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가 오롯이 시선을 채우며 다가온다.
돌이켜 보면 지나간 저 날들의 기억들은 어느 것 하나 선명 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도 혹은 아름답게 혹은 황홀하게 혹은 감동적으로 혹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회상되기도 한다.
그 행간에서 비껴가고 싶은 처연하고 슬프고 안타깝던 사연들이 유난히 심연에 남아 있기도 한다. 그 무수한 이야기들 속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은 무엇일까.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 작은 새의 시체, 돌아가신 아버님의 편지, 동물원의 호랑이,
우리를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옛 친구......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안톤 슈나크(1892-1973)가  수필“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에서 묘사한 문장이다. 수필의 제목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지만 실제로 이 문장에서 우리는 미어지고 가슴 저리는 슬픔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소소한 물기를 머금게 하는 서정적인 감정으로 이입되게 하는 것 같다.

위의 수필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미는 수필집“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이렇게 표현 하고 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둘둘 만 속옷이 잔뜩 싸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을 적고 있다. 이 시대의 주목받는 소설가로 지성과 문화의 다양함을 향유 하는 작가에게는
어울리는 소소한 행복의 이야기도 장흥에 사는 우리에게는 그다지 실감이 느껴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일상의 행복을 추구한다. 장흥에서 살아 왔던 우리의 일상 속에서 크든 작든 행복한 일들이 나와 우리와 우리의 이웃들에게 날마다 이어지기를 소망 했다. 그래서 열심히 살았고 부지런한 아침을 깨웠고 피곤하면서도 보람 있었다고 자평 하는 귀가의 시간을 만들었다.

수많은 독자들을 보유 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는 2018년 베스트셀러인 공저“트랜드 코리아 2018”에서 대한민국의 정책 트랜드를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규정 하며 많은 이야기를 기술 하였다. 김난도 교수와 무라카미 하루미의 “소확행”이 우리 장흥의 현장과는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행복함이 엄청나고 경이적인 성취나 사건이나 사연이  아니라 오밀조밀한 우리 가족들의 기쁨이 아니었을까 예단해 본다.
그 소소한 사연들은 자칫 흘려보낼 수 있고 혹간은 쉽게 잊혀 있다가 어느 날 호젓한 시간. 무지개의 색상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첫 손주가 걸음마를 시작 하였던 어느 저녁 시간, 부모의 언행에는 무조건적의 부정적 반응을 보이던 청소년 시기의 자녀가 -엄니 아부지 고생 하셨네요-하는 어색한 표정의 애정을 표현하던 아침 밥상 앞, 명절에 귀성한 이웃집의 자녀들이 소박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인사차 찾아온 어느 날, 사소한 일로 어색한 감정의 대립을 보이던 마을의 후배가 찾아와 -성님 내가 오해 했어라우 참말로 미안 하요잉, -하면서 손을 내밀던 시간, 매사에 불퉁거리던 아내가 부부 모임의 회식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는 -나는 다시 처녀로 결혼 한다고 해도 00이 아부지하고 할라네.. 그라나 저라나 저 인간이 젤로 좋은것 같어 -하는 뜻밖의 고백,”

2018년을 보내면서 우리들의“소확행”을 더듬어 끄집어 내어 선명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기억해 두자. 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야기들이 쌓이고 모여서 형상화 되어 드디어는 우리들의 행복이 되고 더불어 사는 장흥인들이 함께 누리는 행복의 화두들로 오래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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