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추韆(송추천)/매하 최영년
꽃 피니 단오가 나무에는 동아줄이
비취 빛 미인이 제비처럼 날아올라
바람에 비단치마가 석류 향을 보내오네.
菖蒲花發近端陽    綠樹金繩百尺長
창포화발근단양    녹수금승백척장
珠翠佳人飛似燕    羅裙風送石榴香
주취가인비사연    나군풍송석류향

단옷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청포물에 곱게 머리를 감은 처자보다는, 더벅머리 총각들이 더 기다렸을 것이다. 커다란 나무 뒤에서 숨에서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앞과 뒤로 날려가는 그네 타나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하얀 코고무신이 보이는 틈새에 버선 등이 보이고, 속치마가 펄럭이는 모습에 그저 멍하니 침만 흘리는 꼴은 장관이었겠다. 푸른 나무에 금빛 동앗줄이 백척인데, 비단치마 바람에 석류 향기 한 아름 보낸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비취옥 단장한 미인 제비처럼 날아 갈 듯하네(送    韆)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매하(梅下) 최영년(崔永年:1856~1935)으로 한국의 교육자이자 언론인이며 문인이다. 다른 호는 매하산인(梅下山人)이다. 갑오개혁 후 고향에 시흥학교를 설립하고 <제국신문>을 주재하였으며, 설화집 <실사총담>과 악부시집 <해동죽지>등을 저술하여 민족 계몽에 힘썼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창포꽃이 피어나니 단오가 점차 가까워 오는데 / 푸른 나무에 금빛 동앗줄이 백척이나 되는구나 // 비취옥으로 단장한 미인이 제비처럼 날아 갈 듯 / 비단치마 바람에 석류 향기 한 아름 보내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단오날에 그네뛰기]로 번역된다. 단옷날은 월과 일이 모두 홀수로 생기가 넘치므로 좋은 날로 생각했다. 단오의 ‘단(端)’자는 첫번째를 뜻하는 글자이고, ‘오(午)’자는 다섯을 뜻하므로 초닷새(음 5월 5일)를 뜻한다. 예부터 단오날에는 창포꽃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는 풍습이 있었다. 이와 같은 단오의 깊은 뜻을 잘 알고 있었던 시인은 단오의 의미를 시상 주머니에 빼곡하게 엮어 두었다. 단오의 의미를 되새기라라고 하라는 듯이 창포꽃이 피어나니 단오가 점차 가까워 오는데, 푸른 나무에 금빛 동앗줄이 백척이나 되는구나 라는 시심이다. 푸른 나무에 금빛나는 동앗줄을 쳐서 잡귀를 몰아내는 풍습이 전해짐을 떠올리고 있다.
단옷날이 되면 남녀노소가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 같이 즐겼다. 화자는 비취옥으로 수놓은 곱게 단장한 미인네들이 제비처럼 날아 갈 듯한 비단치마 바람에 멀리 있는 석류 향기를 한 아름을 보내온다고 했다. 그네를 힘껏 뛰었으니 제비처럼 날아갈 듯했다고 했고, 비단치 바람이 석류에 향기를 한 아름 보내온다고 하면서 고운 시상을 그 품안에 안았을까 하는 생각이 해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창포꽃 피어 단오 오니 금빛 동아줄 백척되고, 단장한 미인 제비처럼 석류 향기 한 아름을’ 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추): 그네. 韆(천): 그네. 菖蒲花: 창포꽃, 發: 피어나다. 近端陽: 단오날이 가깝다. 綠樹: 푸른 나무. 金繩: 금빛 동아줄. 百尺長: 길이가 백 척이다. // 珠翠: 비취옥으로 단장한 구슬. 佳人: 아름다운 여인. 飛似燕: 제비같이 재빠르게 날다.  羅裙風: 비단치마 바람. 送: 보내오다. 石榴香: 석류꽃 향기/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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