김치를 감아 먹고 멸치가 나오는 때는 마늘종을 섞어 넣어 찌개를 할 때 냄비 뚜껑을 열면 살이 토실토실한 멸치가 다시 살아 날 것 같은 싱싱한 먹거리가 있던 곳이다. 또 멸치젓을 양념장에 버무려 반쪽으로 갈라놓은 핑크빛을 띤 속살을 더운밥에 곁들이면 고소한 맛에 넋을 잃을 정도로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면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꼬막을 채취한 동네 행사때 호롱불에 의지하며 밤늦게 귀가하는 가족들을 마중 나가던 지난 과거들이 엊그제 일처럼 기억 속에 아른거린다.

여름밤이면 모닥불을 피워놓고 평상에 마주 않아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자리를 헤아리며 천진난만한 동심의 날개가 밤이슬에 흥건하게 적시던 나날들의 추억들이 삶의 풍요로움과 생의 희열을 북돋아 주는 느낌으로 저미어 온다.

사랑방에서 밤이 깊어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순도순 모여 앉아 재미나는 이야기에 열중했던 청순한 시간들을 함께한 벗들은 다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인생의 보금자리이자 위대한 선물인 고향의 품은 떠나온 이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동반자이고 반려자이며 고향에 대한 상념의 빛이 퇴색되지 않을 때 삶의 가치가 고조되리라 믿는다.

현해탄 바다 건너와 그리움의 노예가 되고 외로움의 시녀가 된 삶을 영위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뼈져린 고독감이 엄습해 오고 보고품 마음이 밀려올 땐 밤하늘을 향해 궐련 연기 뿜어가며 외로움을 달래왔다.
그에게 고향은 여전히 그의 존재이유이다.

청초로운 풀 자락 틈을 따라 고개 너머로생생하고 아련하게 떠오르는 탄생의 흔적들...
가로막힌 바다 위에 닻을 올리고 노를 저어,
고독과 외로움의 옷깃들을 파도에 묻어 두고,
몸을 담고 향하는 삶과 영혼의 안식처
품떠난 송아지를 밤새도록 찾는 어미 소의,
목메임들로 가득 수놓아진 하소연들을 그렁그렁 걸머지고,
안기고 싶어하는 염원의 땅!
그 누가 그러함을 고향이라 일러 주었단 말인가!

-권종면의 에세이집 “사려”2019.4 도서출판 삼보아트. 신국판435쪽, 한국어, 일본어 합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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