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기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메마른 뿌리를 흔든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 주고/ 작은 목숨을 뿌리로 부지 시키면서
-T.S 엘리엇 “황무지”중에서

T.S 엘리엇의 시집 “황무지”는 첫 련을 “사월은 가장 잔인 달”이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은 독자와 평론가들이 수없이 다른 모양으로 내어 놓았다.
그 무수한 평자들이 궂이 기억 할 수 밖에 없는 구절은 역시“사월은 가장 잔인 달”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는 소생의 봄을 왜 “가장 잔인 달”이라고 표현 했을까. 이 표현을 해석, 혹은 이해하기 위해서는 T,S 엘리엇의 생애나 서구의 신화, 역사, 문명의  과정을 고찰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은 장흥땅의 우리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학자인양 연구할 필요도 없을것이다. 우리는 그저 시인의 유명한 싯 귀에서 긱감적으로 느껴지는 문학적 감흥을 향유 하거나 우리 식의 해석으로 공유하면 될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신비하다. 우리 삶의 연륜에 따라 수십여년 동안 매년 다가오는 계절의 변화는 그저 일상적일 뿐이다. 혹은 모진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겨울에 그 황량한 대지의 품속에 동면하고 있을 생명을 생각해 보았을까. 우리는 그저 지상의 그 음울하고 메마르고 춥디 추운 현상에만 몰입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절기에 문득이다 싶게 대지의 햇볕 머금은 공간에서 변화하는 생성의 징후들과 조우하게 된다. 그것은 참으로 경이로운 현상임에도 우리는 계절의 어느 행간이면 당연하게 찾아오는 것으로만 느끼고 있다.
장흥의 4월은 온통 꽃 세상이다.
길섶의 풀 잎새는 초록의 생명을 어김없이 표현 하면서 상하(常夏)의 계절을 예고한다.
회색의 단단한 빛깔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던 나뭇가지들은 눈부신 신록의 형상으로 진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저 아름다운 꽃과 신록들은 지난 겨울날의 그 추위 속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까.
왜 사람들은 고즈넉이 동면하면서 눈부신 생명의 작업을 쉬지 않고 있던 징후들과 교감하지 못했을까. 이러한 자연의 섭리들을 잊지 않고 계절을 준비한다면 우리들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롭지 않을까.
자연의 순리는 배신도 없고 돌연함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그 섭리를 망각의 저편에 두고만 있었을까.

이제 사람들은 경작의 노동에 정진할 때이다. 그 노동의 행간에 적용되는 경험과 상식과 새로운 지식들은 갊의 주어이다. 노동이 정연하고 치열할수록 살림은 풍요할 것이다.
그 노동의 과정에서 변치 않는 동행의 소재는 자연이거니와 안팎의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은 사람들의 손속일 것이다. 지혜로운 원로의  생각, 부지런한 이웃과의 품앗이, 더불어 마음을 합하여 혹간은 변덕스러운 절후를 이겨내는 상생의 철학..하여 장흥의 이 찬란한 생성의 계절을 희망으로 승화 시키자.

라일락이 피어나는 잔인한 4월은 겨울의 고통을 외면한 사람들의 무심함을 은유로 하는 표현일 것이다. 이제 우리 장흥땅에서는 자연과 사람들이 합일하여 이 4월이 풍성한 계절, 아름다운 세월로 만들어 나갈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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