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海(관해)/금원 
나라의 모든 냇물 동쪽으로 흐르고
물길은 깊고 깊어 그 끝이 없어라
온 세상 큰 품속에서 얻은 것만 같아라.
百川東匯盡    深廣渺無窮
백천동회진    심광묘무궁
方知天地大    容得一胸中
방지천지대    용득일흉중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이전엔 한반도에 대한 인식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리했던 모양이다. 특히 태백산을 중심으로 한 한맥(??) 줄기를 중심 삼아 모든 물은 동해로 흐르고, 서해로는 흐르지 않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동여지도가 1864년(고종1년)에 만들어 진 조선 후기까지도 그런 인식은 변함이 없었으니…우리나라의 모든 냇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있나니, 깊고 넓어서 아득하여 그 끝이 없어라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온 세상 천지가 큰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觀海)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금원(錦園:1817∼?)으로 조선 헌종 때의 여류시인이다. 김덕희의 소실이었고 경사(經史)에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관서지방을 두루 유람한 후, 서울에서 많은 여류시인들과 어울려 시를 읊으면서 여생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저서로는 <호동서락기>가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우리 라의 모든 냇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있나니 / 깊고 넓어서 아득하여 그 끝이 없어라 // 온 세상 천지가 큰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 하나의 큰 품속 안으로 받아진 것만 같구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바다를 보면서]로 번역된다. 시인이 살았던 시대에는 한반도의 지도가 체계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보적인 이유로 보급되지도 못했다. 동해안 쪽에서 살았던지 태백준령을 타고 내린 모든 물이 동해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믿었겠다. 남해나 서해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을 알고 시상을 음미하면 좀더 밝은 시심을 만난다.
시인은 동해로 흐르는 모든 물이 신기할 만큼 가슴 뭉클하게 했던 모양이다. 나라의 모든 냇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있나니, 물이 깊고도 넓어 아득하여 그 끝이 없어라 라고 읊었다. 얼마나 많은 물이 얼마나 고운 자태로 우리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지 차마 알 수 없다는 은유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화자는 더 크고 더 원대한 세계로 자기의 뜻을 펴보이게 된다. 나는 온 세상 천지가 큰 것을 이제야 알았으니, 이 모두는 하나의 큰 품속 안에 받아진 것만 같구려 라고 했다. 여기에서 하나의 품 속이란 태백준령이란 큰 품안에서 흘러내린 물이란 의미를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시상도 빼어나거니와 시적인 구성도 크고 원대해 보인 작품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동쪽으로 흐른 냇물 아득하고 끝없어라, 세상 큰 것 알게 되니 품 속 안에 받아지네’ 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百川: (우리나라의) 모든 냇물. 東匯盡: 동쪽으로 모두 합하다(東: 동쪽. 匯: 물이 합하다. 盡: 모두). 深廣: 깊고도 넓다. 渺: 아득하다. 無窮: 끝이 없다. 가이 없다. // 方知: ~을 바야흐로 알다. 天地大: 천지가 크다. 容得: 받아들이다. 一胸中: 하나의 큰 품속 안.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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