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조 할아버지 문집 번역…학술적 가치 인정
“새로운 시작…독자적 고전번역의 틀 만들 것” 

40여년 공직생활을 마친 퇴직 공무원이 모두들 어려워하는 한문고전 번역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016년 광주시청 서기관으로 퇴직한 이병혁(65)씨. 이 전 서기관은 오는 26일 2018학년도 전남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는다.

이 전 서기관의 박사학위 논문은 ‘역주 남파집(南坡集)’으로, 그의 집안 5대조인 남파(南坡) 이희석(1804~1889) 선생의 문집 8책3권 가운데 6책2권을 번역한 논문이다.
남파 선생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호남 성리학의 거두 노사(蘆沙) 기정진(1798∼1879)으로부터 학문을 익혀 노사학단의 주요 인물로 활동한 조선후기 학자다.

장흥과 장성을 중심으로 후학을 양성하며 금강산 기행문인 ‘원유록(遠遊錄)’ 등 많은 시문을 남겼다. 그의 학문적 역량에 비해 덜 알려진 향토유학자였으나 이번 논문으로 재평가의 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남파집’은 그가 세상을 뜬 뒤 9년이 지난 1898년에 그의 손자 이선원에 의해 목활자본 8권 3책으로 간행된 유고집이다.
이 전 서기관은 논문에서 그동안 묻혀있던 남파의 행적을 정리하고 그가 남긴 다양한 글들을 번역해 세상에 내놓았다.

이 전 서기관은 마음속에 있던 빚을 덜어낸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조들이 남긴 훌륭한 글들이 번역되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며 “부족하나마 석박사 논문을 통해 그 분들의 글을 번역해 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생각을 놓지 않았던 게 오늘에 이른 것 같다”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선조들이 남긴 주옥같은 글들을 번역해 세상에 내놓는 일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공직을 마감한지 4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인생 2막을 시작한 이 전 서기관은 큰 포부도 밝혔다.
조그만 연구공간을 마련해 학문동료들과 함께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고전 번역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는 “고전의 현대화 작업, 독자적인 한문고전번역의 틀을 만드는 데도 힘을 쏟아 낙후한 호남학 진흥에도 일조하고 후학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