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미세먼지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곰곰 생각해보면 지금은 비나 눈보다도 미세먼지가 우리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최근 정부가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은 중국에 있다고 하자 중국은 근거를 대라고 으름장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인에 대한 두 나라의 공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서 앞으로 책임공방이 계속될 것이다. 황사가 그렇듯이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도 중국에 있을 것이고 누구나 짐작은 하면서도 단정 짓기는 힘들다. 화력발전소 연료인 석탄과 자동차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원인이라면 중국의 2천9백개가 넘는 화력발전소(중국의 화력발전소는 세계 화력발전소의 43% 차지)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쩌겠는가. 다만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는 우리나라 수출의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눈치를 안 볼 수도 없어서 우리가 갑(甲)의 입장에서 큰소리를 내기도 힘들다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발생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어느날 갑자기 미세먼지가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는 숨을 쉬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동물들은 물론이고 식물에게도 유해한 물질인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미세먼지를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정한 것을 보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TV 일기예보에서 내일 외출을 해야 할지 삼가야 할지, 출근길에 마스크를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데 참고하면 될 정도로 가볍게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병원에서 내시경을 통해 용정 하나만 발견되어도 법석을 떠는  이유가 용정이 암으로 발전될까 우려하기 때문인데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에 발암물질이 있다는데 대충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는가? 불행히도 미세먼지는 전 세계에 공통된 현상이 아니라 중국과 우리나라가 심하게 겪고 있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업보?라고 할까? 그렇다고 미세먼지를 피해 우리나라 땅 덩어리를 청정한 태평한 가운데로 옮겨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미세먼지는 우리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고, 그중에서도 건강에는 아주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일에 모두들 굼뜨고 더디다. 국민의 건강한 삶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임에도 아직까지 자신있는 뚜렷한 대책이 있어 보이질 않는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는 미세먼지 예방과 저감을 위한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미세먼지의 폐해를 인식하고 고민 중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건 생각을 한번만 곱씹어 보면 미세먼지를 가볍게 여기고 지금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미세먼지를 피할 수 없다면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미세먼지에 속에서 자란 농산물, 채소가 우리 밥상에 올라 오고, 미세먼지 속에서 자란 과일을 우리 아이들이 먹어야 하고.... 우리가 생산한 먹거리를 먹고 나서 건강하면 좋고 건강이 나빠도 어쩔 수 없다고 넘어 갈 일은 아니다. 건강은 반드시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미세먼지에서 오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요즘 TV를 보면 사람들의 관심사를 금방 알 수 있다. 온통 건강, 맛있는 먹거리 그리고 여행과 패션에 쏠려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청정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가 아니면 아무리 싼값이라도 절대로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는 물건, 한마디로 신뢰가 가는 고급화된 상품만을 찾는 것이다.

왜 장흥은 물축제를 하고, 통합의학박람회를 개최 하는가? 물축제나 박람회 기간 동안 장흥을 찾아 온 손님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물축제와 의학박람회는 장흥이 물과 땅이 깨끗한 지역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서 장흥의 농수축산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고급 먹거리이고, 청정한 장흥은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메카라는 지역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장흥에서 나오는 생산물을 비싸게 팔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있다. 미세먼지로 인해 앞으로 농림축산 등 모든 먹거리의 생산 여건이 획기적으로 변화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배추 한포기, 무 한개도 재배나 생산과정을 안심하고 믿을 수 있을 때 상품가치가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친환경적인 생산여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스마트농업에서 찾아야 한다.
누구든지 변화의 물줄기를 빨리 받아들이면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엄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미세먼지는 스쳐 지나갈 일순간의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다른 지역보다 빨리 깨달아서 친환경 먹거리를 선점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늦으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좋은 사례가 있다. 장흥 대덕의 풀로만목장 쇠고기는 왜 일반 쇠고기보다 비싼 값인데도 소비자들은 열광하는가? 사람들은 좋은 제품이라면 지갑을 꺼내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개구리를 뜨거운 냄비에다가 넣으면 팔짝 뛰어 나간다. 그런데 찬물을 담은 냄비에 개구리를 넣고 천천히 물의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뛰어 나가지 않고 익어 죽는다. 물이 천천히 뜨거워지면 조금씩 따뜻해지다가 물이 팔팔 끓어도 견디다가 죽는 것이다. 에스키모인들에게는 독특한 늑대사냥법이 있다. 날이 선 칼날에 늑대가 좋아하는 피를 묻혀서 그 칼을 얼음 위에 꽂아 놓는다. 그러면 좋아하는 피 냄새를 맡은 늑대는 얼음위에 꽂아 놓은 칼을 혀로 핥는다. 늑대는 차디찬 칼날에 묻은 피를 핥으면서 혀가 마비되어 날이 선 칼날에 제 혀를 베어 제 피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계속 제 피를 핥다가 죽어 간다. 개구리는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견디다 죽고, 늑대는 저도 모르게 스스로 죽음을 불러 들인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변화를 받아 들여서 적응하면 살아 남았고, 변화를 깨닫지 못하거나 거부하면 살아 남지 못했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몸으로 느끼기 보다는 머리 속의 지식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늦지 않게 변화에 대비하는 사람은 성공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지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은 누가 뭐라 해도 행정이 해야 할 몫이다. 다른 지역주민들이 우리의 일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행정을 중심으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것은 낯설고 두려운 반면 종전에 해 온 것은 익숙해서 과거에 했던 것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보통사람에게는 한낱 위기로만 보이는 것이 지혜로운 자의 눈에는 위기 속에 기회가 함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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