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책의 날 이다. 독서증진과 출판장려 저작권 보호촉진을 위한 기념일로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을 2001년 지정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보다 8년 전 팔만대장경이 완성된 날 10월 11일을 책의 날로 지정했다.

삶에 지칠수록 독서만큼 위로 받을 데는 없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자존감을 얻을 수 있어서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매일 아침에 오늘 보다 더 사람이 되어 깨어나고 싶다면 잠들기 전에 책을 펴고 단 세장이라도 읽어라’ 고 했다.

독서가 왜 필요한가? 우리가 맞닥뜨리지 못한 일들을 간접 체험 할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를 거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같다’ 고 했다. 험한 인생항로에서 정답을 찾을 수 없지만 책은 방향을 제시한다. 시야를 넓게 해주고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킨다. 또 책을 많이 읽는 식자는 대화 주제의 선정과 피드백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라의 장래를 그 나라 국민의 독서량으로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전철을 타면 너나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지만 일본인은 책을 꺼내 읽는다. 일본 정부는 법으로 초등학교 첫 시간을 독서시간으로 정하고 독서교사를 배치하여 어릴 적부터 독서습관을 길들인다. 일본 직장인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수시로 나오는 것도 독서 시책의 공덕이다.

또 아랍에는 석유가 있지만 이스라엘에는 머리가 있다는 말도 독서의 힘을 웅변해 주는 대목이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약 140만 유대인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 850명의 약 20%를 배출하였다. 그 배경에는 어렸을 때부터 성경과 탈무드를 계속 읽게 하여 신과 인간과 역사의 지혜를 배우게 함으로써 창의력의 근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9권으로 이스라엘 64권 러시아 55권 일본 40권 프랑스 20권에 크게 못 미친다. OECD 가입국가 중 독서율 최하위, 아이큐 세계 1위 독서 꼴지국가 딱지가 우리의 성적표다.

현실 도피를 위해 알콜이나 복권 경마 등에 빠지면 패가망신 하기 쉽다. 최근 성범죄나 ‘묻지마 살인’ 등이 빈발하고 있는 세태 또한 국민의 독서율 저하와 전혀 무관치만은 않다고 본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경기침체까지 장기화되어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인터넷 보급률이 독서 인구 감소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과연 차가운 쇠뭉치 속 전자파 인터넷이 고급스런 잉크 냄새와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의 운치까지 만끽하는 종이책 독서를 따라갈 수 있을까?

평생 책을 많이 읽고 500여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은 아들과 제자들에게 불행과 재난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독서임을 강조했다.
위로는 성현을 따를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을 깨우쳐 주며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독서야말로 인간의 본분이 아닌가 싶다. 자랑스럽게도 우리 장흥군은 전국 최초 문학관광기행특구 성지로 지정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 명종시대 관서별곡을 집필한 명문장 기봉 백광홍 선생의 맥을 이어 현대 한국문단의 중견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향토 출신 문인들의 실력도 눈부시다. 이에 걸맞게 문학공원과 문학관이 들어서 남해의 해풍과 교우하고 있으며 또 두 개의 도서관에 장서도 빽빽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필자의 소견으론 이처럼 좋은 여건 속에서 정장 도서를 열람하는 일반 군민들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도서관 운영이 설립 근본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한껏 취업준비생이나 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장으로만 유지된다면 이는 예산 낭비는 물론 마치 훌륭한 스승을 곁에 모셔놓고 배움을 게을리 하거나 포기한거나 다름없다.

앞으로 도서관 운영의 효용성을 최대한 극대화 시키기 위한 행정의 시책 발굴과 사회단체 임직원들부터 솔선, 범군민 책읽기 운동의 병행을 권장하고 싶다. 하여 군민의 높은 독서열이 문향군민의 자존심과 인격을 고양하고 나아가 후세교육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군민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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