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탐진강’이지만 원래는 '예양강(汭陽江)'이었듯이, 조선시대에는 '제암산‘이 아니라 ’사자산(獅子山), 사산(獅山), 사악(獅嶽)'이었다.

장흥읍 치소의 내수내산(內水內山)은 '예수사산(汭水獅山)'이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도 <동국여지지>에도 <정묘지,1747>에도 獅子山이었다. '오늘의 제암산'은 따로 없었으며, '獅子山에 속한 제암(帝岩,霽巖)'이었다. 1491년경 장흥방문객 추강 남효온(1454~1492)도 제암산이 아닌, '獅子山'을 말했다. 기봉 백광홍(1522~1556)도 제암산이 아닌, '사산지하호계방(獅山之下虎溪傍)'을 말했다. 옥봉 백광훈(1537~1582)도 ‘예수사악(汭水獅嶽)’을 말했다. 임진난중에 지나가던 조팽년(1549~1619)도 獅子山을 말했다. 장동출신, 반곡 정경달(1542~1602)의 아들 정명열(1566~1627)과 손자 정남일(1588~1640)은 제암산이 아닌, '제암(霽巖)'이라고만 했다. 존재 위백규(1727~1798)는 '오늘의 제암산, 사자산'을 등반하면서 <사자산 동유기(獅子山同遊記)>를 남겼다. 그 시절 장동 용추(龍湫)와 웅치 용추는 모두 ‘사자산 용추폭포’였다. <청구도, 대동여지도> <산경표>에도 獅子山이었고, 달리 제암산은 없었다.

<정묘지>에도 '부동방, 용계방, 장동방, 부산방, 웅치방'에 獅子山이 있고 제암산은 없었다. <부산팔경(八景), 안양八景, 부춘八景>에도 '사악고운(孤雲), 사산귀운(歸雲), 사악제월(霽月)'이었다. 장흥府 8경詩에도 '사자귀운(獅子歸雲)'이었고, 그 獅子山 안에 ‘제악(帝嶽)’이 들어있다. 1925년경 외지인 '최남선'은 <심춘(尋春)순례>에서 '장흥 獅子山'을 돌아 '광양 백운산'을 바라보았다 ( 그런데 왜 장흥 일부책자에 <욕춘순례>라 오기되는가? ) 그 獅子山 '삼봉(三峰)'이라 함은 '사자두봉(頭峰),사자미봉(尾峰), 제암(帝岩)'일 것이다. 그 獅子山에 있다는 봉수대는 '전일산 봉수'를 지칭한다.

여기서 유념하자. 옛 獅子山과 ‘오늘의 獅子山’은 구별된다. 옛 獅子山 산역(山域)은 '오늘의 제암산'과 '오늘의 사자산'을 합한 것으로, 그 帝岩에서 그 사자尾峰에 이르는 전체 덩어리를 한 묶음으로 지칭한 것이니, 가히 사자 몸둥이로 볼만하게 웅장하다. 그래서 존재선생은 그런 '사자산'과 '천관산'을 <사자산 동유기>에서 비교해본 것이리라.

예전에도 '제암(霽巖)' 또는 '제암산'이 간혹 말해지기도 했으나, 그 정해진 산명은 ‘獅子山’이었다. 안양방에서는 더불어 '어병산,착정산'을 말하기도 했다. 그 獅子山 일대에는 '원효암,의상암,금강사,정흥사,어병사,취령암,고산사,봉림사, 일림사'가 있었다. 그 사자산록에는 '위계정, 이침, 백광홍, 정경달'의 묘소가 있다. 그러다가 일제기에 ‘제암산(帝巖山)’ 명칭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1933년에 장흥군수가 제암유상(遊賞)행사를 주관하여 <제암시집>이 출판되었고 '제암산'이 본격화되었다. <조선환여승람 장흥,1933>은 '제암산'을 독자적 산명으로 기록하였다. 세상이 바뀐 오늘날에는 '제암산'과 '사자산'이 따로 병립한다. 장동출신 시인 이대흠은 詩 <제암산을 본다>에서 "제암산을 보면 장흥땅 전체가 그 산으로 집중된 느낌이 든다."고 노래했다. 장흥읍출신 사진작가 장선기(장흥중고23회)'는 사자尾峰쪽에서 사자頭峰을 지나 장흥읍쪽을 멀리 바라보는, 웅크린 獅子山을 잡아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제암’과 ‘사자’와 ‘천관’의 아들들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암산 철쭉을 저 獅子山 쪽으로 옮기거나 번지게 하여 獅子山의 갈기와 등마루에 새로운 봄불 꽃불로 활활 타올랐으면 한다.

덧붙인다. 1)일제당국이 사자산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풍설(이규태 칼럼)의 근거 없음을 오래전에 기고했었다.
2)일제시기에 장흥거주 일본인들 향수 때문일까, ‘장흥 사자산’을 찍어 <장흥 후지산 엽서>를 만들었다.
3)1914년 행정개편으로 '장흥 웅치방'이 보성군으로 넘어간 데서 오늘날 '보성 제암산' 주장의 단초가 되었지만, '장흥 제암산(제암)'에 관련한 장흥의 詩文과 기우제 전승 말고는 달리 보성 쪽에 독자적 전승과 연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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