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쯤이던가. 한승원작가께서 귀향하시었다.
세상의 문인들이 문학적 성취와 사회적 명성을 갈망 하면서 도시로 서울로 이향(離鄕)하는 추세를 거슬려 환갑 가까운 나이에 남도의 끝자락 당신의 고향인 장흥으로 내려오신 작가의 행보는 문단의 화제였다.
혹간은 도시 문단의 그 치열한 경쟁에 밀려 낙향 하는 것이라고도 했고 또는 한승원 문학의 제2의 융성을 향한 웅숭깊고 신선한 결단이라고도 했다.

화자들의 세평이 어떻든 간에 장흥의 문학 현장은 한승원작가의 귀향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 지기 시작 했다. 장흥의 경계(境界)에 머물러 있던 문학동인회원들,기히 문단에 데뷔하여 제법 치열한 지향을 보듬고 있던 작가들과 문학을 동경하는 이들이 자연스럽다 싶게 한승원 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연대가 형성 되었다.

안양면 율산 마을에 마련된 한승원 작가의 거처는 시야의 경관이 회진 신덕리를 닮아 있었고 그래서 눈을 뜨면 바다 내음새를 비껴 갈 수 없었다. 작가의 소설에서 너무나 진하게 표현되는 고향의 바다 그 색깔과 향기는 율산 마을에 조성된 집필실 “해산토굴”에서 더욱 왕성하게 형상화 되었다.

 귀향한 중견 소설가는 문림의 고을 장흥의 문맥 그 기운에 힘 입기라도 하듯이 봇물처럼 신작을 발표 하였고 더불어 장흥의 문학은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이 아름다운 귀향은 작가의  신덕리 주민들과 동호인들이 손속을 모아 고향 마을앞 바다  파도에 얹어 놓은 “한승원문학현장비”로 승화 되고, 안양면의 면민들과 장흥군이 여다지 해변에 조성한“한승원문학산책로”로 이어지며 남도의 문학 현장을 빛나게 하였다.

장흥의 소설문학이 이렇듯 조명을 받는것은 1980년대 한국소설문학의 역량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서울에서 활동하는 이 청준, 광주를 대표하는 송기숙과 더불어 고향인 장흥에서 화답 하는 한승원으로 동시대의 중견 소설가들이 한 고향이라는 이례적인 사실과 함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남도의 장흥은 문학기행의 전국적인 명소로 회자되기 시작 했다.
계절을 마다하지 않고 장흥은 문학을 향유하고 지망하는 수많은 동호인들과 사유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장흥의 소설, 장흥의 시, 장흥의 수필들이 문화의 화두로 회자되고 있었다.
2008년 전국최초로 장흥은“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이 되어 그 문학적 역량과 자원이 각광받게 되고 “한승원문학 학교-달 긷는 집”이 개관되어 장흥의 문학 현장은 미흡 하지만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인 ‘해산토굴“과 문학 학교인 “달 긷는 집”, 여다지 해변의 “한승원문학산책로”로 이어지는 “소설”과 “시”의 주제 공간은 남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과 탐방객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달 긷는 집”의 아담한 방에서는 강의와 대담과 토론으로 한승원의 문학과 장흥의 작가들과 문학 자원을 공유하는 사유와 치유의 이야기가 줄기줄기 만들어 진다.
그 이야기들은 보물 같은 장흥의 문화 자산이지만 혹은 흩어 지고 혹은 잊혀 지면서 한없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때로는 풍요함이 빈곤을 낳는 것일까.
현대 한국문학사에서 소설과 시와 아동문학 수필과 평론의 제분야에서 중견 작가들로 분류되는 장흥 출신의 작가들은 그 이름을 거명하기가 숨 가쁠 정도로 찬란하다.
그 찬란한 문학적 성취가 장흥의 인문을 빛내고 있음에도 현장의 사정은 안타깝다. 인근의 시ㆍ군에서는 장흥의 작가들과 비교되는 반열의 작가들이 활발한 선양 사업으로 형상화되고 있음에도 장흥의 사정은 요원하다.

필자는 근간에 유수한 문학단체의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승원 문학 공간인 “달 긷는 집”의 관리 상태를 지적 하며 질책하는 행간이 필자를 한없이 부끄럽게 하였다.
인근 지역의 작고 작가들 그 작가들의 생가와 창작현장의 보존과 관리를 비교하면서 년간 수백명의 탐방객들과 단체들이 방문하는 노작가의 문학공간이 어쩌면 그다지도 소흘하게 관리 되고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8순에 이른 노작가가 고향을 보듬어 안고  창작의 인고를 마다하지 않는 삶은 어떤 형용으로도 묘사할 수 없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그 작가의 공간을  관리 하는 것은 장흥의 문학적 역량이며 어떤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문화 자원의 보존이며 창출일 것이다.

“달 긷는 집”의 장흥군 관리 부서를  현재의 지역경제과에서 문화관광과로 이전하고 관내의 문학 단체와 연대하여  해산토굴과 문학산책로를 아우르는  기본적인 관리 보존 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 한다.
이청준 생가와 창작 현장,송기숙,이승우의 생가와 창작 현장  장흥 출신 중견 작가들의 창작 현장 그 눈부신 문학 자원을 새롭게 점검 하고 보존 계획을 수립 하기를 촉구한다.
장흥의 문학 현장이 일신 되어 진정한  “문학관광기행특구”의 고장으로 가꾸어 한국문학의 본향임을 확인하는 문화 행정을 기대한다.
그리고 권유 한다.
문화의 행정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과장부터 주무관까지 현장을 주목하기를.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