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이 변덕을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교훈을 주는 것일까.
이른 추위가 예년에 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외출하기가 망설여진다.
이렇듯 분별없는  추위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니 앞으로의 세월이 걱정이 된다. 이제는 계절에 따라 보여 주던 절후의 특색도 무색하게 되어서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가 평상을 벗어나면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추운 겨울이라고 해서 마냥 옷깃을 여미고 움추려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금년의 겨울이 아무리 춥다고 해도 지구촌의 혹한 지대에 비교 될만한 추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떨치고 일어서면 추위는 겨울의 상징이고 그 추위 속에는 겨울의 서정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겨울에는 겨울다운 추위를 체험 하면서 그 추위를 넘어 서는 것이 유난히 추운 이 겨울을 이겨 내는 유쾌한 겨울 나기일 것이다. 나아가서는 자칫 메마르고 황량한 겨울을 화려하게 향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떨치고 일어서는 일이다. 겨울이라고 해서 또 추우니까 실내에만 붙박혀 있다거나 옷깃을 여미고 움추려 있으면 한심하고 스산한 추위만 느껴 진다.

이런 계절에는 오히려 하루쯤의 시간을 계획하여 우리 장흥의 겨울 경관과 서정을 향유하는 여행길을 나서는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가 싶다.
신록도 없고 꽃들의 향연도 없어서 자연의 풍성함을 느낄 수는 없지만 대신에 생성의 기운을 감춘 적요함과 절제된 자연의 내면을 드려다 볼 수 있는 것이 겨울 여행이다.

철새가 도래 하는 예양강의 강안(江岸)이나 용산의 남포, 회진의 포구(浦口)를 찾으면 한 겨울을 솟구치는 생명력으로 비상 하는 새들의 군무(群舞)와 만날 수 있다.철새들의 군무 속에는 추위 따위는 범접 할 수 없는 상쾌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심상챦은 바람결도 쇄락하게 승화 되어서 심신으로 전해져 온다. 오감이 정갈하게 씻겨져 오는 화려한 겨울을 음미 할 수가 있다.

겨울 바다는 역동적이면서도 그 행간에서 다정한 사연들이 회상되고 하여 그리움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추위에도 주눅 들지 않은 파도의 물결이 어느 계절과 비교 되지 않은 포말을 일으키며 겨울의 힘을 보여 주는 것 같이 해안을 장식하고 있다. 그 장쾌한 파도의 포말과 조우하는 시간은 매서운 바람결도 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겨울 바다는 그 어떤 기상의 징후에도 변함없는 힘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가 삶의 노정에서 감당 하는 소소한 일들이 혹여 힘들고 고민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겨울 바다의 파도를 지켜 보고 있으면 그 모든 것들이 순리 였음을 깨닫게 된다.

억불, 제암, 천관의 겨울 숲은 사유의 공간으로 다가 온다.
낙엽수의 적나라한 경관과 상록수의 짙푸름이 조화를 이루어 숲은 다른 어느 때보다 정갈한 정경을 연출해 낸다.
그 숲속은 청량한 기운이 동행 하고 무수한 이야기들이 속살 거린다.
가지 사이를 포르르 비행 하는 산새, 낯선 방문자에게 수줍은 인사를 보내는 다람쥐와 그 행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낙엽과 잎 새의 속살거림은 문득 심안의 생각들을 충동질 한다.
하여 그동안 묵혀 있던 심연의 생각들이  반추되면서 스스롤 돌아 보는 정연한 시간으로 다가 온다. 그 시간의 흐름이 짐작 되지도 않거니와 혹은 찰나인 것 같고 혹은 영원으로 작용 하면서 숲속의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하여 표현 할 수 없는 충족이 그 시간과 동행 하는 것이다. 겨울 숲은 마법의 공간처럼 신비한 징후를 지니고 있다.

그 행간에서 사람을 만나면 이윽히 반가워 진다. 같은 마음으로 겨울의 자연을 주유 하는 얼굴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 얼굴을 지나치고 나면 문득 수없이 많은 얼굴들이 다가온다.
우리 삶의 멀고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교류 하고 부대끼고 동행 했던 사람들..
가까이 사는 이웃, 친구, 직장의 동료, 친척, 사업상의 지인들,.. 스마트폰에 저장된 혹은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과 그 이름.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일순 숙연해 질 수 있다. 나는 그들에게서 어떤 존재 어떤 비중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그 수많은 사람들과 선택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공유 했던 그 무수한 사연들은 어떤 의미였으며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었을까. 그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정겨웠고  옳았으며  공정 했을까. 부끄러운 실수는 없었을까.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고 정연하고 솔직해도 감정의 상대는 아니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삶의 세월을 행복하게 운영 하는 것은 수없이 많은 지인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리하여 이 겨울, 2018년의 세밑에 “사람”을 주제로 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자.

상대를 막론 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껴안으며 사랑 하면 우리들의 삶이  훨씬 윤택하고 행복하고 여유로워 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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